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by nodeul posted Oct 0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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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노들바람 제95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를 치렀습니다. ‘화’를 못
누르고 술을 한 사흘 정도 퍼 마셨습니다. 눈 뜨면 아침, 눈 뜨면 대낮, 세상은 그
대로 굴러가고 내 몸만 바뀌더군요. 아이고 고단해라. 고만하자. 건강한 음식 소
박하게 먹으며 운동하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앞으로 살아갈 겁니다, 라며 일상을
추스르는 가운데 사람이 뚝뚝 이 세상에서 떨어져 나가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새
처럼 철탑에, 굴뚝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 내려오지 못하는 것도 비통한데 저 스스
로 목숨 끊는 노동자들 소식에 사는 게 마냥 무서워지더군요. 희망버스? 노동자대
회? 어디선가 만났을 멀지 않은 그들의 선택이었기에 더 그랬습니다. 미안합니다.
지우와 지훈이. 엄마, 아빠가 일 보러 나간 사이 집에 불이나 유독가스를 마시고
중태에 빠졌던 두 아이. 두 아이 모두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2년 겨울, 서울 광화
문역 안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엔 이 아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분향
소가 차려졌습니다. 아이들 영정 옆엔 역시나 화재로 먼저 세상을 떠난 김주영 씨
의 영정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 이후, 뉴스 사회면을 통해 장애인
화재 사고 소식을 몇 건 더 접했습니다. 이러한 죽음이 그간 없었던 것일까, 이제
야 뉴스 가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가 누구
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드러나지 않는 채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해 사망한 어느
장애인’으로 기록되는 죽음이 쓸쓸할 따름입니다.
“집계될 수 없는 그들의 죽음은 소리 없는 눈처럼 내린다.”
2012년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준비한 한 활동가가 쪽방에서, 거리
에서 생을 마감한 홈리스분의 삶을 기록한 글을 봤습니다. 그는 누군가의 죽음은
눈처럼 소리 없이 내리기에 수시로 창을 열어 보아야 보인다고 했습니다. 올해 추
모제에도 새로운 액자들이 내걸렸습니다. 죽은 이의 얼굴이 담긴 사진 액자들. 하
나의 거대한 우주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사진 한 장으로 남아 서울역을 바쁘게 지
나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이 모든 게 사실일까? 이것이 현실인가? 꿈인가? 눈 뜨면 전달되는 죽음에 어안
이 벙벙합니다. 죽음에 사로잡힌 어느 겨울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들바람 제95호 보기  노들바람 95호.pdf

 

 

- 이야기 구성 -
02 노들바람을 여는 창
03 [장판 핫이슈] 살아 남아주세요 그리고 우리 만나요
06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어느 장애인 이용자의 토로
08 모두가 하늘이다!


12 씨앗성장기_흙의 이야기
13 [노들아 안녕] 박기남 신입학생
14 [노들아 안녕] 최재민 신임교사
16 [대학로야 놀자] 좋은 예, 나쁜 예
20 일본 하나아트센터와 에이블아트
28 [교단일기] 273버스 안에서
30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 관심 가지기


연간기획 [우리, 집, 이야기]
  34 내가 살고 싶은 집
  40 우리가 그린 살고 싶은 집


43 극단판 아니, 센터판 출범!
45 순회공연을 하고 나서…
48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김남흥 님
50 혜화독립진료소 세 돌을 맞이하며
52 [형님 한 말씀] 겨울의 길목에서
53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54 [동네 한 바퀴] 다 같이 돌자~♬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56 [노들책꽂이] 『도토리의 집』
58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이지연 님
61 [노들은 사랑을 싣고] 센터 전 활동가 박상호 님을 만나다
67 고마운 후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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