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담고, 마음도 담고
포토 에세이
‘발’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지만
정작 자신은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관심이
그들에게 가 있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 존재가
간혹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이
그동안 함께 해왔던 익숙함과는 별개로
매우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노들야학의 학생이 썼던
한 편의 시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의 발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솔직하고도 유쾌하게 써 내려간 그 시는
노들야학 백일장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었던 시였습니다.
그 시를 다시 한 번 소개하고 싶어서
여기 저기 수많은 사진들을 뒤적였는데
어찌 이리 발을 보기가 힘든지...
우리 몸의 사진도 우리의 사회를 닮았나봅니다.
이 시간
그 쓰임과 상관 없이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발들에게
심심한 사과와 경외를 표합니다.
아니! 내 발에서도 냄새가?!
-이정민-
(지금부터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을 쓰려고 한다. 내가 야학 오기 전에 집에만 있을 때다.)
언니! 언니한테서 냄새가 나.....
TV를 보고 있는데 여동생이 조심스레 하는 말.
악! 나는 천둥이 치고 벼락이 치고, 집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윽..... 세상에
그날부터 난 나의 몸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냄새는 발에서 났었던 것이다. 내 발에서..... 냄새가 꼬린내가.
말도 안 돼! 내 발에서 냄새가 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사실... 좀 창피한 얘기지만 위생에 대해서는 내발은 신경을 안썼다.
아니, 항상 소외시켰다. 음... 샤워를 해도 안 씻어주고 불쌍해라.
나는 내가 걸어다니지 않으니깐. 내 발에서는 냄새같은 것이 안나는 줄 알았다.
아니 냄새라는 거는 아주 없는 줄 알았다. 상상을 못했으니까 말이다. 나의 작은 왼쪽 발가락들은 좀 촘촘히 붙어 있어서 물기가 있고 축축하고, 그러면 안 좋을꺼 같다. 요즘은 발가락 사이가 뽀드득 뽀드득 뽀송뽀송하라고 존슨즈베이비파우더를 뿌려주지.
햐~! 내 발가락들은 주인을 잘 만나 팔자도 좋지. 푸하하하
엄마한테 말씀드렸다. 내 발에서 냄새난다고.(꼬린내 ㅋㅋ) 무좀에 걸렸다고 그러신다. 아하! 나도 그런거에 걸리는구나.
그렇구나. 몰랐어.
다른 사람들의 것과 같구나. 내발은 발이 아닌줄 알았다. 찐짜! 씻지도 않고, 신경도 안 썼으니 말이다.
지금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
장애인 발도 발이다!
본 기사는 노들바람 2007.1. 특집호 기사 중에서 발췌하여 재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