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을 128호 - [장판 핫이슈] 국회 앞에 쌓아올린 컨테이너 두 동의 농성장 / 한명희

by 노들 posted Feb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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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국회 앞에 쌓아올린

컨테이너 두 동의 농성장

 

 

 

명희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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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하루 평균 1.5개의 행사(기자회견,토론회 등)을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판 핫이슈는 뭘까. 노들바람을 쓰는 8월의 마지막 날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에서 주관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오체투지를 시작한 날이었다. 200미터 정도를 오체투지로 온몸 가득히 땅에 절을 하며 하늘에 외치니, 스님의 이마에 까맣게 작은 점이 찍혔다. 실례가 될까봐 계속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너무 힘드실 것 같아 자꾸 흘끗 흘끗 보았다. 국회까지 가신다고 했다. 우리 농성장이 있는 곳이다.

 

 

      3월 중순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그리고 장애인평생교육법까지 3개의 법 제정을 위한 농성장이 국회에 가장 인접한 지역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차려졌다. 국회 앞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억울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줄을 지어 1인시위를 하고 농성장을 꾸렸다. 국회의사당역 국회 바로 가까운 출구에는 경찰과 국회가 모두 인정한 피켓 보관소도 있다.

 

 

      3월 중순 여의도 국회에 가장 가까운 이룸센터 앞 그래도 건물 내의 장애인단체들이 많이 입주하여 조금은 부대낄 수 있는 곳에 몽골텐트 한 동이 들어온다. 보통 농성을 하면 자바라 천막이라고 해서 3*6미터 천막을 자주 친다. 경량도 있고 무거운 일반 천막도 있는데 노들야학과 전장연은 비싸서 경량을 사둔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동할 때 낑낑거리며 2,3명이 들고온다. 월드프라임이라는 천막업체에서 이번 농성에는 몽골텐트 한 동을 빌렸다. 7,8년전인가 노란들판의꿈 행사를 할 때 처음으로 연락드린 업체였는데, 벌써 합을 맞춘 지도 5,6년이 되어간다. 몽골천막 2달 대여비용을 일년치 비용으로 깎아주기도 하셨다. 천막을 쳐달라고 해놓고 농성용으로 장애인, 비장애인이 잠도 자고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와 뺏아 가기도 했는데, 어떤 생각을 하시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업체 사장님도 이제 허리보호대를 하고 계시고 머리도 히끗 히끗해졌다. 몽골텐트의 종류는 3*3미터, 5*5미터 두 종류가 있는데 이번 농성은 5*5미터 천막으로 시작했다. 처음에 이룸센터 앞 공간에 천막을 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왜냐면 마로니에공원에 있을 때는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막상 이룸센터 앞으로 오다보니 너무 커보였다. 이룸센터 관리 직원분들이 농성을 하고 요구하는 거야 다 좋지만, 이렇게 큰 대형 텐트를 치면 어떡하냐고 항의하였다.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에둘렀다. 약간 머쓱하기도 하였다.

 

 

농성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매일같이 사수를 하러 오는 전국 지역 장차연 회원분들도 있고, 권리중심일자리 분들이 출근도 하신다. 진짜 농성장이란 곳의 공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세종시청 앞에서 이동권 투쟁을 몇 달 하고 온 자바라 천막을 설치했다. 공간이 한뼘씩 한뼘씩 자라나는 것 같았다. 이상기온이 극심했던 올해 여름, 바람만 불면 천막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몽골텐트는 그에 비해 단단했다. 그래서 자바라 천막은 거두고 몽골텐트 한 동을 더 들여왔다. 도합 10*5미터의 공간이 생겼다. 그렇게 몽골텐트 두 동을 세운 그 주, 이룸센터 관리부에서 이제 농성장을 철거해달라고 하는 통지서를 보내왔다.

 

 

      코로나로 인해 할 수 있는 보폭이 줄어들었다. (201971일 정부가 뚜렷한 예산의 반영없이 선언한) 장애등급제 폐지의 허구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2주년 71일 전국 집회는 연기되었다. 무기한 연기였지만 실제로 날짜를 담보할 수 없었다. 코로나는 연일 확진자가 곱절이 되는 것 같았고 지난달 7월의 여름 확진자는 2천명이 넘기도 하였다. 7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당 대표 기자회견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기자회견만 되는 인원의 집회 방역지침였지만 당일 모두 마음의 준비를 했었을 서울/경기 지역의 많은 이들이 모여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2일 또 다른 장소에서는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 면담을 위해 기습시위를 하였다. 그에 참석한 활동가 모두가 전원 연행되었고 장관은 만남을 약속했지만 그 이후로 아직도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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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정부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의 주요 근간이 될 수 있는 탈시설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있었고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실체가 드러날 올해 여름인데, 우리가 함께 모여 행진할 발걸음도, 그리고 모두가 함께 들 피켓도, 마음모아 외칠 구호도 허용하지 않는 거리였다. 거리두기 4단계에는 1인 시위만 할 수 있는데 100미터 정도의 간격은 두어야 하니, 실제로 모이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세상이 멈추었으려나. 오히려 그렇지 않다. 정부는 그들만의 움직임을 꾀한다. 화가 나는 건 집회는 안 되는데 노점상, 철거민에 대한 물리적 탄압, 삶의 철거는 계속된다. 방역지침에 해당하는 감염법의 발휘도 결코 동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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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일은 국무총리 산하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의의 주요 갈래가 될 정부의 가치들이 반영될 제도들이 드러날 것이고 복지부의 방향이 밝혀질 것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장애인탈시설이란 용어를 의미는 알겠으나 법적 용어로 쓰기를 거부하고 있다. 한명희는 한명희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싶지는 않다. 단어의 선언만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이 선언되지 않으려 하는 맥락이다. , 장애인 탈시설 선언을 정부는 왜 거부할까? 정부는 장애인탈시설 지원정책에 어떠한 내용을 담으려고 하는 걸까. 다행히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공동대표인 윤종술(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가 참석했다.

 

 

      1인시위만 가능한 이 시점, 그리고 중요한 회의가 있는 지금 이때에 이룸센터 앞 농성장은 조금 더 규모를 확장하기로 한다. 이즈음 컨테이너 박스 한 동을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의 의제로 설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위 한 동을 더 올려 옥상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님들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최용기),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원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권달주),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박경석), 전국장애인부모연대(윤종술) 대표들이 하루씩 순서대로 컨테이너 위를, 스카이차를 타고 5일간 올라갔다. 컨테이너는 기둥이 없는 건물이다. 성인 4명이 올라간다고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천장이 두껍더라도 철판 한 장이기 때문에 올라가면 처음 느껴보는 꿀렁거림에 난 무섭기도 했다. 7월말에서 8월초 무더위가 극심했던 그 여름날에 5일 동안 대표님들과 활동가님들이 올라가 [탈시설로드맵 개인별 서비스 지역사회 지원 / 김부겸 국무총리 탈시설권리 인정 /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마지막 정책조정위원회 회의날에는 모든 공동대표들이 와서 함께 자리를 지켰다. 여름이었다. 라고 마무리하고 싶지만, 아직 할 말이 너무 많이 있다. 뜨거웠던 여름에 많은 이들이 함께 모이지 못하니 생중계로 1인시위의 현장과 단위의 활동가들의 릴레이 발언을 담았고 그러던 도중 핸드폰이 과열되어 꺼지기도 일쑤였다. 전날 5층 사단법인 노들 냉장고에 생수를 얼려두고 준비해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왔을까. 그리고 우리들의 농성장은 안녕할까. 정부의 탈시설에 대한 내용 안정성과 권리보장법에 대한 갈피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갈 길은 멀다. 그렇게 여의도 농성장은 다시 또 새 단장을 조심스레 준비 중이다. 농성의 선포는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 이 법이 제정될 때까지이다. 법의 제정이 언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함께 하는 농성의 하루들이 갈 때마다 제정될 날들을 하루씩 앞당기고 있을 거다. 컨테이너 옥상투쟁은 코로나의 시기에 보폭이 줄어든 우리가 고민한 그 첫 시도였다. 농성장의 끊임없는 재건은 여의도라는 국회의사당 앞 농성장을 통해 정부에게 우리가 물리적으로 모이지 않아도 이렇게 함께 크게 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농성장도 사람과 같아서, 자주 찾아와주고 기억해주어야 살아남는다. 가을바람이 멈추기 전까지 일상의 한켠 내어 들러주시길, 여의도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연내 제정 촉구 1만인 서명운동

 

탈시설 제정 서명 큐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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