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고 그리고 춤추고 노래한다!
-2018노들 피플퍼스트-
김진수 | 노들야학 진수입니다.
<노들바람>을 구독하고 있는 독자라면 피플퍼스트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당사자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시 한 번 그 유래를 짚고 넘어가자면, 1974년 미국 오리건주 자기권리주장대회에서 자신을 정신지체로 부르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는 우선 사람으로 알려지길 원한다”라는 말 “I wanna be known to people first.” 문장의 뒷부분에서 따온 것이다. 아무튼 피플퍼스트 운동의 시작은 그러하였고, 한국은 2009년 한국 일본 피플퍼스트 교류회를 하게 되면서 전파되어 올해로 6년째다. 이런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노들야학도 ‘노들 피플퍼스트’란 이름으로 피플퍼스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2018년 올해는 노들 피플퍼스트가 4회째 진행되는 해이다. 노들 피플퍼스트는 낮수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학생이 중심이 돼서 진행하는 행사다. 피플퍼스트의 기본 취지는 당사자들이 직접 준비하고 진행하고 꾸려가는 행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체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력자들이 그에 맞는 조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 조력자인 입장에서, 나는 이런 취지와 목적으로 노들 피플퍼스트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하려고 한다. 라는 어미에서 보듯, 발달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은 여러 어려움이 따르고 옆에서 조력을 하는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이 든다.
이번 노들 피플퍼스트는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라는 주제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는데, 주제와는 별개로 내 나름의 주제를 짓자면, ‘돌리고 그리고 춤추고 노래한다!’로 하겠다. 주제를 그렇게 지은 이유는 당일 피플퍼스트 행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우선 부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돌리고 커피 돌리고~ 돌리고~’라는 이름의 카페수업에서 연습하고 준비했던 팝업 카페 부스가 있었고, 그 옆으로 학생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그림을 뽐낸, 진 수업의 작품들을 전시한 진수업 부스가 있었다. 팝업 카페 부스인 ‘돌리고 커피’의 이름은 학생들이 카페 수업을 할 때, 원두를 그라인더에 가는 실습이 있는데, 원두를 갈면서 부르는 노래(돌리고~돌리고~)에서 따온 이름이라 하겠다. 팝업 카페 부스는 낮수업 카페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준비를 했다. 커피 가격을 같이 정하고, 카페 이름을 짓고, 컵홀더를 직접 그려서 장식하고, 손님맞이 연습을 하고, 커피를 갈고, 커피를 내리고, 돈 계산을 하고 하는 것들을 카페수업에서 몇 번이나 연습을 했다. 헌데 아쉽게도 낮수업 학생들 중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강원 시설에 거주하는 학생분들이 당일에 사정으로 제때 오지 못해서, 준비한 것을 함께 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진수업 부스의 작품들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학생들의 진 작품을 보고 무덤덤하게 지나친 사람을 난 이제껏 보지 못했다. 와~ 이야~ 라는 소리를 추적해 보면 학생들의 진 작품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소리다.
부스 전시가 마무리되고 이어진 공연은 우당탕탕 낮수업 영상 상영으로 시작했다. ‘우당탕탕 낮수업’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수업을 하면서 겪은 여러 사건들을 꼼꼼히 찍어 모아 만든 영상이었는데, 학생들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우당탕탕한 낮수업에 관한 영상이다.(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조만간 노들야학 유튜브에 공유합니다. 노들야학 유튜브 구독해 주세요!)
영상이 끝나고, 바로 노들 노래방 순서가 이어졌다. 금요일 노래방 수업에서 불렀던 자신의 애창곡을 많은 사람들이 있는 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신나게 불렀다. 수진님의 ‘오나라(대장금)’ 노래를 시작으로 지선님의 ‘마법의 성’ 혜운님의 ‘고운 인연’으로, 봉규님의 ‘번지 없는 주막’, 소민님의 ‘반달’, 현상님의 ‘봉선화 연정’, 장기님의 ‘개나리 처녀’, 희용님의 ‘동반자’, 연옥님의 ‘어머나’, 지민님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승연님의 ‘내 나이가 어때서’, 원주님의 ‘바운스’, 재형님의 ‘에너제틱’까지, 무려 12곡의 곡을 한 분씩 나와서 불렀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있는 힘껏 부르는 모습은 그날 행사의 어떤 것보다 내게 큰 인상으로 남았다. 또 한 학생들에게도 큰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힘껏 부르고도 학생들은 에너지가 남아있었다. 노래자랑 뒤에 이어지는 노들 춤수업 노들 에스쁘와 공연에서도 그 에너지는 발산됐다. 다 같이 함께 둥글게 모여, 리듬에 맞춰 춤을 췄다. 팔을 위아래로 흔들고, 엉덩이를 흔들고, 아래위로 뛰고 몸을 흔든다. 학생들이 개인별로 춤을 출 때마다 영상에서는 춤추는 학생들이 만든 진이 상영되고 있었다. 지난해 못지않은 화려한 무대였다. 마지막 무대는 ‘차별의 박’ 터뜨리기였다. 월요일 체육수업 때 했던 박 터뜨리기를 무대에 올린 것이다. 박을 잘 못 만들어서 박 안에 있던 ‘노들 피플퍼스트’라는 문장을 못 봐서 아쉬웠지만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에 딱 맞는 마무리였다.
노들 피플퍼스트를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면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비장애인 교사인 내가 조력을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은 어떤 수위에 관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런 것에서 좀 자유로워질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함께 즐거운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고, 신나는 것이 무엇인지 시도를 해보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의 즐거운 것과 신나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의 조력이라면 보다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은 커피 이름에 ‘돌리고’를 붙일 줄 아는 사람들이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고, 어느 노래가 나와도 노래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고, 어떤 리듬에도 내 춤을 추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재밌게 살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들과 함께 돌리고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려 한다. 재밌고 신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