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야학, 420을 준비하며
420 사이공 매년 돌아오는 420 4월 20일 420
또 다시 420이 돌아왔습니다. 야학을 몇 년 다닌 학생이나 교사들은 ‘또 420이 왔구나.’, ‘또 420 교양이냐.’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흐드득. 420 준비팀장 맹희는 “새끼손가락에 심장이 달린 것”처럼 손끝이 저려오는, 두근두근한 420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거 뭐 하던 대로 그냥 하지 뭐” 하는 마음 말고요.
그래서 올해는 상근자들이 만든 피켓, 쩌~어기 회의에서 정해진 구호가 아니라, 구호도 피켓도 모두 야학에서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피켓에 맞춤법 틀렸다고 글씨가 삐뚤거린다고 뭐 큰 일 나간디요? 420투쟁 요구안도 매년 10개씩이나 되는데 다 알 수가 있나요. 나한테 꼭 필요한 것들부터 내 머리에서, 내 입에서 먼저 나오는 것부터 소리쳐보기로 했어요. 노들은, 그렇게 찐하게 420투쟁을 맞이해보기로 했어요.
< 청솔1반 수다방방방~ > 소진 >
420기간, 노들 내부에서의 “꿈틀꿈틀” 생각들과, “꼼지락” 움직임을 키워보잔 기획 아래- 청솔1반은, 반장 정란 이하 선심, 준수, 동훈, 제희, 태일 학생과, 승화, 소진 플러스 (제희)활동보조인 민식과, (정란) 활동보조인 수원까지 보태기~~~*하여, 총 10명의 교사, 학생, 활동보조인이 참여했더랬습니다.
(안타깝게도, 대영․미자는 결석을ㅠ)
한글을 드문드문 읽으시는 분들과, 한글을 보기만 해도 울렁(^^*)거리는 분들도 계시기에, 어려운 단어, 문장 남발하는 420요구안의 자세한 내용은 패쓰!
420요구안 큰 제목을 읽으며 중요 내용만 알기, 각 요구안에 대한 지난 간담회, 집회 등을 기억에서 찾아 연관시키기 등, 주로 입으로 때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집회구호-피켓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요구안을 맹들어 보자는 취지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구’ 혹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내거나 기존의 것에서 빌려, 피켓으로 만들어보았답니다.
* (나는)노들장애인야학 흑장미(다) 보건복지부야. 내가 무섭지 않니~? (* 심)
* 장애인한테 병원에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라. 장애인들 병원에 있을 때 제대로 진료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일)
* 장애인차별금지법 무력화시도 중단하라! (*희)
* 장애인생존권 보장하라(*란)
다소 협박성 발언부터, 애절한 현실의 아픔을 반영한 요구까지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자신만의 피켓을 만들었답니다. 사소할 수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자신의 의지와 실천을 담아보았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청솔2반 선전물 만들기 > 맹희 >
스걱스걱 1, 2교시는 420투쟁에서 우리의 요구안을 설명하였어요. 그 다음 3, 4교시는 청솔 1, 2반에서 선전물을 만들었지요. 지금부터 이야기할 것은 청솔2반 선전물 만들기 입니다. 민호, 재연, 은애, 정, 우준, 기훈, 유리가 청솔2반의 불씨들입니다. 우리는 신문 만들기를 진행하였어요. 420신문이지요.
첫 번째 주제는 ‘나에게 420이란 무엇인가?’인데요. 청솔2반엔 이리저리하여(일을 나가신다든지, 야학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던지 해서) 집회에 참석을 못하셨던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420에 대한 야학에서의 추억이 많지 않았죠. 처음 집회에 참석하셨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집회는 무서워, 같이 싸워야지 등의 이야기들이요.
두 번째 주제는 ‘420 우리의 요구안을 만들어 보자!’인데요.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돈”에 대한 것이었어요. 지금 당장 노동을 하지 않는, 할 수 없는 청솔2반 대부분의 학생분들에게 절박한 것은 돈이었지요. 하루 종일 매주 5일을 근무하며, 단 2만원으로 밥값을 해결하려는 학생 분도 있고. 우리의 요구안은 “돈이 필요하다!”였어요. 돈이라…, 밥을 먹고 싶어도 무엇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무언가 사람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게 바로 돈이 라는 놈이 아닌가 싶어요.
청솔2반의 핵심 포인트는 “돈 내놔라!”입니다. 돈이란 그 놈 언젠가는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돈이 뭐기에 사람이 죽고 살고. 대체 뭐기에요.
< 불수레반의 420 수다방 > 준호 >
불수레반은 420 전, 3월 24일에 수다방을 열었고 투쟁밥상을 차렸습니다. 아쉽게도 기록이 날아가 버려 수다방의 소중한 많은 말들이 사라져버렸지만 (윰!) 평가를 위한 2차 수다방의 기록을 남깁니다.
* 쭌 : 420이 좀 아쉽게 휙~ 끝나버린 감이 있어서요.
오늘은 평가 차 2차 수다방을 진행하겠습니다.
* 뮌 : 너 수업하기 싫어서 그러지, 내가 다 알아, 내가 다 알아.
* 쭌 : 흠.,,,,.;; 여러분들 420이 어떠셨나요?
* 호 : 너무 추워갖고, 할 말이 없어. 난 여태껏 장애인단체에 가입하거나
그런 적이 없어. (노들이 처음이야)
* 연 : 예전에는 올림픽 공원 가서 영부인 보고, 가수 보고, 도시락 얻어먹고
그랬어. 그렇지만 이런 건 아니다 라고 알았어. 그쪽으로 간 게 후회스러워.
* 쭌 : 이번 요구안 중에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있는 거 아시죠?
여러분들 중에는 발달장애인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식 : 부모님들이 고생이지 뭐… 그런 쪽도 같이 해야 한다.
* 쭌 : 만약에 정부에서 예산이 없으니깐 그쪽만 지원하겠다고 하면 동의하실 거?
* 식 : 말이 안 되지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하는 거지.
* 호 : 제도화를 시켜야지.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하고.
* 쭌 : 활동보조는 몇 시간이 필요할까요?
* 뮌 : 활보시간 12시간은 돼야지. 24시간 필요한 사람도 있고.
* 연 : 24시간이 필요해.
* 식 : 나도 24시간이 필요해…. 어… 사실 여섯 시간 쯤 필요한 것 같아.
* 호 :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는 시간 빼고는 다 필요한 것 같애.
* 쭌 : 나의 1번 요구안을 얘기해봅시다.
* 연 아빠 : 장애수당이 1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어.
* 식 : 시설로 보내지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 뮌 : 넌 술만 안 먹으면 돼.
* 식 : 왜 만날 나만 갖고 그래. 쒸.
* 솔(활동보조인) : 나도 한마디 하고 싶어요. 근로기준법에 월 160시간이면
추가수당을 받게 되어있는데, 사실 이걸 센터에서 지급하기가
힘들잖아요. 이게 빨리 잘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뮌 : 활동보조인도 공기업 직원처럼 됐으면 좋겠어. 언제든지 콜할 수 있고.
3교대로 일하거나 그런 식으로….
* 호 : 활동보조 사업은 정부에서 해야 하는 거야.
(복작복작)
아… 이렇게 복작복작 420 수다방이 끝나버렸습니다. 좀 더 많은 내용이 있지만 눈물을 머금고 편집합니다. 학생분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려드리고 싶네요. 수다방을 진행하면서 우리 학생들과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 더 중증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많은 내용을 싣진 못했지만, 노들야학 불수레반 학생들. 최고입니다. ^0^
< 한소리반 간담회 보고 > 신행 >
저희 한소리반에서는 2009년 420투쟁 목표 및 슬로건과 요구안을 가지고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끼는 차별이나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을 나누었고요. 두 번째로는 이를 바탕으로 구호를 만들어봤습니다.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두 번째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었어요.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초생활 수급자 산정의 벽이 너무 높다. 나는 자립을 하고 싶으나 여러 사정으로 수급자로 선정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벽이 낮춰져야 한다.
▪ 의료비 보조가 시급하다. 의료비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여기에 대한 보조가 적절치 않다.
▪ 저상버스를 많이 만들고 기사들도 교육을 시켜야 한다. 저상버스의 수가 적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기사들도 리프트 작동 등을 잘 숙지하고 있지 않았다.
▪ 버스를 탈 때, 벨이 손에 안 닿는 곳에 있다. 벨이 멀어서 못 누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 장애인 콜택시를 확충해서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만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부당하다. 모든 장애인들이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불가능하면 일반 택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 활동보조 이용시간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야간 응급 활동보조’ 제공도 필요하다.
우리가 만든 구호로는
- 나는 집 밖의 생활이 행복합니다.
- 활동보조인 없으면 방구석은 감옥이다. 등이 있습니다.
시간만 더 주어졌다면 풍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서의 차별을 서로 이야기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