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다방과 단골들’이 만드는
‘날 보고 싶다면’
2020년 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파견지원사업 이야기
치명타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시스템이 이들의 자리를 넘볼 때 발생하는 의문과 반응을
시각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노들장애인야학과 만나 <노들라이브(2019)>,
<날 보고싶다면(2020)>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들다방의 아이스 초코를 부지런히 마시며,
노들장애인야학과 연대하고 싶습니다.
“치명타 선생님 안녕하세요.”
음료를 주문하러 들다방 카운터에 들어설 때면, 바리스타 준한님께서 건네주는 인사입니다.
그러면 저도 반갑게 “준한씨,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음료를 주문합니다. 오늘의 선택은 늘 그렇듯 아이스 초코입니다. 그리고 익숙하게 들다방의 빈자리를 찾아 앉습니다. 승희님과 준한님이 만들어준 아이스 초코를 두어 모금 마실 때쯤, 함께 작업하는 민우씨, 제형씨, 세영 감독님, 택용 작가님, 흥구 작가님이 들어옵니다.
유미 선생님과 임당 선생님까지 착석하면 멤버가 모두 모였으니, 오늘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저와 다섯 명의 예술인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예술로(路)>를 통해 노들장애인야학을 만났습니다. 이 중에는 노들장애인야학과 2019년부터 만남을 시작한 이도 있고, 처음 협업을 진행한 이도, 아주 오래전부터 동행한 이도 있습니다. 각자 다른 온도와 이유, 기대가 있었겠지만, 올해 우리가 집중한 것은 노들장애인야학 구성원들이 투쟁과 축제, 열정과 환호의 순간에 다 함께 부를 수 있는 댄스음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술인 중에 싱어송라이터가 있고, 디자이너가 있고, 영화감독과 사진가까지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최고가 아닌 유일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토론을 했습니다.
임당 선생님과 유미 선생님의 소매를 붙잡고 도와주십사 요청도 여러 번 했습니다. 드디어 노래의 작사 작곡, 가녹음이 완료되어 ‘이제 다듬는 일이 남았구나.’ 했을 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온라인 회의와 부족한 제작비였습니다.
사실 다른 것도 많이 남긴 했는데, 글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과장해서 써보았습니다.
아무튼, 이대로 가녹음본을 노들장애인야학에 투척하고 모르쇠 하기에는 노래가 꽤나 흥겨웠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통해 우리가 노들장애인야학과 함께 말하고자 하는 가치가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비장애인이 그어놓은 규칙과 경계를 벗어나 내가 부르고 싶은 가사대로 노래하고, 박자가 아닌 내 몸에 맞춰 흔들며 춤추는, 능동적이고 다양한 표현을 가진 장애인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한 관계로 만나기 위해 ‘공평한 준비’를 해야 함을 요청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업 기간이 종료되었어도, 각자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바쁘더라도 끝까지 해보자, 라는 각오를 다잡았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인 부족한 제작비를 벌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야생 정글에 입장했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글이 게재될 즈음엔 펀딩을 무사히 마치고 스튜디오에서 곡 녹음작업을 하고 있겠지요? 부디 그러하길 바라봅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종횡무진 존재감을 뽐내어 사람들을 집 안에만 머물게 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난 속에서, 제가 좋아하는 들다방의 아이스 초코도 언제쯤 차분히 앉아 마실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상상해봅니다. ‘마스크 없이 들다방에 입장합니다. 들다방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음료를 마시고 있습니다.
운 좋게 한 자리를 발견하고, 카운터에 입장합니다. 준한님이 인사를 건네주십니다. “치명타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준한씨 안녕하세요.” 아이스 초코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고소한 커피향을 맡으며 음료를 기다립니다. 곧 익숙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옵니다.
♬ 지금 내 이야기 다 끝나지 않았지. ♪ 우리가 만든 곡, <날 보고 싶다면>의 첫 가사입니다.
음정, 박자 따위 상관없이 내가 내키는 대로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아이스 초코 나왔습니다.” 음료를 픽업하려고 일어서다가, 앗. 다른 사람 거네.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과 함께 말하고자 하는
가치가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비장애인이 그어놓은 규칙과 경계를 벗어나
내가 부르고 싶은 가사대로 노래하고,
박자가 아닌 내 몸에 맞춰 흔들며 춤추는,
능동적이고 다양한 표현을 가진 장애인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