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을 128호 - [동네 한 바퀴] 혜화를 떠나 전국 곳곳에 뿌리 내리는 책방이음/ 김유미

by 노들 posted Feb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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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혜화를 떠나 전국 곳곳에

뿌리 내리는 책방이음

 

진행.정리 김유미

 

 

 

 

 

 

조진석_동네한바퀴.jpg

 

<노들바람> 가을호 [동네 한 바퀴]에서 책방이음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3월 책방이 공간을 정리하던 때에 연락을 받고 야학 사람들과 다녀왔었는데요. 이음에서 쓰던 대형선풍기, 제습기, 소형냉장고, 책상 같은 물건들을 나누고 싶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나누고 책방이음은 혜화동을 떠났습니다. 서촌에 있는 어느 도서관과 함께 공간을 쓰게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지기님이 노들에 책 배달하러 직접 오는 날 한번씩 마주치며 지냈네요. (책방이음 뿌리회원임)에게 책방이음의 근황과 책 주문해도 되는 것인가를 묻는 분들이 있어서, 책방이음 조진석 지기님께 만남을 요청했는데요. ... 전화를 제주도에서 받았습니다. 요즘 제주와 서울을 왔다갔다 하며 지낸다며, 한층 여유로워진 목소리였습니다.

 

 

     지금은 책방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올해 3월부터 서촌에 있는 도서관 공간에서 책방을 운영해왔어요. 5개월 정도 됐네요. 도서관 공간을 이음이 재임대해서 임대료를 내고, 협업으로 활동을 했어요. 기존에 도서관을 이용하던 분들이 있고, 북스테이 같은 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있어서 책방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에 자유롭지 않았어요. 최근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이음이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했어요. 특별히 큰 공간이 필요없어서 그 공간을 정리하기로 했어요. 책방이음은 9월에 창신동에 있는 공간으로 옮기려고 해요. 추가로 제주에 있는 공간도 잘 활용해보려고 해요. 제주에 있는 공간은 이음 회원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자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하려고 해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하루 3만원을 내면 머무를 수 있어요. 제가 맛있는 요리와 밥을 제공할 수도 있고 바닷가로 데려다 줄 수도 있어요. 물론 혼자 있다가 그냥 가도 되고요. 오기만 하세요. 제주에서 지내는 건 행복합니다. 일하다 스트레스 받으면 바다에 나갔다 오면 되고요.

 

책방은 전부터 운영이 쉽지 않았던 것 같지만, 작년에 도서정가제 문제와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어요. 고충을 나눠주세요.

     도서정가제 관련해서는, 그동안 문체부에서 업계 전체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모으는 게 아니라, 몇몇의 의견을 모아서 합의하는 과정을 계속해왔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문체부에서 도서정가제 관련한 내용을 정리해 청와대에 제출했는데, 그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문체부가 청와대 입장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문제가 밖으로 알려지고, 저도 이 문제를 알게 되었어요. 작년 11월에 도종환 의원이 법 개정안을 냈었는데, 그게 기존 문체부가 회의했던 내용에 준한 내용이었어요. 결론적으론 법안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제기하면서 개선안에서도 후퇴한 수준으로 정리가 됐고요.

     지금 온라인서점이 정가의 60% 금액에 책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0% 할인, 5% 적립, 무료배송하고 나면 권당 1만원 책에 수익이 500원 정도 발생해요. 온라인서점조차 운영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요. 그래서 주로 광고로 수익을 만들어요. 그런데 온라인 서점은 60% 금액에 책을 받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데, 동네책방은 그렇게 낮은 가격에 책을 받을 수가 없어요.또 광고를 받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동네 책방은 생존을 위해 음료를 파는 까페를 더하고, 다른 부대 사업들을 벌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동네 서점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출판사나 작은 책방의 생존이 어려워지는 불평등한, 악순환을 만드는 제도로 되어 있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개선을 요청했는데 문체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관련 단체들은 감시견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책임자들 물러나라고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했고, 이 상황에 많은 이들이 불편해했었죠. 지금도 이게 해결되지 않고 유야무야 된 상황이라고 보면 돼요.

     동네책방들은 코로나 겪으면서,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는 더 힘든 상황이 되었어요. 반디앤루니스가 문닫고, 불광문고가 문닫고, 한강문고도 문을 닫았어요. 그렇지만 출판계 총수익은 줄지 않았어요. 지역에 있는 서점들의 수익을 큰 서점들이 흡수한 셈인 거죠.

     작년에 체감한 게 있어요. 어떤 문제에 대해 절규를 해야 들여다보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태업을 해도, 국가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방치하는 느낌이었요. 책방이음이 강하게 요구했을 때 들어주기는 했지만, 더 작은 곳에서 요구했을 땐 들어주지 않는 상황들이 있었고요.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고 어려워하는 곳들도 많이 있었던 걸로 알아요. 그래서 좀 더 조직적으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주에 있는 공간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서점과 카페를 겸하는 그림책까페 노란우산이라는 곳과 공간을 함께 사용해보고 있어요. 여기는 집이 두 채가 있고 마당으로 연결돼 있어요. 까페에서 시작한 공간인데, 지금은 책 전시, 판매도 하고 있어요. 공간에 숙소가 별도로 있어서 그곳을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는 그간 공간 활용이 많지 않았던 상황인데, 공간을 함께 활용하고 있고 책방이음에서 작가를 그림책카페 노란우산과 이어줘서 작가와의 만남 등을 하고 있어요.

 

이런 좋은 곳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3년 전인 2018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가 만들어졌어요. 동네 책방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해서 준비위원장을 맡아 진행했죠. 노란우산은 그때 네트워크에 참여했던 곳이었고요. 4년째 알고 지내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공간을 가지고 협업을 하게 되었네요.

책방이음이 코로나와 도서정가제 사태를 겪으면서, 다른 책방들도 정말 힘든 상황일 거라는 판단을 했어요. 오프라인 책방들과 뭔가 함께 하면, 이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단 제주에서 시작한 것이고, 다른 지역에 있는 책방과도 콜라보를 해보려고 합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여러 책방을 돌면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 이상의 책방과 함께 일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찾는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앞으로 책방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게 될까요?

생각하는 책방의 모습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앞으로 이런 관계의 책방을 더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할 것 같아요. 제주에 있는 까페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지만, 공간 활용도가 낮으면 운영이 어려워져요. 그런 공간을 잘 활용하면, 수익도 창출될 것이고, 이음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 아지트 같은 곳이 많아지는 거죠. 이음의 회원서비스가 생긴 것이기도 해서, 회원 유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은 이음의 회원으로 가입해야 제주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회원 혜택을 더 많이 만들고,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려고 해요. 일시적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에 의존하기보다 커뮤니티를 통해 생존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내가 뭔가 소유를 하고, 또 거래를 한다고 하면 피곤해질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최소한의 계약만 하고 해나가려고 해요. 이음은 여기에서 요 정도 공간만 쓰고, 이 정도만 활용하겠다 하는 식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나가고 싶어요. 서울 공간은 창신동 낙산 밑에 있는 뭐든지 책방과 콜라보해서 운영해 보려고 해요. 주소지와 공간을 이 건물로 옮기고 새로운 일들을 기획해보려고 해요.

 

책 주문 계속해도 되는 건가요?

책방이 떠났으니 책 주문도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전에는 동네에 있어서 실제로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카톡이나 주문서로 주문을 받고 책을 드리고 있어요. 결제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거나 송금을 하거나 카드결제기를 가지고 제가 찾아올 수도 있어요. 주문과 계산이 불편하지 않도록 전보다 노력하고 있어요. 주문만 해주세요. 인간이 하는 일이다 보니 주문들어 온 걸 가끔 빼먹기도 하는데, 이해 부탁드립니다. 답이 없으면 확인 연락 한번 해주세요. 노들과 뭔가 함께하는 끈이 있으면 좋겠어요.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꼭 찾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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