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노들바람 제91호 겨울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할 말이 너무 많아 감히 말할 수 없는 밤.
껌뻑 껌뻑 커서처럼 껌뻑이는 밤.
노들에서 보낸 벅찬 시간들,
고마운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책상에 앉아 고개를 살짝 들면 바로 보이는 곳에 <노들바람>을 꽂아두었습니다.
2009년 늦봄호부터 제가 만들기 시작했으니, 어느새 삼년이 되었네요. 자축의 박
수를 텅 빈 사무실에서 크게 쳐봅니다. 하하하. 즐거웠어요. 저는 또 밤의 한가운
데에 하얀 모니터를 바라보고 앉아있습니다. 오늘도 껌뻑 껌뻑 제자리 뛰는 커서.
살면서 올해처럼 공간이동을 많이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올해처럼 잠자
지 않고 과하게 눈뜨고 돌아다닌 적도 없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 희
망의 버스를 타고 부산에 다녀오고, 구럼비 바위를 보러 제주도에 가고, 전국일주
에 나선 스무살 자폐성장애인 균도와 아버님을 만나러 부산이며 목포며 광주며
쫓아 다녔습니다. 눈물로 반짝이는 것들을 좇은 2011년. 무박 이틀 뜬 눈으로 무
릎 후달거리며 집에 돌아간 날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보다 행복했습니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들역사의 산증인이자 대명사 같은 ‘명학이형’이 오랜 망설임 끝에 드디어 자립
했습니다. 야학보다 오래 다닌 정립전자를 그만두고 전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
에서 도 나왔습니다. 지금은 야학 근처에 있는 주택에 임시 거주하면서 장애인극
단판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까페 별꼴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듭니다. 커피는 믹스
커피, 음료는 참이슬만 즐기던 명학이형이 새로운 세상과 만나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노들바람 91호는 명학이형이 자립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접 쓴 글로
시작합니다. 명학이형의 마음을 읽은 분은 응원의 문자라도 보내주시길. 할 말이
너무 많아 감히 말할 수 없는 밤. 껌뻑 껌뻑 커서처럼 껌뻑이는 밤. 노들에서 보낸
벅찬 시간들, 고마운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할 말이 너무 많아 감히 말할 수 없는 밤.
집에 갈래요. 미안해요, 고마워요. 안녕.
노들바람 제91호 보기 ▶ 노들바람 91호.pdf
- 이야기 구성 -
02 [노들바람을 여는 창]
03 20년 만에 시작하는 자립생활
05 나 그냥 별꼴 할래!
08 [교단일기]흩날리기보다 쌓여왔던, 그리고 함께 쌓아갈 시간
12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광주 인화학교 도가니대책위원회 투쟁
16 [장판핫이슈]우리는 ‘발정 난 나라’에서 살고 있지 않나
24 [노들아 안녕] 센터 활동가 민희
26 [노들아 안녕] 센터 활동가 지연
30 영인이의 하루 1
31 [극단판은 지금]정기공연 ‘역전만루홈런’
연간기획 [평화로운 밥상을 위하여]
35 우리 밥상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38 [좌담] 노들야학, 우리도 함께 밥 먹을 수 있을까?
46 밥상공동체를 찾아서, 냠냠
56 그녀가 남긴 눈물 한 방울
61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정경미 님
65 [뽀글뽀글 활보상담소]쉽지 않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68 혜화독립진료소 2년, 다행입니다
70 18회 노란들판의꿈 현장 스케치
74 노들은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78 기부금 영수증 발행 안내
79 고마운 후원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