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김동림
술 드신 날이면 아버지는 나를 향해 ‘저거 빨리 죽으면 좋겠다’고 소리를 질러대시곤 했어요. 결국 어머니한테 말해서 시설에 스스로 기어들어갔어요. 스물다섯살에. 그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말이에요. 시설에서 뛰쳐나온 뒤 사람들이 물어요. 나와서 살면 위험하지 않냐고. 근데요, 자유가 있어요. 그리고 자유가 있으면 꿈이 생겨요. 어렸을 때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어요. 내 꿈은 나보다 약한 사람들 도우며 사는 거 예요.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전국일주 하는 거. 장애인이니 쉽지 않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런 걸 해낸 사람을 보았어요. 그걸 보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힘도 났어요. 더 나이가 들어도 꼭 해보고 싶어요.
김동림님은 이십대에 장애인거주시설에 들어가 22년을 살고 다시 사회로 나왔습니다. 2009년 비리와 인권침해가 많았던 시설에서 동료들과 함께 집단 퇴소하고, 국가에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를 보장하라며 싸움을 벌였습니다. 야학에서 만난 아내와 함께 살면서 여전히 시설에 있는 사람들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