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봄 118호 - My Darling 노들야학! *박준호

by 노들 posted Mar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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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arling 노들야학!

25th 노란들판의 꿈 ‘언제라도 놀러와요’ 노들야학 노래팀 후기

 

 박준호 | 노들야학 교사

 

 

25번째 노란들판의 꿈이 2018년 11월 3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되었다. 야학 개교 이래 ‘노들인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야학 학생들의 발표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이 행사는, 노들야학의 대학로 시대를 맞아 종로구 대표 축제를 꿈꾸며 ‘노란들판의 꿈’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노들 단위의 축제로 매년 진행되고 있다.

 

노란들판의꿈 홍보물

 

 

 

 

 

노들야학 교사회의에서도 매년 노란들판의 꿈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두고 회의가 이어진다. 처음 노들야학의 교사를 하면서부터 상근자를 거쳐 다시 비상근하는 교사가 되어서도 행사와 관련된 일에는 언제나 멋지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와서, 나는 그냥 ‘시키는 일만 할게요’하고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간혹 제안할 내용이 머리를 스쳐도 일이 많아지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할까 싶어서 끝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노란들판의 꿈을 앞두고 진행된 첫 교사회의에서 교장선생님이 합창을 제안했다. 교사와 학생 전체 합창 순서가 있는데 이걸 말하는 것이냐, 교장선생님이 노래를 하고 싶다는 것이냐, 짧은 논쟁과 혼란의 순간이 지나고 교장선생님이 전체 합창과는 별도로 교사들의 노래공연을 제안한다는 정리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노래 공연에 함께 하겠다는 교사들이 손을 들었다. 지원자가 나온 이후부터는 속전속결로 공연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이들(중 몇몇)은 이후 연습에 잘 나오지 않았다. 나는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나 노란들판의 꿈 준비위원이라는 이유로 이후 책임을 지고 노래 선곡과 연습 및 기타 준비 등을 도맡게 되었다.

 

노란들판의 꿈 야학 준비팀 회의에서는 노래에 대한 별다른 의견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섬주섬 내가 당시에 듣고 있던 지브리 OST 중 하나인 「마녀배달부 키키」의 오프닝 곡으로 사용된 노래, 「루즈의 전언」을 개사해 부를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진짜로 하게 될 줄이야. 개사까지 하라고 하니 눈앞이 막막했다. 며칠을 노래만 들으면서 연필로 깨작거리며 개사를 해보았고, 노래팀의 성원인 현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가사를 어느 정도 완성해 연습에 들어갔다. 이후 공연 하루 전까지 개사가 진행되었고 여러 선생님이 적극적인 의견을 주셨다.

 

이제 개사한 노래가 있지만 연습은 어떻게 할지 또 다시 막막했다. 가르쳐 줄 교사가 없고, (개사된 가사로) 따라 듣고 부를 노래가 없는데 연습은 어떻게 하나. 그때 노들야학 신임교사인 화영 선생님께서 개사한 노래를 직접 불러 녹음해 카카오톡방에 올려주셨다.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다시 몇 번을 들어도 원곡을 듣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렇게 준비를 시작해 이후 4번 정도의 연습을 거쳐 14명의 교사가 참석한 공연으로 노란들판의 꿈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연습할 때는 교사들이 다들 너무 바빠서 많이 못나오는 날도 많았고, 아슬아슬하게 연습이 진행될 정도의 인원만 나올 때도 많았는데, 밤늦은 시간까지 피곤을 참아가며 의견을 주고 연습에 참여한 교사 분들 덕에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연습에 많이 참석을 하지 못한 교사 분들도 계셨지만 공연하는 날에는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공연 당일 날 가오나시 가면 옷을 입고 열심히 율동해서 큰 웃음을 주신 가오나시 님(혜민 교사)께 감사드린다. 생각해보면 다들 바쁜 시기에 연습에 나오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공연 당일 날은 리허설 시간에 자리 배치를 하고 의상을 입고 율동을 하며 공연을 하니 꽤 그럴듯해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공연 후에는 빌린 의상 중 모자를 잃어버려 찾으러 다니며 힘들었다.

 

끝나고 나니 어떻게 끝났는지 조금 얼떨떨한 느낌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안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쉽지도 않고.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이런 걸 해 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은 항상 내 마음 같진 않지만 연습이 안 될 때마다 꼭 누군가 나타나서 웃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게 한다. 노력과 행운이 만나서 마법을 만들어내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직업도 나이도 사는 곳도 야학에서의 경험도 많이 다른 이 사람들이 같이 하는 노들야학은 참 신기하고 재밌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노들야학 교사 노래팀과 노란들판의 꿈 준비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노들음악대 공연

 

My Darling 노들야학

 

잊지 않았죠. 난 수업하러 가야 해.

지금 4호선 지하철을 탔어요.

황혼이 다가오는 대학로 거리 마로니에 공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어요.

한소리반은 모두 출석했나요?

잊을 수 없는 내 첫

수업의 기억들

우리 반 수-업이 끝나지 않은 시간이면 아직은

장콜 제발 부르지 마요.

지난 시간 공부한 것 누가 말해 줄래요?

기억이 ding-dong 더 멀어지지 말아요.

초대할게요. 어쩌면 함께 할 당신

놀러와. 노들야학에 My Darling

 

당신이 남긴 농성장의 편지와

노들에 남긴 내 신임교사 지원서

당신과 뒤풀이가 끝나지 않은 밤이라면 나는요

마지막 차를 보내줄게요.

다음 날 떠올라버린 태양을 보며

거리는 ding-dong 더 멀어져만 가네요.

초대할게요. 어쩌면 함께 할 당신

놀러와. 노들야학에 My Darling

놀러와. 노들야학에 My Darling

 

노란들판의꿈 행사날, 마로니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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