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아 안녕]
노란 : 들판
한예인 | 이것저것 다 하느라 바쁜 와중에 노란들판 입사해서 더 바빠진 무지개 예술맨(현직 디자이너, 5개월 차).
노란색이 좋아서 노란들판에 들어오고 싶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아무도 안 믿지만 사실입니다. 머리까지 노랗게 물들였는데....
노란들판은 활동하던 장애인문화예술단체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아 하던 중 현수막과 배너를 주문하면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고객에서 직원까지 이어주는 빨간, 아니 노란 실이 제 손가락에 묶여있는 건 아닐까요. 궁금해서 언젠가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에 입사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노란들판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너른 가을 논이 떠올랐습니다. 그 밭을 어릴 적부터 지키며 자라왔기 때문일까요. 세상 물정 모르고 논밭에서 살아온 시간들을 부정하듯이, 서울 생활은 세상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지를 순식간에 알게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서울이란 곳은 저에게 도피처였습니다. 지구가 갈라져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답답한 사람들 속에서 나를 해방시켜 줄 불안하고 자유로운 곳이었습니다. 늘 모든 일이 즐겁고 잘 되지 않아도, 이곳에서라면 무얼 하든 온전한 나로서 해낼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와 믿음이 있었습니다.
노란들판이란 저에게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존재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곳, 서로와 공간을 위한 노력이 무산되지 않는 곳, 틀림과 다름이 구분되는 곳, 함께 배워나가는 것이 당연한 곳. 필요한 만큼 소중해지는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들판은 마냥 평평하지만은 않습니다. 어딘가 돌이 박혀있고, 움푹 패여있고, 풀이 자라거나 물이 고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모두 치우고 메운다고 해서 들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란색이 좋아서 노란들판에 들어오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노란색은 저에게 아주 중요하고, 또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니까요. 색 중에 가장 밝은 것이 노랑이라 하는 만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환해지고, 따뜻해지고, 즐거워서 힘이 남을 느낍니다. 2019년 3월 처음 출근하던 날, 어쩌면 그 이전부터 노란들판의 공기도 그런 모습이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노란들판과 함께한 지 이제 막 5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노란들판은 노란색으로 가득합니다. 그 노란색이 맑든, 탁하든, 밝든, 어둡든, 노란빛을 잃지 않는다면야 노란색은 노란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