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후원소식] 씨앗이들려준이야기_상호님인터뷰 by 핸수
씨앗이 들려준 이야기~**
‘노들’은 ‘상호’에게
: 다양성이 존중되고 공존하는 공간
- 때: 4월 5일 나무 심는 날 늦은 저녁
현수: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상투적인 질문이 많을 텐데 재밌게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어ㅎ(상호: 내가 좀 말솜씨가 부족해서^^;;) 노들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상호: 2005년에 군대를 막 제대했던 3월. 일단 제대만 하면 일도 구하고 잘 할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어. 일할 데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를 다시 하자니 나이도 많았고. 그러 던차에 민구형이 이런 이런 단체가 있는데 활동보조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추천을 해줬어. 민구형과는 군대동기인데 좀 각별하고 친했거든. 세탁실에서 초코파이도 같이 먹은 사이~ 그래서 믿을 만 했지. 민구형이랑 사회생활도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인연을 이어가는 겸 활동보조를 시작한 게 첫 인연이었지.
현수: 민구형은 군대 가서 처음 알게 됐던 거?
상호: 어. 민구형은 훈련소 가서 처음 봤어. 강원도 인제가 훈련소였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형이 하나밖에 없는 거야.(현수: 그래봐야 한 살 차이인데ㅋ) 음.. 그래도 나이 많아 보였어.ㅎ 요즘 수염 길렀던데 지리산 산장 주인 같고 잘 어울리는 듯^^ 군대생활하면서 서로 신뢰감도 많이 쌓게 되었고. 그리고 활동보조를 할 때 나는 성실한 활동보조, 민구형은 날라리 활동보조.ㅋㅋ
현수: 민구형에 대한 믿음직함이라는 이유 말고 활동보조를 하게 된 다른 동기는 없었어?
상호: 음.. 그런 건 있었어. 어려운 사람들과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색다른 경험도 되고, 그리고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현수: 처음 활동보조 했을 때 느낌은? 첫 장애인이용자를 만났을 때는 어땠어?
상호: 처음 장애인을 직접 대하는 계기가 활동보조가 처음이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무섭기도 했었어. 불안불안한 느낌도 있었고. 그런데 얘기를 하면 별 차이는 못 느꼈는데, 나 스스로가 더 조심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지레 걱정만 앞서고 그랬지.
현수: 활동보조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상호: 운전하는 활동보조를 많이 했었는데, 앞에 2명 타고 뒤에 휠체어 타신 분 3명이 탄 상태에서 내리막을 내려갈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에서 휠체어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면서 불안불안해 했던 기억도 있고. 예전에 밀양까지 투쟁하러 내려갔던 것도 기억나고.
현수: 노들센터 상근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뭐였어?
상호: 음..(현수: 특별히 생각 안 나면 ‘누가 꼬셨다’ 이런 거?) 어. 맞아.ㅎ 그 당시 센터에서 일했던 경희누나.ㅋ 그때 활동보조할 때는 내가 일하는 시간만 일하고 퇴근하고 헤어지니까 뭔가 미안하고 그런 거야. 어떤 일을 하던 같이 고민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래서 아쉽기도 했고. 그리고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도 느끼고 있었어. 그래서 경희누나가 나에게 상근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고. 그때 명륜동 사무실은 가족적인 분위기도 있고 해서, 같이 하다보면 재밌을 거 같아서 시작한거지. 그래도 결국 경희누나가 꼬신거지.ㅋㅋ 근데 경희누나는 꼬셔놓고 그만두고ㅋㅋ 그렇다고 배신감을 느끼거나 그러지는 않았어.ㅎ 하지만 그만둘 때 되게 아쉽더라.
현수: 노들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어려웠던 것은?
상호: 내 자신이 확 터놓고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혼자서 고민하는 성격이어서. 혼자 끙끙 앓다가 내 안에 쌓아두고. 그러다가 조금씩 지쳐가는 것. 그러다보니 1년밖에 못 한 거 같애. 좀 더 고민을 나누고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었다면 적어도 2년 이상은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노들 사무국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좀 뒤숭숭하고 어수선했던 영향도 있었고. 그리고 장애인운동하면서 나의 목표가 뚜렷이 없다보니까 쉽게 포기하고 그랬던 거 아닐까 싶네.
현수: 노들은 상호에게 어떤 곳이야?
상호: 노들은 개성 있는 사람이 많이 모이고, 의견도 굉장히 다양하고,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근데 어떻게 보면.. 장애인이라고 다 착하지 않은 것처럼, 서로 솔직히 화도 내고 그럴 수 있는. 다양성이 모여 있는 공간이랄까?! 깊은 고민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사회 나와 보면 그런 게 있는데, 고정관념이나 여러 가지 정해진 틀이 있다면, 노들에서는 그런 틀이 없고 다양하게 사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그러는 곳... 나도 잘 모르겠다.^^;
현수: 마지막으로 노들에 바라는 점? 노들이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도 좋을 것 같애.
상호: 내가 사회생활 하다 보니까 노들에 있을 때는 장애인운동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들을 수 있었는데 사회 나와 보니까 소식을 접할 기회가 드문거 같애. 그나마 노들바람이 거의 유일한 듯. 물론 노들에 아는 사람들 가끔 만나서 술 먹고 그럴 수도 있는데, 바쁘게 지내다보면 만나기도 어렵고 소식을 접하기가 힘들어. 그래서 소식을 많이 접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 현수는 트위터 하나? (현수: 교장샘이 되게 많이 하고 노들도 트위터가 있고)
현수: 이 질문은 편하게 답해줘도 좋을 거 같애. 가장 힘들게 했던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상호: 음.. 누가 있을까.. 한나 누나?! 맨날 술먹자고 해서?! 한나누나한테 혼나겠다. ^^;
내가 옛날에 포창마차에서 술을 먹을 때 술을 버리려던 게 벽으로 버려가지고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려서 혼났었던 일. 힘들게 했던 것 아니고, 그 기억이 나서^^;
현수: ^^ 오늘 인터뷰 정말 고마웠어.
상호: 후원자라고 이렇게 찾아줘서 나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