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집회 불허한 경찰에 법원 '기본권 침해'

by (사)노들 posted Oct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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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집회 불허한 경찰에, 법원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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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잇따른 집회 불허에 장애인단체 소송 제기
민변 “경찰, 집시법상의 권한 남용하고 있다” 비판
2014.10.18 00:16 입력


▲10월 17일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장애인 참가자가 행진하는 모습

경찰이 장애인들의 집회·행진 신고를 잇달아 불허한 것에 대해 법원이 이는 기본권 침해라며 집행 정지 결정을 내렸다.

 

지난 8월 5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아래 센터판)은 서울 종로경찰서에 8월 21일에 있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결의대회’를 신고하면서 종로에서 광화문광장까지 행진신고를 냈다. 그러나 종로경찰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 제12조 제1항 교통소통을 위한 제한 등을 근거로 금지통고를 내렸다.

 

이어 경찰은 센터판이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에 보신각부터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겠다는 신고에도 같은 이유로 '불허'를 통고했다.

 

현재 집시법에선 신고를 접수한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가 집단적인 폭행, 협박 등으로 공공의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거나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면 금지할 수 있게 돼있다.

 

이에 근거해 종로경찰서는 센터판의 17일 행진신고에 “대통령령이 정한 주요 도시·주요 도로(종로 및 세종로)에 해당하여 신고한 1개 차로로 방송차량을 이용하여 행진했을 시 주변 차량 소통과 시민 통행에 불편을 줄 것이 명백”하고 이전에 행진을 시도하다 이를 차단하는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바 있어 공공질서에 위협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 통고했다.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가 잇따르자, 장애인단체들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10월 1일 경찰의 행진금지통고처분에 대한 집행정치신청과 취소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15일 경찰의 판단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집회 신청인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 위험이 있다”라며 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결정문에서 “시위는 금요일 퇴근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종료되므로 도로가 가장 혼잡해질 시간은 피했다고 여겨지는 점, 도로 1차로만을 이용하여 행진할 것이라고 신고했으므로 시위가 예정된 도로 전부에 대한 소통이 제한되는 것도 아닌 점, 예상 참여인원이 200명 안팎으로 교통 소통에 심각한 불편을 야기할 만큼 참여인원이 크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집행 정지 사유를 밝혔다.

 

법원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장애인단체들은 “행진 금지 통고의 위법성에 대해선 취소 소송을 통해 계속 다툴 것”이라며 “집회 및 행진에 대한 무분별한 금지통고 문제에 대해 경찰이 경각심을 갖기 바란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경찰의 무분별한 불허 통고에 맞선 ‘전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장애인집회에 대한 경찰의 불허 통고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국장은 “2009년 이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경찰은 불허 통고를 내렸다.”라며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도시 내 보행환경의 미비로 일상에서도 차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진 성격상 다수의 휠체어 이용자가 이동하니 차도로의 이동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경찰은 차도로 나갈 경우 집회 신고가 되지 않았다며 집시법 및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중증장애인들에게 수천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정작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집회에 나섰던 중증장애인들은 벌금을 견디지 못해 자진 노역으로 감옥에 가기도 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신훈민 변호사는 경찰이 집시법상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집시법상에 명시된 경찰의 금지권한은 일반 시민의 기본권과 집회·결사의 자유 양자가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조율하라는 것이지 일반 시민의 통행권이 집회·결사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다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경우, 집회의 이유가 생존권과 연결되어 있다.”라며 “집회·결사의 자유는 어느 정도의 교통방해를 전제로 하는데 경찰은 교통장애를 이유로 무조건 금지통고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경찰의 자의적인 법 해석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실상 집회와 시위를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전락시킨다며 이미 헌법 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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