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쓰레기를 줍다!
복지 일자리 인터뷰 겸 소개 글
배승천
노들야학에서 복지일자리와 인권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영화반과 기초사회반도요.
노들야학이 올해부터 깜짝 놀랄 정도로 깨끗해졌습니다. 올해부터 매일 아침 10시 30분에 오셔서 청소를 해주시는 복지일자리 청소 담당 덕분입니다.
2017년 노들센터 권익옹호팀을 시작으로 노들 급식 담당, 인권교육 담당 등 유리빌딩에서 함께 일하시는 노들야학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생으로 다녔던 야학과 일을 하며 다니는 야학은 어떻게 다를까요?
아침엔 일하고 낮에는 투쟁하고 밤에는 공부도 하고 너무 피곤하지는 않을까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요?
궁금한 점들을 복지일자리(주로 청소담당) 노동자 분들을 모시고 물어보았습니다.
진수 복지일자리 청소일을 아침에 하고 있잖아요. 복지 일자리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일은 어떠세요?
희용 힘들어요. 힘들지만 기분이 좋아요.
승천 뭐가 힘들어요?
희용 청소일이 힘든데,,,
승천 야학에 오면 청소 일을 어떻게 하세요? 어떤 청소를 하는지 알려주세요.
지민 청소기로 슉~~~
지민 청소기 하나 사야 해요.
문규 너무 커서.
지민 네. 너무 커요.
승천 청소기를 사야 하는 군요. 제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월급은 얼마 받는지 아세요?
진수 월급을 받고 나서의 기분이 어떠신지?
희용 기분이 좋지요~
승천 월급날은 언제인지 아세요?
희용 몰라요~
승천 월급날은 매달 5일입니다. 월급은 얼마 받으세요?
다들 묵묵
승천 모를 수도 있어요. 그것도 좋은 자세 같아요. 나는 일을 열심히 하고 돈이야 나오겠지 하는 자세요.
승천 노들야학 2층 바닥 청소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또 무슨 청소를 하세요?
희용 변기 청소를 해요. 칙!칙!칙! 뿌려서 솔로 이렇게 닦고,
문규 변기 앉는 데는 수세미로 전체적으로 다 닦고 있어요.
승천 매일 매일 하시고.
진수 전보다 깨끗해진 것 같아요.
승천 노들야학 26년 역사에 제일 깨끗한 것 같아요.
희용 청소하다가 물이 끊긴 일이 있었어요. 칙 뿌리려다가 물이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저 위에 설거지물도 끊어졌더라구. 요 앞에 컵 닦는 데도 물이 안 나오고.
문규 창틀도 먼지 털이로 다 닦고 있어요. 테이블도 행주로 닦고.
진수 희용님이 힘들다고 하셨는데, 어떤 일 이 힘드세요?
희용 바닥, 기름칠 하는 게 힘들어요.
승천 우리가 예전 학교처럼 나무 바닥이라 기름칠을 자주 해야 해서 힘드시겠네요.
진수 회식은 했나요?
지민 안했어요.
문규 회식을 잡아줘야 하는데 못 잡아주셔서...
모두 하하하하
지민 승천샘이 잡아주세요. 선생님이 해야죠.
승천 네 회식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회식을 해야죠.
희용 (화장실에) 뿌리는 게 독했는데, 바꾸고 나서 좋아요. 냄새도 안 나고 들 독해요.
승천 제가 사 놓은 베이킹 소다는 약한가요?
희용 그건 너무 약해요.
진수 청소 하면서 재밌는 건요? 재밌는 건 없나요?
지민 청소기 미는 게 재미있어요.
승천 전에 돈을 받으면서 일한 적이 있나요?
지민 전엔 없어요...
희용 저도 없어요...
승천 그럼 이번에 처음으로 돈을 받고 일하시는 거네요.
진수 문규샘도 이렇게 발달장애인들과 일한 적은 처음인가요?
문규 들다방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지요.
갑자기 홍철, 희정이 들어옴. 홍철, 희정은 복지일자리 중 야학 급식 담당입니다.
설거지 이야기를 잠시~ 힘듦 배틀
승천 두 분은 설거지 하면서 힘들거나 그런 것은 없으세요?
홍철 힘들어요.
희정 어깨가 아파요.
홍철 나는 솔직히 말하면 어제도 태종이 형(태종도 설거지 담당입니다)과 싸웠어요. 말로. 설거지하는 것 있잖아요. (설겆이) 기계 안에 거길 보니까 이모가 그 안을 닦고 있더라구요. 태종이형이 안까지 닦으라고 이야기 해주는데, 큰 소리로 인상을 쓰고 말을 하니까, 내가 태종이형의 말투를 알긴 하는데, 나도 거길 닦는 게 잘 안되니까 속상하기도 하고.
희용 장기님이 가끔 화를 낼 때가 있어요. 청소를 같이 하자 그러면 화부터 내요. 기분이 안 좋다고 하면, 그럴 때면 이야기를 못해요. 희정님이 장난을 자주 치기도 하고.
문규 홍철씨랑 희정씨가 설거지를 열심히 해 주시니까 우리가 깨끗한 그릇에 밥을 먹을 수 있어요. 2층에서도 청소를 열심히 해 주셔서 깨끗한 공간에서 공부도 하고요.
진수 희정, 홍철이 없으면 우리가 밥을 못 먹어요.
홍철 그냥 사먹으면 되지.
모두 하하하하
승천 아침에 오는 것은 안 힘드세요?
희용 안 힘들어요,
지민 안 힘들어요.
승천 청소 일 말고 다른 일 하고 싶은 것 없으세요?
희용 설거지.
승천, 진수 아~ 설거지~~
홍철 이씨~ 그럼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데,,,
지민 나는 청소일이 좋아요.
승천 지민이형은 청소하면서 청소기를 사용하고 집에서도 청소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청소기도 하나 구입하셨잖아요.
승천 돈 벌면 뭐 하세요? 돈 번 것은 어떻게 쓰셨어요?
지민 들다방에서 커피를 많이 사먹고 옷을 요즘에 많이 사요.
희용 전 뭐 들은 게 있어요. 적금을 들어요.
홍철 난 이모한테 커피 사주고. 나머지는 반찬 사고.
승천 내년에는 일을 더 많이 해볼 생각은 없으세요? 돈도 더 벌고?
희정 내년에는 더 (많이 일을)하고 싶어요.
홍철 전 그냥 이대로 아직은 욕심이 없어요. 높이 올라가면 떨어져 버리니까. 욕심이 없어요. 수급비도 깎이고 하니까.
문규 수급비가 많이 깎이더라구요.
승천 홍철은 좀 더 욕심을 부려야 하는데......
희용 전 (지금은 2층만 청소하지만) 4층까지 청소를 하고 싶어요.
지민 저는 딱 지금이 좋아요.
승천 문규샘 이야기를 한 번 듣고 마무리를 할까요?
문규 청소를 잘 해주시니까. 제가 따로 말을 안 해도 잘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같이 한꺼번에 청소를 하면 빨리 끝날 텐데, 각자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까, 일자리 분들이 힘들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같이 일하면 빨리 끝나고 청소도 깨끗이 되니까, 특히 화장실 청소 같은 경우는요. 같이 청소를 하면 좋겠어요.
승천 알겠습니다. 여러분 수고가 많으십니 다!! 우리 더 잘합시다~~
노들야학에서는 공부도 하고 투쟁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이젠 일도 같이 합니다.
그런데 아직 어려움이 많습니다. 복지일자리에 책정된 급여가 너무 적은데 그 적은 돈을 받 는다고 수급비가 또 깎입니다.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개인의 특성과 장애의 특성을 고려하기에 사회에서 인정하는 일의 범위는 너무나 작 습니다. 정부에서 장애인 복지일자리는 만들었지만 수많은 차별의 장벽으로 이제 평생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은 나 몰라라 입니다.
그럼에도 일단 일을 시작해 다행입니다. 복지일자리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더 탄탄해지길 바 랍니다. 다른 노동처럼 복지일자리도 노조를 만들고 파업도 해서 노동의 권리를 찾으면 좋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