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김선심
지금은 이렇게 누워 지내지만 어릴 땐 혼자 앉아서 밥도 내 손으로 먹었어요. 바깥엔 나간 적 없어요. TV만 보고 상상했죠. 나를 받아주는 시설도 없었어요. 그러다 한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나이 서른여덟에 첫 외출이었어요. 근데요 거기가 지옥이었어요. 원장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종일 굶어야 하는 날도 있었어요. 내 전화기도 수시로 뒤져봤죠. 유리병에 갇힌 느낌, 그런거 알아요? 어렵게 시설에서 나와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돈을 조금씩 모았어요.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가고 싶은 데 안 가고, 정말 악착같이 모았어요. 나만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동가들한테 내가 모은 돈을 내놨어요. 그 돈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오라고요.
김선심 님은 십여 년 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오면서 노들야학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에게 ‘꽃님’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화초로 가득한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합니다. 거의 모든 일상을 활동지원사와 함께 보냅니다. 자립한 지 10년이 되던 해인 2016년에 자신이 10년간 모은 돈 2000만원을 장애인운동 단체에 기부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