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120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석암투쟁 10년 그리고, 기옥과 용남의이야기 / 명희

by superv posted Nov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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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은 사랑을 싣고]

석암투쟁 10년 그리고, 기옥과 용남의이야기

 

 

명희 | 애쓰며 삽니다.

  

 

8/12() 기옥과 용남네 집에서 명희가 만났습니다.

인터뷰의 내용은 직접 구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옮깁니다.

 

3.꽂혀있는 노들바람을 들도 기옥과용남.jpg

 

기옥의 이야기,

오랜만이야. 잘들 지내지? 학교 안 나간 지도 여기 이사오면서 멀어져서 그랬으니까 벌써 5년은 된 거지. 다들 어떻게 살아. 나는 많이 잊고 살고 있어. 그래도 올해 우리 투쟁 10년 되었다고 마로니에공원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했네. 다들 그대로야, 나만 늙었지 뭐.

그리고 지난달에 정용 장례(석암투쟁을 함께했던 8인 중 1)가 있었잖아. 그런 날이나 되면 얼굴 보고 사는 거지 뭐. 나 요새 나이 많이 먹었다고, 활동보조 서비스에서 장기요양보호 서비스로 넘어가서 지원시간도 하루에 3시간밖에 안돼. 그때 활동가들이 와서 휠체어 앉는 거 도와줘서 갔지, 정용이 떠나는 장례식장도 못 갈 뻔했어.

여기 2015년에 이사 와서 사니 햇수로 5년 되었네. 학교에서는 처음 누가 온 거야. 반가워. 처음에 시설에서 나와서 우리가 마로니에공원에서 농성하고 했잖아. 나는 글도 떠듬떠듬 읽고수도 헷갈려. 어릴 때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나는 다 잘 모르니까, 학교 가서 많이 배웠지. 우리 어디 놀러도 많이 다녔잖아.

23년 동안 시설에서 살다가 그 안에서 모진 꼴 다 당하고 한 번도 밖에 나가보지도 못했는데 시설에서 나오고 학교 다니면서 이런 저런 거 많이 했었네. 허신행 선생이 우리 어디 철도(회관)에서 결혼하는 것도 도와주고 했었지.

근데 요즘에는 집에만 있어. 여기 오고 처음에는 사람들도 보고 싶고 했었는데 연락하기에도 다들 바쁜데 뭐.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니 5년이 되었고 이제 다 까먹었어.

 

 

2.밖구경하는 용남.jpg

 

용남의 이야기,

나 이거 뭐하는지, <노들바람> 알아요. 저기 꽂혀 있는 거 보이지. 돈 생기면 후원하려고 꽂아두었어. 아직은 한 번도 못했네. 이제 나도 환갑이에요. 나이가 자꾸 그렇게 먹어. 올해 환갑이라고 야학의 태종이랑 같이 역에 나가서 갈비 먹고 왔어. 야학에서 봉투 준 것도 잘 받았고. 같이 사는 이 사람도 벌써 73살이네. 우리 동갑이야, 띠동갑. 그래도 나는 활동지원사가 오후에 와요. 오전에 기옥씨 요양보호사가 아침 겸 점심 차려주면 저녁이랑 해서는 활동지원사가 일을 해주는 거지.

보통은 티비 보고 나는 가끔 밖에 공원도 나가고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해. 어제 말복이었어서 오늘 마트 가서 닭 사다가 끓여 먹으려고, 이제 여름 다갔네. 날 좀 풀리면 기옥씨랑 같이 나가서 바람도 좀 쐬고 해야지. 지금은 날이 더워서 나가면 이 사람 몸도 안좋은데 괜히 더위먹으면 어떻게해. 에어컨 보이지? 작은데 잘된다고. 가끔 틀고 자고 여기 앞뒤 문을 다 열어놓으면 그래도 좀 시원해. 명희 선생은 이제 나이가 몇이야? 학교 다닐 때 명희 선생 졸업식 갔었잖아. 대학교 처음 가봤어. 기옥씨는 그 전날 팩도 했다고.

우리는 어디 다니는 데는 없어. 복지관이나 센터 같은 데 말야. 가끔 도시락 지원사업을 어디더라, 지원해주는 데가 있는데 그것 좀 이용하고 있고. 보통 텔레비전 보면서 살고 있지. 아침뉴스부터 보니까 세상소식은 다 알고 있어. 나 시설 가기 전에 음식점 주방에서 일했잖아. 교통 사고 당해서 이렇게 장애인이 된 거니까. 저기 가족사진 보이지? 우리 형제들이야. 큰형은 죽었어. 그래도 가끔 형님네 조카들한테 문자도 오고 연락도 하고 살고 있어. 시설에 나도 오래 살았잖아. 교통사고 당하고 돌봐줄 가족도 없고 하니 석암재단 시설에 간 거였는데, 시설가고 하니 부모님 제사 한번 못가보고 근데 지금도 여기 집도 멀고 하니까 잘 못 가봤네.

 

 

1.명희와기옥.jpg

 

그리고, 명희의 이야기.

활동보조 서비스 받으면서 만 65세가 되면 활동보조서비스에서 장기요양보호서비스로 넘어가도록 또 심사를 받잖아요. 활동지원서비스에 연령제한 폐지하라고 지금 투쟁하고 있어요. (기옥: 또 농성을 한다고? 대단들 해.) 그렇게 되면 기옥언니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300시간 넘게 받다가 거의 30시간, 1/10로 줄어든 건데, 밖에도 잘 못 나가고 답답하잖아요.

기옥언니랑 용남형이 나 졸업식 때 온 거 생각나요. 그때 우리 집에서도 늦게 와서 학교사람들이 기옥&용남을 우리 부모님인줄 알고 인사했잖아요. 야학사람들 많이 왔었는데. 어느 무엇보다 든든한 뒷배 같았어요. 근데 나는 너무 늦게 온 거 같아서 미안해. 추석 전후로 날 잡아서 어디 놀러가요. 휠체어 탈 수 있는 특장차 끌고 올게요. 그때는 우리 또 더 많은 이야기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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