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123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노들아 안녕. 민구에요 / 정민구

by superv posted Sep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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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은 사랑을 싣고]

노들아 안녕. 민구에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서 활동 시작한 민구 이야기

 

정민구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도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싶은 밍구입니다. 

 

 

 

1 누구세요?

 

저는 2008년 초부터 시작해서 2017년 12월 말까지 야학에서 상근 활동을 한 민구에요. 지금은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3개월차 신입활동가입니다.

 

 

2 무슨 일 하세요?

 

먼저 발바닥 소개를 하면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 활을 지원하는 활동을 중심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예 요. 그곳에서 저는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당사자분들의 삶을 촬영해서 영상으로 그분들의 자립생활의 모습을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루디아의 집이라는 거주시설에서 장애인에 대한 학대와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해서 특별조사단이 꾸려졌어요. 조사단원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죠. 제가 하고 있는 활동은 위의 두 가지와 발바닥이 올해 15주년이 되는데 이를 기념해서 발바닥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15주년 기념 본 행사 준비도 하고 있어요.

 

 

3 재미 있나요?

 

재미있어요. 그런데 사실 좀 불안한 건, 나는 처음 해보는 일들은 다 재밌어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이 정말 재미있는 것인지, 아님 새로운 활동이어서 재미 있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재미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조금 심화반으로 들어온 느낌이 있어요. 노들야학에서 기초반에 있었다면 발바닥에서 심화반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온 느낌이 개인적으로 있어요. 예를 들면 노들야학에서는 탈시설하는 분들이 야학에 다니면 그분들과 함께할 것들을 고민을 했잖아요. 석암에서 나오신 분들과 어떻게 공부를 하고 그 분들의 삶을 나누고 하는 구체적인 활동들을 했다면 발바닥에서는 조금 다른 활동을 하고 있어요. 모르는 게 많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탈시설 관련된 서울시나 국가의 정책에 대한 공부도 하고, 루디아의 집 같은 경우는 나오시는 분들에 대한 초기지원을 하고 있거든요. 상담부터 시작해서 지원주택을 신청하고, 활동지원을 신청하고, 시설에서 나와서 초기에 해야 하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개인적인 느낌은 조금 더 탈시설 자립생활에 대해서 심화반에 들어온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참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원래 공부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정부 정책 이나 방향에 대해서 고민을 안 할 수 없고 해야 하니까. 그래서 조금 안목을 넓게 가지게 되는 요즘인 것 같아요.

 

 

4 노들 밖에선 뭘 했나요?

 

야학 상근 때 주된 업무가 인권교육이었어요. 야학을 그만두고도 주된 활동은 인권교육이었죠.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면 좀 좋았어요. 타이트하지 않게 느슨한 형태로 돈을 조금씩 벌면서 활동의 끈도 놓지 않고. 그게 한 3년 정도였어요. 생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활동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은 다른 곳에서 벌고 활동에 대한 고민은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다른 자격증을 공부하고 취득하기도 했어요. 저는 사회생활이 노들이 처음이었는데 노들 이외의 공간에서 일을 할 생각을 하고 알아보다보니 세상이 녹록치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일단 일자리가 없어요.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이 들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조건으로 서울에서 일하기가 힘들다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다고 당장 서울을 벗어날 순 없었고. 그래서 발바닥 활동을 시작한 것도 있죠. 당장 일을 해야 했으니까. 돈을 벌어야 했기에 발바닥 활동을 시작한 것이 컸어요. 사실 이번 주 일요일에 국가기술자격시험을 하나 또 봐요. 아직 좀 불안한 게 있어요. 노들야학을 그만두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가 든 활동가가 활동을 그만둔다라고 했을 때 드는 막막함, 불안함들이 되게 크게 느껴졌었어요. 그러면서 자격증이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격증이라고 하는 게 하나를 따면 연관된 것을 하나 더 따게 돼요. 유사 자격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따 놓은 게 아까워서 이번 주 일요일에 하나 더 봐요.

 

 

5 왜 노들이 아닌 발바닥을 선택했나요?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제가 새로운 걸 좋아해요. 안 해본 거, 안 먹어본 거, 안 만나본 사람. 새로운 것에 대 해서 두려움이 없는 편이에요. 그것을 즐기고요. 그래서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면 노들이 아닌 다른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때마침 내가 놀고 있을 때 상근활동을 제안해준 곳이 발바닥이었어요. 그래서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진 것이 크죠. 그리고 2008 년 석암에서 여덟 분이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투쟁을 하셨잖아요. 그 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당시에 홍은전이 중심이 돼서 여러 가지 일들을 발바닥과 협력을 했었어요. 사랑이는 탈시설 학교를 지원하기도 했었고. 탈시설하면 발바닥이라고 공식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잖아요. 탈시설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발바닥이라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6 앞으로는 어떻게 지내고 싶나요?

 

가끔 영애누나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데 영애누나가 자꾸 야학 교사를 하라고 볼 때마다 하거든요. 난 참 영애누나가 좋아요. 누나랑 얘기 하는 것도 좋고 그래서 ‘야학 교사를 해야지’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하고 있어요. 지금은 내 코가 석자라서 너무 바빠요.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안 생기고. 언젠가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영애누나랑 같이 수업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해요. 저는 별로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어서 흘러 가다 보면 무언가 재미난 것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인생은 우연이 크다라고 봐요. 살아가다 보면 재미나게 살아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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