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127호 - [교단일기] 그냥 라인 수업 -코로나 시대 노들야학 온라인 수업 적응기- / 김진수

by 노들 posted Jan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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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냥 라인 수업

: 코로나 시대 노들야학 온라인 수업 적응기

 

 

진수 

통통하게 살고 있습니다. 통통!-

 

 

 

 

 

     코로나로 인해 노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시끌벅적 했던 복도, 단합대회 때마다 교실 밖으로 터져 나온 학생들의 노래 부르는 소리, 함께 모여 진행했던 총학생회의며 교사회의,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장소를 옮겨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코로나가 2단계로 접어들면서 노들은 전면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교실이 없어져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들의 수업은 계속 됐지만, 이번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의 수업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수업을 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일(천막 야학)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구성하는 일이고 그것은 서로에게 너무도 낯선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진수_교단일기1.jpg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생들의 온라인 환경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집에 인터넷은 연결돼 있는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씨는 갖고 있는지, 온라인 수업이 개설 된다면 접속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다. 생전 처음 집에 인터넷을 연결하거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한국인구의 96%가 사용한다는 카톡을 이제서야 하는 분들이 생겼다. 집에 인터넷을 설치할 수 없거나, 태블릿 피씨 혹은 스마트폰이 없는 분들 같은 경우는 노들에 나와 오프라인 수업을 하기로 했다. 그 다음 할 일은 가상의 천막야학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논의 끝에 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 후, 수업 별 줌아이디를 배정하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단톡방이 만들어진 끝에, 노들야학의 온라인 수업은 시작됐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자 개선해야 할 것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수업 중에 자주 끊기는 노들의 인터넷 환경을 더 좋게 하고, 교사와 학생들의 말과 표정을 더욱 자세하게 전달하기 위한 마이크와 카메라 장비가 필요했다. 교육청의 지원으로 장비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린 것처럼. 이번에도 노들과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의 요구가 없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이곳이 집인지 학교인지 헛갈리는 에피소드들로 그 중 몇 개를 말해 보자면, 수업을 듣는 중에 라면을 먹는다거나, 속옷만 입고 수업에 참여한다거나,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교사들은 ‘00님 지금 수업중이에요. 식사시간 아니에요~’ ‘00님 지금 화면에 00님 나와요. 혼자 있더라도 혼자 있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상황을 서둘러 수습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수업에도 약속이 필요했다. 온라인 수업 중에 발생했던 이런 상황들을 학생회에 공유하고 수업중에 서로 지켜야할 것들을 약속으로 정했다. 그 약속은 수업 중에 식사를 하지 않는다.’ ‘속옷을 입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수업을 들으며 장을 보러 다니지 않는다.’ 등이었다.

 

 

     어느덧 학생도 교사도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졌다. 인터넷이 끊기는 일도 없고, 학생분들이 수업중에 라면을 먹는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온라인 수업은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수업을 끝내는 방법이 화면을 꺼야한다는 점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나눴던 일상의 대화들이 줄었다는 점이다. 노들은 수업 끝의 수업 같은 것이 있다. 수업이 끝나더라도 수업 중에 하지 못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잇고자 했던 날들이 많은 곳이다. 이번에 온라인 수업을 기회 삼아 학생들 가정 방문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참 많았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아니다. 그것이 온라인 수업이든 오프라인 수업이든 서로의 삶의 거리를 이어서 좁히는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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