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차별의 수풀더미라도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 먼저 헤쳐나간다면
얼마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통하여
길이 생깁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2007~2016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활동.
2017~현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우리에게 승강기 설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2017년 리프트를 이용하다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여 시작된 소송이 어느덧 1년 가까이 진행되었고 마지막 결과를 앞두고 지난 4월 12일 진행된 최후 변론에서 우리 변호인단과 원고(이형숙)가 재판부에게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던 말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다른 법들과 달리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중요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차별행위)
①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2.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3.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리프트 문제로 다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비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계단이 있고 에스컬레이트가 있어 어느 것으로 이동 할지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 오로지 리프트만 있다면 그것은 선택할 수 없는 이동수단이기에 문제인 것이며 더욱이 그 이동수단인 리프트가 안전하지 않기에 차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2003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망사고 이후 끊임없이 요구하였던 엘리베이터(승강기) 설치문제가 또다시 2017년 신길역 추락사망 사고로 이어지면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리프트가 장애인에게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아닌 살인시설이기에 하루빨리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투쟁해 왔지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는 10여년 전 이야기만 되풀이해 왔습니다.
그리고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가로막고 있는 ‘돈만 아는 저질’ 기획재정부와 똑같이 “돈” 때문에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투쟁과정에서 신길역 등 몇 곳에 엘리베이터(경사형 승강기) 공사가 시작되는 성과도 있었지만 이는 일부이기에 오늘도 여전히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살인시설 리프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인 차별은 맞긴 한데 우리가 강제할 수 있나? 우리가 어디까지 어떻게 해줘야 되는 거지?” 라는 물음표를 보이고 있는 법원에게 우리는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합니다.
여전히 많은 재판에서 차별은 맞지만 자기들도 어쩔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곤 합니다. 이는 여전히 이 사회가 비장애인 중심의 사고로 굴러가고 있기에 최후 보루라는 보수적인 법원 또한 예외일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길을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결성하고 투쟁하고 실천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구호입니다. 이번 리프트 재판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재판 때마다 직접 참석하여 재판을 지켜봐주셨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직접 겪었던 차별의 이야기를 담아 탄원서도 함께 써주셨습니다. 우리들이 이러한 노력들과 실천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