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올해는 장애인이동권투쟁이 시작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0주기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오이도역 참사일인 1월 22일에 맞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람들은 오이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발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라는 20년이나 지속된 구호를 외쳤습니다. 여전히 이용하기 힘들고,
위험한 대중교통의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장애인이동권투쟁 20년을 기억하고, 아직도 바뀌지 않은 대중교통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 지난 5월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애인이동권투쟁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위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작하기로 한 전시였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야외 전시를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19년이 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시작일에 맞춰 마로니에공원에 전시벽을 세우고, ‘버스를
타자’라고 외치며 처절하게 싸워온 사진들을 내걸었습니다.
저는 2003년 사진 기록을 통해 장애인이동권투쟁을 만났습니다. 우연히 접한
사진들에 의해 저의 무언가가 ‘와장창’ 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집 밖, 지하철역에
나와있는 장애인의 모습부터 너무나 낯설었는데, 성난 장애인, 저항하는 장애인이
그 사진들 속에 있었던 겁니다. 박종철 출판사에서 펴낸 사진집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를 저는 아주 여러 번 다시 보았습니다. 멀리서 노들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선물로 한 권씩 드리기도 했고요. 초여름 마로니에공원에 20년 된 투쟁사진들을
세우며, 이 기록을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와장창’이 일어나길 기대하게 되더군요.
이 노들바람 여름호에도 같은 기대를 담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