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만 타는 차별버스 OUT
: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하라!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한 지 20년이 흘렀다. 올해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20주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거리에서, 차별버스 위에서,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 목 놓아 외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장애인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2022년까지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 이행을 위한 예산은 반영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라는 허울 좋은 답변으로 다독이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활동가들의 절박한 외침을 참을성 없이 떼쓰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몰아세우고 있을 뿐이다.
이동권 투쟁 20주기. 우리는 올해 여전히 도로 위를 당연시 내달리고 있는 ‘일반버스’, ‘계단버스’를 ‘차별버스’라 재정의하고, 휠체어 이용 장애인 승객을 태우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려는 거대한 차별 버스를 매일 같이 막아 세우며 “비장애인만 타는 차별버스 OUT!!!”을 외치고 있다.
“장애인이 벼슬이냐!”.
“아무리 정당한 요구라도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 안 되죠.”,
“서울시에 가서 얘기해!”,
“양심도 없는 것들”,
“집에나 있지 왜 나와서 난리야?”,
“시민들을 볼모로 이게 뭐 하는 짓인가요? 공감을 받아야지. 이러면 누가 지지를 해? 올바른 방법으로 해요!”
차별버스를 막아 세우고 5분 정도가 흐르면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비난과 불평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언성이 높아지고 격양되는 현장 속에서 침착하게 ‘왜’를 이야기하기란 늘 어렵다. ‘비장애인만 타는 차별버스 OUT! 캠페인’을 하고 돌아온 날이면 (투쟁하고 온 날도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침대 위에 누워 생각한다. “아, 이렇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그러면 조금은 그들에게 우리의 목소리가 닿지 않았을까? 다음에는 꼭 이렇게 얘기해야지!” 하지만 매번 생각했던 이야기를 침착하게 다 해내지 못하고 울분 섞인 목소리만 토해내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력해질 틈도 없이 계속 나를 현장으로 이끄는 것은 “미주야, 투쟁의 일상화! 투쟁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차별버스 하나만 막고 가자!” 하며 지치지도 않고, 차별버스 앞으로 라벨지 하나 달랑 들고 거침없이 뛰어드는 동지들이다.
노들과 전장연의 투쟁은 늘 그러했다. 얼핏 ‘계란으로 바위치듯’ 무모해 보이는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 노들과 전장연의 투쟁은 결코 지는 법이 없다. 기필코 바위에 금이라도 내고야 마는 것이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말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동지들의 눈빛은 가슴을 뜨겁게 하고,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이 사회를 조금씩 천천히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세상’으로 데려간다. 비록 오늘은 ‘차별버스’ 1대를 막아 세우지만, 어느새 우리는 전국의 모든 ‘차별버스’를 멈추게 할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이 완전보장되는 그 날까지 지치지 말고 함께 싸워나가자. 투쟁!
비장애인만 타는 차별버스 OUT!!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