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주택은
코로나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 장애인당사자 확진자 지원 및 확진의 경험
오규상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해서 탈시설과 홈리스운동의 자리를 기웃거린다.
7월 11일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주택1(이하 주택1)의 활동지원사 A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7월 12일 입주자 3인, 7월 15일 활동지원사 1인과 코디네이터 1인이 확진되었다. 이후 유리빌딩 내 2인의 활동가가 추가로 확진되었다. 이후 각각의 입·퇴원과 입·퇴소가 있었고, 8월 9일 마지막으로 격리되었던 입주자 2인이 입원 28일 만에 퇴원하였다.
예방은 현장 이전에
최초로 확진된 A와 입주자 3인은 주택과 유리빌딩 외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아서 감염의 선후를 판단하기 어렵다.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했던 A는 7월 첫 주, 기침 증상으로 동네(1차) 병원을 방문하여 염증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 다른 소견은 없었고, A도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다. 당시 A가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동시에, 모든 사람이 기침과 발열이 있을 때마다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이 현실적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주택1에서 매일 실시한 체온측정은 재측정이나 측정 위치 조정으로 의도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기에, 방역에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A와 입주자 3인의 확진 후, 우선한 작업은 확진자의 동선 점검이었다. 확진자가 머물렀던 곳 중 확인된 모든 곳에 연락하였다. 유리빌딩 외부 일정에서 추가 확진자가 확인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결국 유리빌딩 내에 2인의 확진자와 무수한 자가격리자가 발생했다.
“필요한 것 있으면 다 이야기하세요”
“소독약 더 보내주세요. 최대한 많이요”
‘주택1 코로나 감염’의 경험에서 알 수 있던 것은 밀접접촉의 환경에서, 현장의 노력으로 감염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A의 확진을 확인한 뒤, 주택1 입주자 3인은 각자의 방에 머물렀고 식사 장소를 분리했다. 지원인력 3인은 거리를 유지하여 거실에 머물렀다. 모든 창을 열고 집안 곳곳에 소독약을 비치하여 십 분에 한 번씩 충분히 분사했다. 화장실 이용 시에는 이용 전후로 화장실 내·외부를 매번 소독했다. 그러나 7월 11일 검사에서 음성이었던 지원인력 3인 중 2인의 확진을 막지 못했다.
주택1 주요 출입자 9인 중, 백신 미접종자 4인은 모두 확진되었고 그중 2인은 중증(항체치료 진행)이었다. 백신 접종자의 돌파 감염은 2건 있었고 모두 경증이었다.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2인은 모두 감염되지 않았으며, 그중 1인은 주택1 내에서 가장 오래 자가격리를 진행하였다.
구분 |
접종 여부 |
확진 여부 |
비고 |
입주자 1 |
완료 |
확진 |
경증 주택1 내 자가격리 |
입주자 2 |
미접종 |
확진 |
중증(항체치료) 주택1 내 자가격리 |
입주자 3 |
미접종 |
확진 |
중증(항체치료) 주택1 내 자가격리 |
활동지원사 1 |
2차 |
비감염 |
주택1 내 자가격리 |
활동지원사 2 |
1차 |
확진 |
경증 |
활동지원사 3 |
1차 |
비감염 |
|
활동지원사 4 |
미접종 |
확진 |
경증 주택1 내 자가격리 |
활동지원사 5 |
2차 |
비감염 |
|
코디네이터 |
미접종 |
확진 |
경증 주택1 내 자가격리 |
<표-1> 주택1 백신접종 여부 및 확진 여부 |
사례가 많지 않아 일반화에 어려움은 있지만, 백신 접종이 감염 및 중증 증상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방역 당국의 권고를 재확인하는 의의는 있었다. 특히 거리 두기를 엄격히 지키기 어려운 자립생활주택 공동체 구성원은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더 높다 할 것이다. 관련하여 자립생활주택 코디네이터로서 주택을 출입하는 자에게 예방접종이나 주기적 코로나 검사를 요구하는 것이 자립생활주택을 삶의 공간으로 갖는 공동체를 감염의 우려로부터 지켜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주택 출입을 생업으로 하는 활동지원사와 활동가들에게 이를 강제하는 것이 법률상 가능한지 그리고 윤리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아울러, 백신 접종에 있어 활동지원사를 대상으로 한 우선 접종 신청 기간이 짧았고 관련 당국 사이에서 센터가 제출한 대상자 정보가 누락되는 등의 이유로 접종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례와 우선접종 대상자에 포함된 주택 코디네이터가 미접종을 결정한 사례는 아쉬운 지점이다.
집단거주는 감염에 취약하다
7월 12일 입주자 3인의 확진 판정 후, 주택1에서 6인이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주택1은 방 3개, 화장실 2개(안방 1, 거실 1), 주방 1개로 구성되어 있다. 주택1에서 자가격리 수칙을 준수할 수 있는 수용인원은 2인으로, 입주자 1인과 활동지원사 1인만 가능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화장실이 포함된 방 2개로 구성된 공간 2곳이 더 필요했다. 입주자를 이미 지원하던 활동지원사 2인이 자신들이 감염될 수 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지원을 자처했다. 이후 지원인력 중 2인이 추가로 확진되었다.
“선생님 자가격리를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
“수칙을 지킬 수 있는 자가격리시설은 어디에 요청해야 할까요?”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입구에서 보호복을 입고 들어가면 활동보조가 가능할까? 화장실을 이용할 때 감염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지원인력이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도록 교체한다면, 입주자 1인당 적어도 4인의 지원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감염이 우려되는 인력이 늘어나는 문제도 생긴다.
주택1의 자가격리상황을 공유받은 성북구 보건소 기초역학 담당관은 주택1에서 6인이 자가격리를 진행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번 한계상황은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었다. 집단거주는 감염에 취약하다. 작년에 우리는 한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갖지 못할 때 생명까지 잃을 수 있음을 청도에서 확인했다. 전염병이 존재하면, 치료와 확산 방지가 필요하다. 확산 방지는 필연적으로 적절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 논리적 흐름에 장애의 유무는 무관하다. 단지 장애인은 당연하게도 그의 신체적 특성과 활동보조가 고려된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7월 11일, 입주자의 신체적 특성과 활동보조를 고려하여 방 2개로 구성된 자가격리시설은 찾을 수 없었다.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방역
확진자 중에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입주자도 있었다. 급하게 격리시설을 찾던 7월 12일, 우리는 전동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병원을 구할 수 없었다. 어떤 휠체어 이용도 어렵다는 병원을 설득하여 해당 병원에 비치된 수동휠체어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병실 담당 상황실에 그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확진이 된 그를 밀접하게 지원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그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의 휴대전화가 더 충전되지 않아서 병실 가운데 놓였을 전화기로 연락했을 때,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한참을 기다렸다.
“두 가지 중에 더 안전한 방법으로 퇴원을 하려고 해요. 괜찮을까요?”
“괜찮아요. 그러면 집에 언제 가는데요? 세종시 가고 싶은데”
7월 22일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2인의 퇴원 조건을 PCR검사 2회 음성 후 퇴원으로 결정하였다. 중증 증상을 보였던 입주자 1인을 고려한 주치의의 소견이 있었고, 퇴원 직후 입주자에 대한 원활한 활동보조가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 당시 주택1 주요 출입자 9인은 모두 입원, 입소, 자가격리 중이었다. 입주자들은 당시의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코로나 검사는 계속 양성이 나왔다. 일자리로 세종시를 언제 가냐고 묻던 입주자는 입원 28일째가 되던 8월 9일 퇴원 기준을 변경하여 집에 왔다.
(사진설명: 입소 생활관 창 밖 풍경)
침대가 편안해졌다
7월 12일 입주자 3인이 요양병원으로 이송된 다음 날인 7월 13일 나는 자가격리를 집으로 이관해서 진행했다. 체온이 안정적이어서 감염은 걱정하지 않았다. 집에는 함께 사는 짝꿍이 있었다. 증상은 7월 13일 자정 무렵 시작되었다. 체온이 38도를 넘고 오한이 시작됐다. 7월 14일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그날 밤 체온이 더 올라갔다. 체온계를 들 수 없어 체온을 재지 못했다. 7월 15일 양성 판정을 받았고 7월 16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천안시)에 위치한 생활치료시설로 이송되었다. 방은 이인실로, 약 13.2m²(4평)의 방 안에 싱글 침대 두 개, TV 한 대, 장롱 한 채, 수납장 두 채, 벽걸이형 에어컨 한 대 그리고 욕조 없는 화장실이 있었다.
(사진설명: 입소 생활관 침대)
“지금 복도에 나오신 입소자께서는
신속히 생활관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격리시설의 일상은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오전 아홉 시, 오후 열두 시, 오후 여섯 시 하루 세 번 방문을 열고 문 밖에 놓인 도시락을 가져와 침대에서 먹었다. 오후 여덟 시가 되면 불을 끄고 잠을 잤다. 그 외에 문을 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루에 한두 번씩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생활관을 벗어난 이들을 경고하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룸메이트와 나는 암묵적인 규칙으로 TV를 틀지 않았고 침대 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룸메이트는 친절했지만, 발열 등의 증상이 매우 달라 에어컨 작동이나 창문을 여닫는데 이견이 있었다. 행정팀에 동거인 혹은 숙소 교체를 문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소한 지 이튿날부터 체온이 39도까지 올라가고 기운이 없어서 식사하지 못했다. 노트북마저 고장 나서 실컷 볼 줄 알았던 영화도 볼 수 없었다. 그 김에 더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입소 셋째 날 기침이 잦고 가래가 많이 나와서 호흡이 곤란했다. 의료팀에 상황을 설명하고 엑스레이 검사를 요청했다. 다음 날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는 듣지 못했다. 입소 넷째 날부터는 체온이 떨어졌고, 증상이 호전되었다. 입소 후 저녁 여덟 시에는 불을 껐다. 일과 중에는 마스크를 벗기 어려운데, 이건 호흡이 곤란한 상황에서 참 곤욕스러웠다. 불을 끄고 룸메이트가 안 보이게 벽을 보고 누우면 코는 드러낼 수 있었다. 그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넷째 날부터는 증상이 호전되고, 일상이 익숙해졌다.
여섯째 날 저녁, 불을 끄고 편한 마음으로 누워있는데, 다음날 퇴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에 불편함이 떠올랐다. 나가서 처리할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했다. 아직 기침 등의 증상이 있었으나 생활치료시설 안에서는 치료를 받기 어려울 것 같아 퇴원하기로 했다.
일곱째 날 오전에 시설을 나와 택시를 타고 천안역과 천안아산역 사이에서 한 시간가량을 헤매다 지하철을 탔다. 아산역에서 서울역까지 오는 1호선 지하철 내부는 당혹스러울 만큼 넓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