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탈시설운동에 함께 하고픈 사람들, ‘밖으로’
밖으로 나간다는 당연한 일상이 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꿈같은 일이라는 것.
이번 노들바람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의 주인공은 탈시설 프로젝트 모임
‘밖으로’ 팀입니다.
진행.정리 | 김진수 편집위원
1. 안녕하세요. 노들 장애인 야학입니다.
노들바람 독자들에게 ‘밖으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밖으로>입니다. 2020년 겨울. 탈시설에 대해 공부하고 또 알리기 위해 13명이 모였습니다. 탈시설이 얼마나 지금 중요한 문제인지 알리고 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화상회의로 만나며 탈시설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장애인 인권에 대해 공부하다가, 지금은 탈시설을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탈시설에 대해 이야기 들어본 적은 있어도 탈시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시설 밖 장애인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가장 쉬운 언어로 탈시설을 알리고 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나름의 결론을 내렸어요. 야학에서는 야학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활동가 선생님들은 활동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고, 탈시설 당사자들도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우리는 사실 그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지만, 우리 나름의 위치에서 탈시설을 위한 힘을 모으기 위해 모였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저희의 존재를 확인하실 수 있고, 매주 탈시설에 대한 이슈를 정리해서 카드 뉴스로 올립니다. 2021년 8월 중에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도 열릴 예정이에요.
2. 노들장애인야학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밖으로>가 생길 수 있었던 이유도 사실은 노들야학 덕분이에요. 2020년 연말에 홍은전 선생님의 『그냥, 사람』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거든요. 어딘가에서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종류의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구나, 세상은 계속 나아진다는데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느린 변화를 감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어요. 나름대로 세상이 나아진다고 믿고 싶었는데, 전혀 아닌 거예요. 여전히 버스와 지하철을 타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 원하지 않는 간섭을 받으며 사는 사람들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책을 읽고 저는 바로 노들야학에 가서 보조 교사로 일했는데 사실 전 전문성이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많진 않았어요. 그래도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정말로 많았어요. 책을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노들에 가니 그 사람들을 바로 제 눈앞에서 볼 수 있었으니까요. 민구 선생님의 타로 수업에서 보조했었는데, 타로는 뽑은 카드를 가지고 현재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종의 고민 상담 같은 거거든요. 타로에 대해 배우고 나서 학생분들이 직접 카드를 뽑고 고민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어요. 학생분들의 고민은 대부분 공공 근로를 내년에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무엇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결국은 장애인 고용이 불안정하니까 누구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계속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거죠.
집으로 돌아와서 계속 고민하다가 친구들에게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겠냐고 물었어요. 다행히 많은 친구가 탈시설의 시급함과 중요성에 대해 공감해줬고 13명이 모일 수 있었어요. 노들야학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노들야학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데 함께 해주실 수 있겠냐고 부탁드렸어요. 흔쾌히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3. 이번에 노들 장애인 야학 후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이야기 부탁드려요.
13명이 모여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돈을 모아보기로 했어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제품을 파는 거예요. 13명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결국은 노들의 힘을 빌렸어요.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 사실은 제일 강하니까요. 노들야학 학생분들이 그린 그림을 받고 인터뷰도 나누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그것들을 활용해서 엽서 꾸러미를 만들고 그립톡도 만들었어요. 우리가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탈시설을 알릴 수 있는 팸플릿도 준비했습니다. 모인 후원금은 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일차적인 비용만 빼고 모두 노들에 기부할 예정이에요. 누군가의 끼니가 되고, 누군가의 노래가 되고, 누군가의 그림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4. 앞으로 노들과 함께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까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단순히 ‘돈을 모으자’라는 목표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우리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점이 참 많았다는 걸 알았어요. 원래는 야학 학생분들의 사진으로 엽서집을 만들고 싶었는데, 사진 자체가 친화적인 매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놓쳤던 부분들을 알 수 있었고요. 제작비 상의 문제가 있어서 엽서집과 팸플릿을 점자로 내지 못한 게 아쉬워요. 나름대로 최선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배리어로 느껴지는 것들을 내놓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요.
<밖으로> 팀에서 ‘우리’의 위치를 어디에 두는지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당연하게도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고, 시혜적인 위치가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어요. 당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듯이, 분명히 비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그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이 프로젝트를 무사히 성공시키고 노들에 후원금을 전달할 수 있길 바라요. 그러고 나서야 다음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들 잘 부탁드립니다!
5. 마지막으로 노들에 바라는 것이 있으면 이야기 해주세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노들야학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공동체가 운영되는지 알 수 있었어요. 계속 나아가려는 노력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지도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물결에 함께했으면 해요. 노들은 노들대로 그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