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자,

by (사)노들 posted Oct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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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자”, 장애인·빈민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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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
“빈민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 분노
2014.10.17 18:42 입력

▲10월 17일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장애인, 철거민, 노점상, 노숙인, 에이즈 감염인 등 이 땅의 빈민들이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자”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한 장애인이 박근혜 정부의 ‘깡통복지’를 꼬집으며 전동휠체어에 ‘깡통복지’를 차고 행진하고 있다.


10월 17일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장애인, 철거민, 노점상, 노숙인, 에이즈 감염인 등 이 땅의 빈민들이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자”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빈곤에 반대하는 사회시민노동단체로 구성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아래 1017 조직위)’는 17일 오후 1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에서 출정식을 열고 반빈곤 연대로 세상을 바꾸자는 결의했다.

 

이들은 빈곤으로 숨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번 150만 원으로 50만 원의 월세를 내야 할 때도,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대출을 받고 추심에 시달릴 때도 아무도 없었다”라며 “가난한 이들에게만 혹독한 이 세계가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삼성전자 임원들의 연봉은 노동자 평균의 145배에 달한다고 한다. 12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누군가는 매달 받고 있다”라면서 “가진 자들의 증여세는 감세하고 담배와 주류,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서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항목에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 의료, 철도, 수도와 전기, 가스 같은 최소한의 공공재를 시장경제에 맡기는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점차 심화하는 불평등을 지적했다.

 

또한 1017 조직위는 정부의 가난한 이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고 성토했다. 1017 조직위는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구걸행위를 금지하더니 부정수급을 근절하겠다며 기초생활수급자, 복지수급자들을 예비범죄자화 했다”라며 “거리 노숙인을 유인, 감금하고 의료수가를 챙겨온 병원에겐 그 죄를 묻지 못한다. 거리 미화, 불법을 들먹이며 노점상을 폭력적으로 단속하는 한편 잘못된 개발정책으로 인한 철거민들의 문제 해결에는 무책임하다”라고 꼬집었다.

 

▲“빈곤 철폐”를 외치며 행진하는 사람들

 

출정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동대문을 지나 마로니에 공원까지 퍼레이드를 벌였다. 풍물패와 하자센터 ‘페스테자’가 공연으로 흥을 돋웠고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각자의 요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반빈곤 철폐를 외쳤다.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한 이들은 곧이어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만민공동회에선 노점상, 철거민, 장애인, HIV/AIDS 감염인, 노인, 사회복지노동자,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이 나와 처참한 현실을 폭로하고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를 규탄했다.

 

전국노점상총연합 김장용 수석부위원장은 “노점상들에겐 식품위생법 등의 고소·고발로 수십만 원의 벌금이 매겨진다”라며 “오늘 아침에도 강남에 용역 100여 명이 들이닥쳤다. 스스로 먹고살겠다는데 나라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 차게 한다.”라며 분노했다. 

 

전국철거민연합 조규승 위원장은 “이 나라가 국민을 철거민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오늘도 경기도 화성, 인천 동암 등에선 행정대집행이 이뤄졌다. 정부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라고 규탄했다.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의 박남훈 씨는 “에이즈 감염인 대부분은 직업도 가질 수 없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간다. 고시원, 쪽방조차 구하지 못하면 거리에서 생활해야 한다.”라며 “아파서 병원 가려고 해도 병원비가 두려워 가지 못한다. 살길이 막막하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홈리스행동 한정우 씨는 “얼마 전까지 노숙인 자활근로로 6개월짜리 비정규직 일을 했다. 이제 다른 일을 구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구해야할지 막막하다.”라며 “고시원 월세 20만 원 내기도 빠듯하고 아파서 병원에 가도 수급자가 아니어서 비급여 적용을 받는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철거민, 노점상, 노숙인 등 도시 빈민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과 최저임금·최저생계비 인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복지를 파괴하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가난하고 차별받는 이들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을 결의했다. 

 

▲1017 조직위가 17일 오후 1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에서 출정식을 열고 반빈곤 연대로 세상을 바꿀 것을 결의하고 있다.

▲“전체 빈곤율 14.6% 노인 빈곤율 48.1% 700만 명의 빈곤층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단 130만 명” 1017 조직위 퍼레이드 차량에 오늘날의 빈곤을 알리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뒤에 보이는 맥스타일(maxtyle)은 과거 노후화된 흥인시장을 철거하고 세워진 건물이다.
▲출정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동대문을 지나 마로니에 공원까지 퍼레이드를 벌였다. 행진하는 장애인 대오.

▲“나의 집은 1.5평 고시원” HIV/AIDS 감염인들이 자신이 머무는 고시원의 실제 크기 1/2에 해당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하자센터 ‘페스테자’가 난타 공연으로 퍼레이드의 흥을 돋우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만민공동회.
▲사회복지노동자들이 노동의 권리는 보장하지 않고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노동 복지 현실을 규탄하는 분장과 피켓을 들고 있다.
▲복지를 파괴하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이윤보다 생명이 앞서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결의하는 참가자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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