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일기 ]
권익옹호반 소개합니다
김필순
투쟁을 권익옹호활동이라 부르는 활동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권익옹호반이라.. 노들야학에 투쟁반은 있을 것 같은데 권익옹호반은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찬바람이 슝슝 들어오는 광화문농성장에서 권익옹호활동가들의 활동소감을 정리한 <노들바람> 글이 생각난다. 2016년 권익 옹호활동가들(이후 ‘권활’)과 고군분투 활동을 만들어갈 때 투쟁이 없는 날, 권익옹호 활동이 없는 날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면서 권익옹호교육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교육을 확장해 노란들판에서 활동하는 권활들이 모여 투쟁도 하고, 공부도 하는 권익옹호반이 2018 년 만들어졌다. 명학, 동림, 탄진, 주원, 경진, 상우, 영은, 지호, 상용 외 노들센터와 센터판 에서 활동하는 남희, 은순 그리고 각 단위별 권익옹호사업을 담당하는 상근자들도 함께 수업한다.
수많은 기자회견과 집회를 주최하고 연대하는 우리,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지만 그 자리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는 다를 수 있다. 그건 학생들뿐 아니라 상근자들도 같지 않을까 싶다. 내용이 어려울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주제라서 그럴 수도 있고, 머리로는 이해 되 는데 마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권익옹호반은 권익옹호활동이라는 중증장애인의 직업적 전망을 가진 이들이 본인의 활동에 내용적 기반과 내적 기반을 쌓는데 도움 되는 수업이고자 한다.
권익옹호반은 현장활동(수업)과 교실수업 (활동)으로 구성된다. 현장수업은 기자회견, 집회, 세미나, 토론회 등 교실 밖 권익옹호활동이고, 교실수업은 현재 진행 중인 권익옹호활동의 내용을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본인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다. 현재의 투쟁 의제가 아니더라도 장애인권리협약, 임대주택 등 장애인당사자로서, 활동가로서 필요한 주제를 선정하기도 한다. 투쟁현장을 단단히 채워가는 노란들판 권활은 현장수업뿐 아니라 교실 수업 출석률도 높아 교실수업도 단단하다.
권익옹호반은 함께 투쟁하고, 공부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불어라 노들바람’ 가사처럼. 현장수업에서 ‘일일일사’는 그날의 활동을 사진으로 단톡방에 남기는 것이다. 반에는 시각 장애 학생도 있어 사진만 올라오면 내용을 알 수 없기에 텍스트도 남긴다. 손사용이 어려운 활동가들은 다른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을 출처를 남기고 사용하기도 한다. 본인의 활동을 공유하기도 하고, 현장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권익옹호반의 일일일사는 집행부가 준비하는 집회에 참여하는 수동적인 내가 아닌 현장에서 주체적인 나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이렇게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을 노들야학 홈페이지에 올리고 교실수업에서 지난 활동사 진을 보면서 권익옹호활동을 갈무리한다. 활동사진이라고 해서 투쟁모습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오늘하루 인상적인 장면, 재미있었던 장면들도 기억한다. 주원 형이 농성장에서 졸고 있는 모습, 노들 깃발 멋지게 펼친 모습, 애경 언니가 멋진 선글라스를 쓴 모습 등 재미있는 사진이 많다. 노들야학 홈페이지에 놀러 와요.
교실수업에서 ‘일일일정’은 각자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서 이해한 내용을 발제하는 것이 다. 우리 학생들이 발제를? 우려의 탄성처럼 일일일정을 끝까지 진행하지 못했지만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명학(장애등급제) 지호(부양의무제) 영 은(장애인수용시설) 탄진(노동권) 경진(문화권) 주원(의료급여) 남희(이동권) 이렇게 각자 의 관심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일일정 덕 분에 UN장애인권리협약 전문을 읽을 기회를 가졌는데 이 선행학습으로 박경석의 장애인정책 구몬학습 시 도움이 되고 있다.
누군가는 권익옹호활동으로 돈을 버는 일을 하기에 열심히 활동하고 수업도 받는 것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우리 학생들이 돈 버는 일을 많이 하면 좋겠다. 투쟁하는 일도, 자신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노래하는 것도, 춤추는 것도 노동이 되고 돈 버는 일 이 되면 좋겠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직무 중 권익옹호활동이 들어가지 못했지 만, 이번 서울시 투쟁을 통해 서울형 공공일자리에 권익옹호활동과 문화활동이 포함되었다. 노들야학 학생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노동으로 인정받는 시간을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