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아 안녕
막연한 긍정적인 생각
남궁우연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지원팀 코디네이터로 입사한 남궁우연 활동가입니다. 2020년도 12월 말 경 저는 뚜렷한 계획을 앞세우기보다 쉼 없이 달린 나에게 집중하자고 다짐하며 약 4년 동안 근무했던 복지관을 퇴사하였습니다. 다짐대로 가만히 집에 누워서 쉼을 누리고 있던 어느 날, 나와 동일한 쉼을 누리던 친구가 보내준 링크 속에 있던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공고글은 제 다짐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장애인 인권 인식은 그저 전공을 살려 급여를 받기 위해 취업하였던 장애인 생활시설에서의 경험이 시작이었습니다. 어리석게도 처음엔 내가 종사자로서 부족하기에 느끼는 감정인 줄 알았습니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는 삶을 그저 일상 속 불편함 정도로만 치부하고 내가 빠르게 뛰며 움직이면 되는 것이라 착각했습니다. 그러다 빗방울이 내려 흙바닥이 점점 촉촉이 젖듯이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안 된다는 말로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결정권들, 수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몰려와 동물원 우리 속 동물 보듯 구경하고 가는 일들, 봉사자가 없으면 시설 밖 마당에도 나가지 못하는 생활들, 시설 내 장애인들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존중과 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였지만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 그때의 나는 매우 부족했습니다. 어떠한 인식을 알게 되었고 문제를 깨달았지만 그 외에 행동으로 무언가를 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부끄럽게도 더 열심히 움직였던 것 말고는 없다, 고 답해야 합니다. 시설을 떠나 복지관에 새로이 자리 잡아 일할 때에도 시설에서의 근무처럼 느린 깨달음의 연장선이었습니다. 복지관에서의 근무 역시 매우 중요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나는 이 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당연히 여기는 현장, 사회, 개인의 삶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나에게 노들 공고글은 기회였습니다.
우연찮게 기회를 잡아 저는 사무실에 앉아 많이 느리지만 다른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일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은 모든 게 막연합니다. 장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내가 여기서 무얼할 수 있는지,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한계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외치는 목소리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얻은 게 있습니다.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이곳에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고 발로 뛰어다니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되지 않을까, 란 자신감입니다. 노들은 막연한 불편함을 목소리로 구체화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곳이니까요. 추상적이고 막연한 생각들로 구성된 나에게 잘 어울리는 곳이지 않을까, 혼자만의 긍정적인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