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 121호 - 퍼레이드진진진 / 다이애나랩

by superv posted Feb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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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진진진

 

다이애나랩

 

 

  안녕하세요! 저희는 다이애나랩입니다. 다이애나랩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신다구요? 저희는 목요일 낮수업 <zine수업>을 진행하는 유선, 백구, 원정이 모여서 만든 그룹입니다. 사실 다른 멤버들도 많지만, 아마 노들야학에서 익숙한 사람들은 저희 셋일 거예요. 그리고 3년 전에 인포숍카페별꼴의 인테리어를 고민하면서 만들어진 그룹이예요. 휠체어도 부엌에 들어갈 수 있게 바퀴를 단 싱크대, 에스프레소 머신 테이블과 가구를 만들었었어요.

  저희는 각각 예술 관련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예요. 각자 그림도 그리고 미디어 아트 작품도 만들어요. 영상을 찍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구요. 카페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다이애나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할 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것을 만듭니다.

 

  지난 가을에는 <퍼레이드진진진>이라는 걸 했어요. 기억이 나시나요? 인포숍카페별꼴과 들다방, 그리고 낮수업에서 입는 진, 머리에 쓰는 진, 그냥 그린 진 등 다양한 자기표현 작품을 만드는 워크숍을 했고, 노란들판의 꿈을 시작하기 전에 전시와 행진을 했었어요.

 

  진은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이 자유롭게 만들어서 유통하는 작은 출판물을 말해요. 기획, 집필, 편집, 인쇄, 제본, 유통까지를 모두 혼자 스스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그렇지만 진을 만들거나 읽는 사람들은 굉장히 소수이기 때문에, 서로를 진스터(zinester)라고 부르며 진페스트 등 행사에서 자주 만나요. 혼자서 창작한 작품을 든 창작자들끼리 만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은 다른 사람의 작품이 감탄을 하거나 칭찬을 하면서 진을 교환해요. 아주 싼 값에 파는 사람도 있고요. 스스로 잘 살면서도 또 모여서 도움을 주고 받거나 서로서로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왠지 시설에서 자립을 해서 살고 있는 학생분들 같기도 해요.

 

  진에는 정해진 형식도 없고, 논리도 없어요. 대충 혼자 막 만든 걸 다 진이라고 해요. 내가 만든 진으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어요. 낮수업 학생분들 중에는 집이나 시설에서 계속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오셨던 분들도 많아요. 수업을 하면서 저희는, 학생분들이 진 만들기를 통해서 언어가 아니라 다른 표현방식으로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의 언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를 만들어서, 그걸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또 귀 기울이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저희는 평소에 만들었던 작품을 몸에 두르고 머리에 쓰고 흥얼거리면서 거리를 다 같이 걸었던 올해 <퍼레이드진진진>을 잊을 수가 없어요. 각자가 좋아하는 노래를 많이 부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자기 모습 그대로 거리에 나간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퍼레이드진진진>의 하이라이트는 각자 자기의 이름을 큰소리로 동시에 외쳤던 것이 아닐까요? 내년에도 거리에서 큰 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칠 수 있게, 퍼레이드진진진을 다 같이 해봐요! 그때까지 누구라도, 각자의 진을 차곡차곡 만들어서 모아놓으시면 됩니다.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 여러분의 진을 내년 퍼레이드진진진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퍼레이드진_1.jpg

 

퍼레이드진_2.jpg

 

퍼레이드진_3.jpg

 

 

 

  *다이애나랩은 올해는 <차별없는가게>라는 지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LGBTAIQ나 휠체어 장애인, 발달장애인이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가게의 지도를 만들고 있답니다. 주변에 어울리는 가게가 있다면 dianalab00@gmail.com 로 이메일을 보내주시거나, 들다방 오하나/뉴미에게 알려주세요! 들다방도 차별없는가게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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