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by nodeul posted Oct 0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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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노들바람 제94호 늦은 가을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머릿속이 텅 비었다. 한동안 이 책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끈질
기게 이어지는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얼마 전 농성장에서도 마주친 사람이 죽었다. 그녀의 불탄 집이
아침 뉴스에 나왔다. 그녀에게 ‘화재’라는 사고가 닥쳤다. 모든 일은 우연하게 그
렇게 들이닥친다. 그녀는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몸에서 살았고, 불이 났고, 피하
지 못했다. 불의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유독가스가 심하게 나왔고, 그녀가 그
것을 마셨고, 깨어나지 못했다. 사고 세 시간 전, 활동보조인은 그녀를 자리에 눕
혀주고 퇴근했다. 바우처가 부족했고, 밤엔 그녀 혼자 있어야 했다. 국가는 예산이
없다. 늘 우리에게 줄 예산이 없다. 사람이 죽어도 예산이 부족하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그녀가 죽었다. 혼자 있을 때 집에 불이라도 나면 어떡
혀, 휠체어에 누워 지내는 야학 언니는 종종 이런 얘기를 했었다. 우연하지만 예견
된 사고. ‘우연하지만 예견된’이라는 말의 모순된 조합에 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이제 우연히 마주칠 수도 없게 된 그녀의 노제를 치르던 날, 마이크를 쥔 목소
리는 바로 전날 파주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사고를 전했다. 이번에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어린아이였다. 집에 동생과 둘이 있다가 불이 났고, 유독가스를 마셨다고 한
다. 그리고 아흐레 뒤, 사경을 헤매던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 아이의 영
정 아래에 아이가 좋아하던 치킨과 콜라가 놓여있었다. 어린 누나는 열세 살. 뇌병
변장애가 있는 열한 살 동생은 뇌사 상태로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우연하게도 우연한 일이 겹쳐서 일어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우리는 우리의
우연한 앞날을 내다보게 된다. 겁이 난다 눈물이 난다 살고 싶습니다. 광화문역 안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에서 그녀와 어린아이의 영정을 본다. 이제
야 슬프다. 고 김주영 활동가, 고 박지우 양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어쩌자고 노들바람 첫 장에 이런 글을 남기는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노들바람 제94호 보기  노들바람 94호.pdf

 

 

- 이야기 구성 -
02 노들바람을 여는 창
03 장애인야학에게 ‘참교육’은 무엇인가?
10 고백告白GoBack의 배꼽인사
18 [장판 핫이슈1] 비극의 탄생
20 [장판 핫이슈2] 농성장에 들이닥치는 질문들
23 차라리 잡아가라!!!
26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활동보조 수급자격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요!?


29 씨앗성장기_물 이야기
31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 내가 사는 동네
33 과연 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일까?
40 무대 위, ‘몸’이 던지는 메시지


연간기획 [우리, 집, 이야기]
  47 그들이 사는 세상
  54 집,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구하라


63 2012 노들야학 모꼬지
68 [노들아 안녕] 노들야학 신입학생 박관현 님
70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노랑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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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극단 정기공연 ‘엄마라는 이름으로’ 보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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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김미성 님
96 [노들은 사랑을 싣고] 야학 동문 이규식 님을 만나다
103 고마운 후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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