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위해 나아가자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2012년 8월 21일, 광화문 지하역사 내에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폐지 농성장’을 차린 후 1842일을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농성장 방문 후 우리는 농성을 해단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농성장의 영정을 조문하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우리 사회 복지의 나아가야 할 길임을 천명했다. 최한 빠른 시일내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을 넣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표명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2차 종합계획 발표를 앞둔 7월 23일부터 우리는 광화문역에서 다시 농성을 진행했다. 지난 8월 10일에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차 종합계획안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계획을 담지 않았고, 농성은 8월 12일에 마무리되었다. 이 글에서는 현재까지 진행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진척 단계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투쟁이 현재까지 이룬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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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
의료 |
주거 |
교육 |
2015년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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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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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
수급가구와 부양의무자 가구 양쪽에 중증장애인 혹은 노인을 포함하고 소득하위 70%에 속할 때 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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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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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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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
부양의무자가구에 소득하위 70% 이하 중증장애인 중증 장애인이나 노인이 포함된 경 우 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만 30세 미만 한부모가구, 보 호종료아동 수급(신청)자에 대해 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
부양의무자가구에 소득하위 70%이하 중증장애인이 포 함된 경우 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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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
중증장애인이 수급가구에 포 함되어 있을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부양의무자 재산9 억, 연소득1억 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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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
노인, 한부모가구에 대해 부양 의무자기준 완화(부양의무자 재산9억, 연소득1억 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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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
모든 가구에 대해 부양의무 자기준 완화(부양의무자 재 산9억, 연소득1억 미만) |
부양의무자가구에 기초연금 을 받는 노인이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기준 미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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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폐지 계획 아직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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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15년 법 개정으로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가 각각의 선정기준을 갖는다. 부양의무자기준은 2015년 교육급여에서 처음 폐지되었고,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두 번째로 폐지되었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30세 미만의 한부모가구, 보호종료아동 및 중증장애인이나 노인가구 등 가구원의 특성에 따라 일부 완화조치가 있었다. 2019년부터는 중증장애인가구의 부양의무자가 연 1억 원의 소득이나 9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완화 방안이 시행되었다. 이 완화 방안은 2022년까지 전 가구로 확대 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주거급여 수급자는 2020년 7월 현재 186만명으로, 2018년과 비교해 약 51만명 늘어났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남아 있다. 첫째, 연소득 1억 원이나 재산 9억 원이 아무리 높다 한들 부양의무자기준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문제다.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라도 남겨놓는 것은 이로 인한 사각지대를 잔존시키는 것이다. 이는 가족의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없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만으로 공공부조의 대상이 어야 한다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한다. 두 번째로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점이다. 2차 종합계획에 반영된 2022년까지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안의 경우 1차 종합계획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던 내용에 불과하고, 완전 폐지를 위한 앞으로의 계획조차 명시하지 않아 정부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느슨하게 메었다 해서 목줄이 아닌 것은 아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목표는 한결같다. 현재도 73만명에 이르는 부양의무자기준 사각지대, 즉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빈곤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수급자조차 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수급권을 보장하는 것이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빈곤층 복지사각지대를 남겨둔 채 더 나은 복지제도로 나아갈 수는 없다.
두 번째, 가난한 이들의 가족에게 복지의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길을 걷는 사람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아도 ‘빈곤의 대물림’은 잘못 되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제도는 부양의무자기준을 통해 빈곤의 대물림을 방조하고 있다. 수급가구와 부양의무자 양쪽이 모두 1인가구일 때,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되는 소득기준은 246만원이다. 246만원을 벌어 혼
자 사는 나와 혼자 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라 말하는 것이 바로 부양의무자기준이다.
마지막으로 부양의무자기준의 존폐 여부는 한 사회의 복지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말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빈곤의 책임을 가족과 개인에게 돌릴 것인가, 빈곤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빈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회적 위험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빈곤에 따른 고통을 오롯이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해
서는 안 된다.
기초생활보장, 가족이 아닌 국가의 의무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목숨을 잃은 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탈시설을 선택하지 못하고 냉가슴을 부여잡던 시간들, 수급신청을 위해 가족관계 단절을 입증하는 ‘가족관계해체사유서’를 작성하며 느껴야했던 복잡한 감정, 자신의 가난을 가족들에게 알릴 수 없다며 수급신청조차 포기하고 거리를 떠돈 밤들, 어디서도 도움 받을 길이 없다는 막막함.가족관계에 의해서 급여 보장여부가 결정되고,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가족관계를 털어놓아야했던 부양의무자기준은 가난한 이들에게 벌어진 매우 구체적인 차별이었다.
“저의 인생은, 어릴 때는 어머니의 짐이 되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자식들의 짐이 되고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한평생 짐이 됐는데 자식들에게까지 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3대적폐 폐지공동행동>의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삭발을 진행하며 박능후 장관에게 위와 같은 편지를 띄웠다. 우리는 누구의 짐도 아니다. 장애가 있거나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존엄을 잃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인간답게 살 수 없다.
1842일의 농성을 통해 달성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약속은 여기서 멈췄다. 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우리의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