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원재활원 긴급탈시설 투쟁
: 탈시설은 권리로서 보장되고 실현되어야 한다
여름 |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름입니다.
2020년 12월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장애인 114명이 거주하는 대형 거주시설 신아재활원(이하 신아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거주인 56명을 포함해 총 76명이 확진되었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10개월 이상 이미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고 당사자들은 시설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다만 동일한 조건에서 지내는 시설 종사자는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처럼 출, 퇴근을 했다. 낯선 바이러스에 대한 안전을 이유로 시설 거주 장애인의 모든 일상만 멈춰졌다.
신아원 긴급탈시설 투쟁이 시작되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행 중이었음에도 시설 안에서는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 바로 취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안전하지 않은 시설 안이 아닌 시설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어야 한다.1) 그러나 시설 측, 관할구청인 송파구청, 탈시설 정책의 책임자 서울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모두 우리의 기대를 보란 듯이 꺾으며 방역지침의 일환으로 코호트 격리 시행을 고수했다. 이미 집단 감염이 발생했음에도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한 시설 내 조건을 유지한 채 코로나 검사를 반복하고 건물을 소독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우리 사회가 안전하길 바라는 사람 중에 시설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장연)를 중심으로 긴급 탈시설 이행 촉구 투쟁을 시작했다.
탈시설을 결심한 계기,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
공감은 2016년부터 신아원 거주장애인들을 만나 탈시설자립지원을 하고 있다. 신아원 거주인들은 시설에서 나가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좀처럼 결정하기 어려워했다. 그들이 고민하는 이유는 너무 분명했다. ‘시설을 나가서 살려면 돈이 필요해, 그런데 나는 돈이 없어, 나는 시설 밖에 아는 사람이 없어, 길도 잘 몰라’ 그리고는 돈을 열심히 모으려고 최저임금보장도 되지 않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출근을 위해 자립지원프로그램 참여를 포기했다. 탈시설과 보호작업장 출근은 시설 거주인이 탈시설 후에도 보장 받아야하는 권리이지 양자택일할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짚을 것은 시설 거주인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시설을 나가서 살고 싶다는 사실이다.
작년 한해만 보더라도 공감의 탈시설자립지원에 참여하지 못하고 시설 안에만 있던 하늘 님이 탈시설을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 이후 서장연이 신아원 정문 앞에서 긴급탈시설 이행 촉구를 요구하며 농성 투쟁을 하고 있을 때 하늘 님은 분산조치로 시설 밖을 나와 병원에서 확진자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신아원으로 재입소를 해서 신아원 안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신아원 안에서 밖에서 들리는 투쟁의 목소리를 들으며 탈시설을 결심했다고 한다. ‘나도 탈시설을 할 수 있겠구나.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겠구나.’
당사자의 탈시설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아원과 서울시의 입장
신아원에서 30여 년간 살아온 하늘 님은 지난 2월 20일 장애인 거주시설을 그야말로 ‘탈출’했다. 탈출하기 전 하늘 님은 신아원 관할 구청인 송파구청과 공감 앞으로 탈시설 의사를 담은 편지를 발송했다. 한글 쓰기가 어려워서 편지쓰기는 다른 거주인에게 부탁해서 작성했다고 한다. 이 편지 발송을 알아챈 시설 종사자가 원장에게 전달하면서 거주인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는 원장이 책상을 내리치며 호통치는 것을 보고 놀란 하늘 님은 슬리퍼만 신은 채 신아원을 나와 공감으로 왔다. 며칠 후 공감 사무실로 도착한 하늘 님의 편지에는 ‘탈시설 하고 싶습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시설을 탈출한 하늘 님을 찾으러 공감에 온 신아원 종사자는 ‘(시설 종사자인) 내가 왔다고 전해주세요, 나를 보고 싶어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하늘 님은 할 수 있는 모든 표현과 온몸으로 신아원 관련자들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그러나 시설 측은 하늘 님이 타의에 의해 시설을 나간 것이 아닌지 의심하며 믿지 않았다. 종사자는 나름 당사자를 향한 걱정과 안쓰러움을 표현하고 싶은 듯 했으나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위선과 비존중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당사자의 탈시설 욕구에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당사자를 의심하는 시설 측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드러냈다.
장애인을 시설 거주하도록 함으로써 발생하는 권리침해를 멈추는 시작점 : 탈시설
신아원 앞으로 시설퇴소 요청공문과 하늘 님의 자필서를 함께 보냈음에도 신아원은 매일 공감을 방문해서 하루치의 약과 원하지 않는 먹을거리를 주고 갔다. 당사자의 탈시설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행보였다. 하늘 님은 이런 상황을 보고 ‘신아원이 수를 쓰는 거다’라고 단번에 정리했다. 시설에서 급하게 나온 후 임시거처에서 지내면서도 ‘신아원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 하늘 님은 신아원에서 살면서 입은 인권침해사안2)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하고 조사를 앞두고 있다.
30년 이상 시설 거주했던 하늘 님이 이제야 자신의 권리를 말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신아원에서는 ‘지적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서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인권침해가 있을 수 있겠냐’는 말로 시설의 책임을 회피하고 나섰고 이런 시설의 입장은 서울시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 들었다. 이럴 때 하늘 님은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입장에 놓인다. 그런데 앞서 탈시설을 요구하는 하늘 님의 의견은 시설 측에 의해 번번이 무시되었고 타의에 의한 일이라며 의심도 받았다. 지적 수준, 의사표현력, 자기결정권 등등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인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시설 거주로 인한 권리침해 회복은 탈시설이 권리로서 보장되고 실현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시에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타의에 의해 유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구체적인 권리로써 보장되기 위해서는 현재 시설(시설장)에 부여되어 있는 시설 거주인에 대한 책임과 권한에 맞설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 장애인이 왜 시설에 수용/감금되었는지 따져 묻고 그에 대한 책임자를 소환하고 처벌과 사과를 요구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거대하게 보이는 내용들이지만 이미 시설권력을 향한 균열은 진행 중이다. 애초에 항상 열려있던 시설문 앞에서 서성이며 넘어서지 못했던 하늘 님이 탈시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슬리퍼만 신은 채 시설문을 넘어섰다. 시설 폐쇄의 그날을 맞이할 탈시설 투쟁의 길에서 동지들이 서로 기운을 잃지 않고 연대감을 든든히 하며 갈 수 있기를 바란다.
1) 폐쇄적이고 집단 거주 방식의 수용시설이 코로나19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증명하는 자료는 많다. ①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은 나라에서 요양시설(Nursing home)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 중 42~57%에 이르렀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OHCHR, 장애인 권리와 코로나19(Disability Rights and COVID-19), 2020년, 비마이너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40)기사 재인용 ② 4배나 높은 집단거주시설 감염… 코호트 격리와 미온적 탈시설 정책이 원인 2020. 03. 03 더 인디고 (http://theindigo.co.kr/archives/17216)
2) (1) 코호트격리 상황에서의 외부와의 소통차단 및 정보 폐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가. 주거이동/의료행위 등에 대한 정보 미제공
나. 휴대전화 압수 및 사용 제한
다. 휴대전화 메시지와 통화 내역 감시
라. 외부 소통 채널 앱 삭제로 인한 메시지/사진 삭제
(2) 당사자의 탈시설 권리 침해 (「장애인복지법 제 57조」,「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가. 신아원 퇴소 제한으로 인한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행위
나. 사회활동 참여 및 타인과의 교류 제한
다. 장애인 비하 발언 및 행위
라. 진정권 침해
마. ‘인권지킴이단’ 및 ‘장애인생활시설실태조사’의 운영구조에 대한 조사 필요
(3) 문제행동에 대한 통제로서의 ‘화학적 구속’ (「장애인복지법 제 86조」)
(4) 종교의 자유 침해 (「사회복지사업법」 제1조, 「헌법」 제20조)
(5) 신체적 폭력 및 위협 (「장애인복지법」 제59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