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을 알려주마]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서 활동 많이 해요
평원재에서 최근 이사한 추경진 활동가 이야기
박미주 | 노들센터 자립옹호팀에서 권익옹호 활동하고 있는 박미주입니다.
추경진 | 아무생각 없이 즐겁게 살고 싶은 노들센터 권익옹호 활동가 추경진입니다.
미주 : 거주시설에서 살다가 ‘평원재’로 오게 됐는데 그 당시,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경진 : 좋았던 건 서울에서 내가 살던 곳에서 살 수 있었던 게 좋았다. 서울은 나의 젊었던 추억이 다 있던 곳이라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는데 변화된 서울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힘들었던 건 평원재로 나온다고 얘기되고 나오기까지 2년이란 세월이 걸렸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되게 지루하고 불안했고 ‘진짜 나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나올 때는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한 가지밖에 없었다.
미주 : 시설에 얼마나 계셨었죠?
경진 : 시설에 15년 정도 거주했다. 2001년도에 시설에 들어가서 2016년도에 평원재로 나왔다. 시설에 있을 때 평원재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같이 시설에 있던 사람이 평원재에 들어가서 너무 좋다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당시 ‘서울시에서 1년 동안 거주하면 체험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조례가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았었다. 체험홈에는 5~6년, 최장 7년까지 살 수 있다고 했다. 7년 정도면 내가 원하는 돈을 모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16년도 초에 조례가 없어졌다. 통보도 없이 조례를 없앴다. 서울시에서는 ‘타지역 시설에서 살던 사람까지 우리 체험홈에 입주 시킬 여력이 없고, 책임지고 싶지 않다.’ 그런 입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시설에 나가서 월세를 내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있었다. 평원재의 취지가 그것이었다. 자립을 준비하는 동안 지원해주는 것.
미주 : ‘평원재’에는 얼마동안 거주하셨나요?
경진 : 2016년~2019년 12월. 만 4년 거주했다.
미주 : 작년 12월, 평원재를 나와 이사를 하셨는데 이사 준비를 하면서 가장 고려했던 조건은 무엇인가요?
경진 : 일단 돈! 돈에 맞추는 게 제일 중요했다. 1억 2천만원을 서울시에서 융자를 해줬는데 그 돈으로 서울에서 집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성북부터 훑어 내려왔다. 방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직방, 다방 등으로 봤을 때 돈이 맞는 건 많았는데, 직접 가보면 엘리베이터가 없고 턱이 있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곳이 많았다. 처음에 여러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어봤다. 친구 중 한 명은 임대 아파트가 됐었는데 살던 방이 안 빠져서 못 들어간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듣고 집에 들어갈 때도 들어갈 때지만, 임대아파트가 됐을 때 빨리 나갈 수 있는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등을 알아봤는데 없었다. 성북과 미아리를 가봤는데 그 돈으로는 턱도 없었다. 한참을 돌아다녔다. 노들센터와 가까운 곳을 이왕이면 구하고 싶었는데 힘들었다. 성북에는 방이 아예 없었다. 미아리도 안쪽으로 많이 들어가야 했다. 안쪽에서 나오는 게 힘들다. 미아리는 연립주택이 많았는데 파는 가격이 2억인데 전세가격이 90%였다. ‘잘못하면 깡통 차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빠지기 힘들고 집주인이 배 째라는 식이면 전세를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근저당 설정, 확정 일자’ 같은 게 되게 중요하다. 복덕방을 2~3곳을 돌았는데 조건에 맞는 아파트는 없다고 했다.
장애인이 왔다 갔다 하기에 아파트가 편하다. 가정집은 있긴 했지만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 그래서 미아리는 한 군데 정도만 돌아보고 포기했다. 빨리 포기하고 속 편하게 노원 쪽으로 갔다. 노원 부근에는 방이 그래도 꽤 많이 나와 있었다. 성북이나 미아리는 복덕방에 물어봤을 때, 1억 6천으로도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노원 쪽은 꽤 있었다. 노원에서 2개 정도 보고 그냥 바로 계약했다. 근저당 설정을 안 해주겠다고 해서 2년에 38만원주고 내가 직접 집 보험을 들었다. 보험의 정확한 명칭은 지금 기억이 잘 안 난다. 아, 그리고 집 안을 볼 때는 화장실 수리, 리모델링이 돼있는지도 유심히 봤다. 욕조가 있으면 너무 불편하다. 욕조가 있는지 없는지도 중요하다. 욕조가 있는 것과 없는 게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차이가 많이 난다.
미주 : 집을 정해서 계약을 한 후,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힘들거나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나요?
경진 : 이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크게 힘든 건 없었다. 도배를 할까 고민하다가 깨끗해서 부분적으로 했다. 현재 집에 오래 살 생각이 없었다.
미주 : 지금 사는 집은 어떠신가요?
경진 : 만족한다. 큰 곳에 살다가 작은 곳으로 오니 며칠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화장실이 좁다보니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어서 그게 좀 불편하다. 화장실 앞에서 활동지원사가 나를 들어서 옮겨야 한다. 공간이 좁아서 활동지원사들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도 씻는 데는 크게 지장은 없다. 그래도 이 집이 수납공간이 많다. 옛날 집이라 냉장고 들어가는 자리가 작아서 냉장고를 안방에 두고 원래 냉장고 자리에는 서랍장을 뒀다. 올해 4월에 또 이사를 나갈 수도 있다. 임대아파트를 10월인가 11월인가에 신청했었다. 서류까지 접수했다. 길음역 쪽인데 4월에 발표가 난다. 현재 임대아파트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미주 : 끝으로 ‘자립’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경진 : 시설에 있다가 자립하려고하면 일단 활동지원사와의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한다.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게 제일 좋다.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도 안 좋다. 한 사람에게 깊이 들어가다 보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활동지원사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되는 경우들을 많이 봤다. 활동지원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지, 끌고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돈 모으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한다. 많이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모을 수 있도록. 들어오는 돈에서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얼마를 저축할지 생각을 해야 한다. 자조모임, 센터 등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서 활동을 많이 해서 친구, 선·후배를 많이 사귀면 좋겠다. 원하는 정보, 내가 몰랐던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으면 유리하고 편하다. 많이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하게 듣는 소리가 많다. 그걸 듣고 나에게 맞게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