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주택 체험형을 반납하며..
최정희 | 센터판 자립생활주택 체험형 전 코디네이터.
자립생활주택 다형이 될 때까지 인디언 기우제 중인 최정희 활동가입니다.
2020년 2월 19일
센터판에서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2년간 자립생활주택 체험형 운영사업에 선정되어 현재 2019년 11월 말까지 1년 8개월 운영하였습니다.
서울시에 자립생활주택 체험형 운영의 어려움을 알리고 대책을 제안하고 자립생활주택 체험형을 운영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서울시는 예산부족으로 지원이 어렵다고 하여 반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시범사업이 끝나기 전 2019년 12월에 반납이 승인되어 자립생활주택 체험형은 반납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습니다.
자립생활주택 체험형 반납의 결정적 사유는 다른 자립생활주택 가, 다형과 구조적으로 다른 상황이 배경이 되었습니다.
1) 자립생활주택 체험형 입주자들은 거주시설을 퇴소하지 않고 활동지원 서비스를 못 받아서 1년을 운영해보니 대체인력비 5,200만원이라는 자부담의 어려움
2) 1명의 활동지원사가 2명의 이용자를 지원 시 안전상의 문제
그렇지만 거주시설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위해 필요한 자립생활주택 다형으로 신청서 제출, 현장 실사, 면접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자립생활주택 다형 성북구, 강북구 2곳을 신청해서 면접심사 후 발표까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으나 아쉽게도 2곳 다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센터판 서기현 소장님이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자고 하셨습니다. 비가 올 때까지.. 주택이 될 때까지 계속 주택에 신청하자고 하십니다. 저도 다시 주택 담당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며..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열심히 센터에서 활동하겠습니다.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2019년 늦봄에 입주하신 손**님은 두려움이 많아서 활동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입주 초부터 대중교통 이동이 어려웠지만 매일 외부활동으로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동의 어려움이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워터파크에 물놀이를 갔는데 처음 갔을 때는 허리높이에서 물놀이 하고 두 번째 갔을 때는 유수풀 3바퀴를 왕복하셨습니다. 동영상 찍은 걸 시설에 보여주니 시설에서는 물놀이 가면 물에 안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매일 노들야학 낮 수업에 가시는 손**님의 여름방학 동안 외부활동을 통해서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손**님의 두려움은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 하여서 일 수 있어서 많은 경험제공을 자립생활주택 단기 목표로 설정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천천히 지역사회를 경험하면서 손**님은 3개월 체험을 통해 자립생활을 알게 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자립생활 체험 후 시설에 복귀하시는 당일, 도착하자마자 시설 사무실로 달려가더니 원장, 국장, 사무실 직원 앞에서 “나 자립할 거야” 외쳤습니다. 손**님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시설보다 지역사회에서 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표현합니다. 지금까지도 “자립생활주택”을 외치고 계십니다.
자립생활주택 경험이라는 작은 불꽃은 이렇게 불붙기 시작합니다. 탈시설 할 때까지 꺼지지 않고 불타오르기를 꼭 탈시설하기를 바랍니다.
자립생활 체험이 우리 이용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글 쓰면서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게 됩니다.
2015년~2017년 공동모금회 지원 중증뇌병변 남성 체험홈을 운영하면서 15명 체험 후 12명 탈시설 하였고, 3명 남으셨는데 2명은 프리웰재단에서 운영하는 지원주택으로 탈시설 예정이고, 마지막 1명 늘편한집 이**님 남아계십니다.
전 늘편한집 이**님 어머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아드님이 시설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탈시설하고 싶다고 합니다. 자립생활 체험 후 2016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4년 동안 시설에서 탈시설이라는 작은 불꽃을 품고 끝내는.. 기필코 탈시설을 하실 것이라 예견합니다.
(센터판에서 이**님 어머님과 가족 상담을 통해 탈시설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체험홈을 이용하셨던 이용자님들은 거주시설에서 적게는 10년~20년 이상 시설에 거주하셨습니다. 자립생활을 2~3개월 체험하면서 탈시설이라는 작은 불꽃을 품고, 거주시설에 복귀하십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작은 투쟁이 시작되어 끝내는 탈시설을 하시게 됩니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겪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립생활을 체험하고 자유를 느꼈던 자유의지이고 이것이 당사자를 탈시설하게 한 것일 겁니다. 공동모금회 남성체험홈 체험하신 15명 중 12명, 대체적으로 이러한 작은 불꽃의 투쟁이 탈시설로 이어졌습니다.
2018년~2019년 자립생활주택 체험형에서 10명 체험 후 4명 탈시설 하였습니다.
원래는 6명이었는데 2명은 자립생활주택 다형 신청 후 선정탈락이라는 높다란 벽에 부딪혀서 탈시설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2019년 초까지는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하실 입주자의 신청서를 받아 선정하여 자립생활주택에 배치하는 구조였는데 이때도 서울시복지재단의 입주자선정 기준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2019년 중반부터 입주자 선정 절차가 바뀌어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자립생활주택운영 사업자로 바뀌었습니다.
자립생활주택 운영사업자에게 입주신청을 하고 입주자 선정 통보까지 받았으나, 입주자의 장애정도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입주자를 골라서 선정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자립생활주택 체험형 체험 후 6명이 탈시설 예정이었다가 2명이 선정 취소된 이유입니다. 이러한 서울시복지재단보다 높은 잣대로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탈시설 계획에 차질이 생긴 2명은 거주시설에서 아직도 작은 불꽃을 활활 불태우고 계십니다. 어떤 분은 원장, 국장, 자립팀장을 쫓아다니며 ‘언제 해~’ 무언의 압박을 주면 자립팀장이 ‘열 밤만 자면 탈시설 한다’라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언제까지 마음 아픈 거짓말을 해야 하냐고 되묻습니다. 저 또한 어디에 가서 이 분의 중증 지적장애로 선정탈락이라는 억울함을 풀어드릴 수 있을지.. 제2의.. 제3의 똑같은 상황은 반복되는데 대책이 없으니 작은 불꽃들은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