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 책꽂이]
눈부신 생명의 이야기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은이 송효정 박희정 유해정 홍세미 홍은전, 온다프레스
박준호 | 노들과 노들사람들을 좋아하는 노들야학의 교사이자
월요일을 싫어하는 직장인입니다.
2019년 1학기 한소리반 국어 수업 시간에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함께 읽었습니다. 6명의 화상경험자를 6명의 인권기록가들이 인터뷰를 한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수업교재로 정한 이유는 수업교사인 제가 당시 읽고 있던 책이기도 했고 화상으로 인한 장애를 겪게 된 화상경험자분들에 대해 저도, 야학 학생 분들도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같이 한번 읽어 보자 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차별과 고통 앞에 섰던 경험이야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을 만큼 많은 우리 학생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저도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화상치료의 고통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책에 상세히 기록된 화상치료의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책장을 덮어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상상된 고통마저도 저를 압도하는 그 고통이,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아픔을 줬을지 저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책을 덮고 잠시 심호흡을 하고 다시 읽고를 반복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중증 화상치료는 입원기간의 집중적인 치료 외에도 몇 년간의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치료비용은 10억 가까이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의 개인이 감당할 수 없어 모금과 지원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치료 기간 가족이 눈물겹게 지원한 경우도 있는 반면 화상으로 아픈 누나가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돈을 챙기려한 동생이 있었고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으려고 구급차도 불러주지 않았으면서 이후 산재처리가 되었다며 당장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외면했던 회사도 있었습니다.
화상은 장애범주로 등록되어 있지도 않아 화상치료에 대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통계도 정확히 잡혀 있지 않다고 합니다. 2018 소방방재청 통계로 약 23만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비마이너 - 화상장애인 지원, 민간 차원 벗어나 공공 영역으로 확장돼야. 2019년 6월 1일)
화상경험자분들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하신 이야기는 화상을 입었을 때 어떠한 지식이나 지원체계도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곳이 없어 화상을 입고 입원해 있는 사람을 찾아 병원을 전전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책의 저자들은 화상경험자들의 경험이 인간승리의 드라마로 읽히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읽히기 바라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미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손을 잡는 멘토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길고긴 고통의 문턱에서 걸어 나온 이들을 존중하고 사회가 손을 잡아주었으면 합니다. 손을 잡는다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아 필진의 말을 첨부합니다. 같은 마음으로, 책의 뜻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길 바랍니다. 경험자분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게 해준 필진들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아픈 몸을 고치는 건 의사지만 잘못된 사회를 고치는 건 그 사회에 의해 아파본 사람들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듣고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책이 고립되어 있는 화상경험자들을 연결해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고, ‘화상장애’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만드는 데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귀한 이야기를 해주신 송순희, 전나영, 정인숙, 송영훈, 김은채, 엄문희, 정범식, 최려나 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필진들을 대표하여 홍은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