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매일 새롭게, 함께 보내는 8시간
임해정 | 연옥 수진 활동지원인
집에만 콕 박혀있던 저에게, 친구가 세상에 한 발짝만 나오라고 권해준 직업 발달장애인 서포터즈. 발달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던 저는 두려움이 앞서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친구의 권고에 못 이겨 면접을 보게 되었고, 지금 100일 조금 넘게 발달장애인 두 분과 함께 매일 8시간씩의 삶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첫 대면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담당 활동지원사가 바뀐다는 것은 그들에게 꽤나 큰 스트레스였고, 거부하는 그들의 표현 방식은 저에게도 무척이나 버거웠습니다. 저와 그들의 시선과 언어가 충돌하는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적응시간도 거치지 않고 그만 두지는 않겠다.’는 저의 목표가 매일 매일 흔들렸습니다. 이동지원이 주 업무인 저는 이동 중 안전 문제에 항상 긴장했습니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서 중요한 것은 진심과 시간. 우리들의 시간도 한 달 두 달 쌓여갔고, 조금씩 서로의 방식을 보고, 익혔습니다.
100일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관계는 변했을까요? 아직도 조금씩 삐걱거리긴 하지만 우리들에겐 서로를 향한 약간의 신뢰, 배려와 애정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편안함이 서로를 보며 웃게 해주고 어색함 없이 손을 잡게 해주었습니다.
이것이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활동지원사는 단순히 이용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생활의 일부를 온전히 맡겨야 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집 밖으로 나와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에서 한걸음씩 걷고 있습니다. 그 길에 저의 손을 잡은 두 사람이 함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