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겨울 125호 - [교단일기] 나는 ‘야매’ 선생입니다 / 정민구

by 노들 posted Jun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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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는 ‘야매’ 선생입니다

 

 

 

 

정민구

타로반 ‘야매’교사 정민구(재밌게 사는 게 인생 목표입니다)

 

 

 

 

 

 

     나는 타로카드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기에 나의 타로수업은 말하자면 ‘야매’다. 어느 날 문득 타 로를 배우고 싶어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가며 공부한 것이 전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을 준비 하며, 그리고 수업을 진행하며 나도 같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한다. (‘강학정신’이라고 우겨 볼...까?) 처음 수업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목표는 ‘타로카드를 통한 스토리텔링’이었다.

 

 

     첫 번째 수업목표, 타로카드를 통한 스토리텔링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카드는 78장의 카드로 구성돼 있다. 크게 ‘메이져 카드’와 ‘마이너 카드’로 나뉘 는데 메이져 카드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살아가는 과정에서의 굵직한 사건, 사고 등에 대한 상태와 조언을 담고 있다면 마이너 카드는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상대적으로 소소한 사건, 사고, 감정 등에 대한 상태 와 조언 등이 담겨 있다. 즉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지혜와 조언이 78장의 카드 안 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 타로카드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것이 이 수업의 첫 번째 목표이기도 하다.

 

 

‘내가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하고 있는 공공 일자리가 너무 좋은데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을까요?’

‘활동지원사를 바꾸는 게 좋을까요?’

 

 

     수업을 하다보면 누가 물어 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민을 말하게 되고 함께 타로점을 해석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집단상담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학생분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고민을 털어 놓으면 나는 있는 힘껏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하며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 어떤 카드 가 나오건 상관없다.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최대한 크게 부풀려서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타로카드는 여러 장의 카드를 뽑았을 때 전반적인 상황과 앞뒤 카드의 비치, 방향에 따라 다르게 해 석 가능하다. 해석하는 사람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간다는 말이다.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타로의 탈을 쓰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카드는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500년 전에 만들어진 카드인 만큼 비유와 상징이라는 것이 구시대적 편견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정된 여성성과 남성성이 존재한다. 여성은 풍요와 부드러움으로, 남성은 진취적이며 용감함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심지어 메이져 카드의 시 작은 ‘THE FOOL(바보)’ 카드이다. 바보가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교실에는 발달장애 가 있는 학생분도 계시기에 카드의 이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타로카드 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이 수업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카드에 내포된 고정 관념에 대해 얘기 나누다 보면 우리 안의 편견도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그렇게 너와 나의 생각을 나누는 것. 이것이 타로 수업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세 번째, 타로상담가 양성

     내가 수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장애인 ‘타로상담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 년 정도 타로 수업을 하며 이론을 다지고 나면 마로 니에 공원에 나가 ‘타로버스킹’을 해볼 생각이다. 무 료로 타로점을 봐주며 실력과 경험을 쌓고 들다방 한쪽 켠에 타로상담 부스를 만들어서...(앗. 이건 들 다방 사장님한테 비밀)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 다. 하지만 상상해 보라. 영애누나가 휠체어에 누워 타로상담해 주는 모습을. 너무 멋지지 않은가. 나중 에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대학로’ 하면 ‘연극’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타로상담’을 떠올리게 될지 누가 아나.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기에 ‘점’ 보는 거 아닐까. 

 

 

 

 

 

 

정민구_교단일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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