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 사회를 보며....
송석호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11월 중순에 <노들바람> 담당 활동가로부터 사회자의 입장에서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 진행 소감을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들었을 때 입사 이래 두 번째로 어려운 일을 해야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입사 이후 첫 번째로 가장 어려운 일은 인권영화제에서 사회를 보는 것이었기에 솔직히 영화제가 끝나고 “드디어 끝났구나”, “최악의 실수는 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영화제 이후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살이 났던 기억밖에 없어 뭐라고 글을 써야할지 난감했다.
<노들바람> 원고 작성을 계기로 돌아본 나의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기다림과 고민의 연속이었으나 영화제를 앞두고 갑자기 흥미로웠다”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 일정이 연기가 반복되고 영화제 진행 방식(대면 VS 비대면)을 결정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였다.
영화제의 진행방식에 따라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다르게 진행되기에 사회로서 고민과 걱정은 커져만 갔고 영화제 시작 약 닷새를 남겨두고 사회를 보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긴 기다림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자로서의 부담감이 커져서 자신감은 점점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 부담을 이겨내기 위해 사회자용 대본을 작성하려 했으나 작성할 수 없어 고민하던 중 다른 영화제의 사회자 멘트를 찾아보았다. 어느 유명진행자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영화제의 안방 마님’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영화제의 주인은 사회자인 자신이 아니라 관객과 영화인들이며 자신은 관객과 영화인 사이에 가교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답변한 것을 듣고 사회자로서 사람들 앞에 서는 극한의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동안 나에게 집중될 시선만 신경쓰다가 그제서야 상영예정인 영화와 영화제의 목적에 집중하게 되었다.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고 일주일 넘게 한 글자도 쓰지 못한 대본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나의 역할을 너무 과대 평가했고, 그 생각을 버리니 ‘내가 과연 사회자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진행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피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덕분에 인권영화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몇가지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는데 장애인인권 영화제가 개최된 지 올해로 21년째인데 다른 영화제와 달리 영상 자료도 없고 그동안 제작되었던 영화들도 대중적인 방법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영화제를 진행하며 상영작들을 보니 영상미와 작품성을 갖춘 영화들이 많아 놀랐다. 영화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연기하는 사실적인 이야기들이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소개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이번 인권영화제 사회는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