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장선정 | 사회적기업 노란들판
기로에 서 있어요,
노란들판이.
2015년, 10주년을 지나면서 버는 돈과 쓰는 돈이 비슷한 정도가 되었어요.
전문용어로 ‘똔똔’이라고 하죠.
노동강도야 언제나 높았지만 애초에 ‘빡쎈’ 일이 낯설지도 않았던 데다 지난 10년도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벌고 모으면서’ 살 수도 있겠구나 했어요.
복리후생이 조금씩 확대되어 갔고, 년초에는 많지 않아도 성과급이 지급되었어요.
매출이 얼만큼 늘겠구나 하면 거의 비슷하게 맞춰졌어요.
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양도 늘어나니 인력이 더 필요해지고 당연한 순서로 식구도 늘고, 사무실도 조금 확장했어요.
(저는 ‘식구’란 말을 좋아하는데 아시겠지만 같이 밥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같이 일 하는 사람보다 정겹죠?)
운영진이나 투자자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이 나면 얼마가 되었든,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결정한 대로 사용할 수 있었어요. 3-4년 괜찮았어요.
2019년에는,
고정지출이 거의 최대치로 늘어나 있는 상황에서 예상 매출이 어긋났어요. 여러 방향의 조치가 고려되고 의논되고 있고, 결산 결과에 따라 단계별로 가능한 재정긴축과 매출확대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져야하는 상황이에요. 아직은 전망이랄 게 없어요.
대한민국과 같아요. [2020년 경제전망 ‘오리무중·고군분투’ 2019년 12월12일 중앙일보]
공공기관 일이 많기 때문에 예산마감에 맞춰 12월에 폭풍처럼 일을 하면 해가 넘어가면서 조금 한가한 구조여서 1~2월엔 연가에서 차감하지 않는 별도 휴가를 5일씩 사용할 수 있어요. 일은 날마다 전쟁이지만 송년회 때는 뭘 먹고 특별휴가 때는 뭘 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12월에 ‘폭풍’과 ‘전쟁’만 남은 데다 ‘불안’이 더해졌어요.
고난이라면 고난을 겪어 본 오래 된 직원들도, 큰돈은 못 벌어도 배려와 존중에 마음을 두고 일 하던 새내기 직원들도 당황하고 있죠.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나쁘지 않을 때도 1/4분기는 쉽지 않았으니까 경영상황이 개선된다고 해도 2020년은 추운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어쩌면 누군가는 여러 이유로 떠나게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남게 되겠죠. 뜻밖에 꽃피듯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도 없다면 거짓말이고요.
그래서 우리는......요.
이전보다 ‘오늘’을 더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해요.
좋은 줄 몰랐던 좋을 때는 관대한 줄 모르고 관대할 수 있었던 일들에 마음이 좁아지고, ‘염려’와 ‘불안’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일어나지 않은 내일의 일보다 오늘 내 일과 내 옆자리를 보면서 웬만한 하루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하면서
그래서 저는.......
오늘만 살려고요.
경영악화가 아니었어도 다른 일이 생길 수도 있었을 거예요.
나빠지기는커녕 더 좋아졌지만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어쨌든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사회적기업 노란들판]은
2006년에 노들장애인야간학교 학생과 교사 4인으로 시작해서
14년째 실사물(현수막,배너)/인쇄출판물/디자인/판촉물을 만들며 전진 해 왔고
현재 (근로지원인 포함) 27명이 함께 밥을 먹고 일 하고 있어요.
어려움을 피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바라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다독이며 건너고 통과하려는 태도와 신뢰를 지킬 수 있도록 함께 응원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