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116호 - 홍철과 지민의 치열한 내 집 입주기 / 승천·지민·홍철·명희

by (사)노들 posted Nov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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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영등포.jpg

 

 홍철과 지민의 치열한 내 집 입주기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 까지

 

정리 : 「노들야학」 명희 인터뷰 : 「노들야학」 승천, 지민, 홍철

 


STEP 1 내가 머무르고 있었던 곳

 

명희 영등포에서 얼마나 살았어요?

 

지민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오랫동안. 서울에 살던 처음도 영등포 쪽방촌이었고, 지금 집에 오기 전까지도 여기에서만 살았죠.

 

홍철 10년 넘었어요. 예전에 거리에서 살다가 광야교회 알게 됐고 누가 소개시켜줬나 그래서 여기로 처음왔고. 교회에서 배식일도 하고 이것저것 일도 하고 했어요. 공부하고 싶어서 집사님한테 학교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그때 노들야학에 오기 시작했구요.

 

명희 홍철과 지민은 오랫동안 서울의 외딴섬 같았던 영등포 쪽방촌에서 오래 살았어요, 처음 그들의 집을 보았을 때 어땠어요?

 

승천 쪽방촌의 환경, 두 분의 방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빴어요. 영등포역 바로 옆 24시간 청소년 출입금지 안내판을 지나면 쪽방촌이 나오는데 더운 날이라 더 그런지 동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좋지 않은 냄새가 났어요. 두 분 방 모두 이층에 있는데 머리가 부딪칠 것 같은 낮은 천장에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거나 오래된 집 다락방 올라가듯, 가벽에 고정된 나무를 잡고 기어 올라가면 복도 양 옆으로 몇 개의 방이 줄지어 있어요. 건물에 공동으로 쓰는 수도꼭지만 있고 화장실이 없어 샤워하거나 용변을 볼 때는 영등포역이나 근처 교회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두 방의 상황은 대조적이었는데 홍철의 방은 짐이고 세간이고 거의 없었고 지민의 방은 몇 년간 한 번 들어간 물건은 다시 나오지 못한 듯 많은 것(대부분은 쓰레기라고 해도 좋을)이 쌓여 있었어요. 홍철은 저와 둘이 가방 몇 개에 짐을 나눠들고 버스로 이사할 만큼 아무것도 없었고 지민형은 이사하고도 집주인분과 실랑이를 하며 교사 여럿이 청소해야 할 만큼 집 상태가 심각했어요.

 

지민집청소_ (2).jpg

 


STEP 2 내집찾아 삼만리1


명희 집은 어떤 계기로 구해주게 된 건가요? 그래도 두 분 다 전셋집인거죠?

 

승천 아마 누구라도 쓰레기로 가득 찬 지민 형 집 상황을 봤다면, 한시라도 빨리 집을 옮겨야 된다 생각했을 거예요. 형이 쓰레기로 가득한 집에 산 이유가 쪽방촌에 살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상하수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그 집에서 일단 나오지 않고선 지민형이 집을 잘 관리하고 깨끗하게 살기를 바랄 수 없었어요. 홍철은 야학 온 지는 꽤 되었는데, 학교를 다니다가 한번씩 사라지곤 했어요. 친척 형이 와서 홍철을 데리고 가면, 몇 개월 사라졌다가 모은 돈은 다 날리고 몸엔 상처를 입고 나타났어요. (명희샘이 고생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쪽방촌 힘 좀 쓰는 누군가와 지방에 (끌려) 내려갔다가 모텔비를 못 냈다고 돈 달라고 전화가 오기도 하고, 가끔 동네 험한 일에 휘말리기도 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홍철이 야학 근처에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야학에서 집 이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후에는 두 사람 다 빨리 이사하고 싶어해서 언제 나갈 수 있냐고 제게 수도 없이 물어 봤어요.

 

명희 정말 매일같이, 매순간 전화로 야학 사무실에 와서 물었죠.

 

승천 고민이 되는 지점인데 지민, 홍철이 이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하고 지원을 했던 과정에서 쪽방촌 중심의 지난 공동체와 단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지난 공동체와의 단절이 좋은 방법인가는 잘 모르겠어요. 이 글을 통해 지금도 누군가 살아가는 공간인 영등포 쪽방촌에 대해, 가난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염려가 돼요. 살아온 삶은 연속성이 있고 거기서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의 방법과 관계망이 있었는데 이사라는 방법으로 그걸 끊는 게 우리가 한 선택 중 최선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두 사람 다 SH 전세자금 대출 사업으로 전세자금을 대출 받아 집을 구했어요. 8550만을 지원 받고 450만원을 자부담해요.

 

홍철은 자부담 금액이 없어 야학에서 자부담 비용을 빌렸어요. 지금 노들야학 급식일을 열심히 해서 조금씩 갚고 있어요. 전세자금 대출이 특별히 엄청난 복지 혜택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전세금에 대한 이자를 매달 갚고 있는데 그 이자율이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저도 이용하고 있는 전세 자금 대출 상품인 ‘버팀목 대출’ 이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대출 중 가장 안전한 주택자금 대출금에 집주인의 재무상태까지 까다롭게 심사 후 대출을 해주니 SH 입장에서는 돈을 떼일 일도 거의 없고요. 그런데 사업이 되기를 아파트 당첨 기다리듯 기다려야 하고 사업이 된데도 준비할 서류의 복잡성,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가난, 집 구하기의 어려움(전월세 정보를 모아놓은 사이트 직방, 다방 등에 올라온 서울 전역의 수천의 집 가운데 SH 조건에 맞고 전세자금 대출 사업을 받는 집은 수십 개도 되지 않아요.) 등의 이유로 사업을 이용해 정말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홍철영등포(삐삑사진).jpg

 

 

명희 두 분 다 집을 구할 때, 우선으로 생각했던 게 있어요? 가령 창문이 해가 있는 방향으로 잘 있는지, 물은 잘 나오는지, 그리고 곰팡이가 혹시 피지는 않았는지 등 말이에요.

 

지민 ....

 

홍철 승천 선상님이 구해준 집.

 


STEP 3 우당탕탕, 내집찾아 삼만리2

 

명희 집을 찾으면서, 차도 없이 홍철 혹은 지민을 대리고 서울시내 종로구/성북구에 집을 구하러 다니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해주세요. 그리고 혹시 지적장애 혹은 조금 다른 세입자를 보고 차별을 받았다던가 하는 일이 있었나요?

 

승천 집을 구하러 가는 날 제가 정상성(?)을 많이 요구했던 것 같아요. 꼭 면접 보러 가듯 깨끗한 옷 입고 면도하고 가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부동산 중개인과 집주인에게 우린 해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청소도 잘하고 관리비도 제때 낼게요. 친구들을 불러 밤늦도록 술 마시고 소란 피우는 일은 없어요, 라는 인상을 줘야 하거든요. 집 보러 간 이후 제게 전화가 와 세입자분이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냐고 물어온 경우도 많았고 우리는 계약을 원했는데 집주인이 장애 때문에 안전상 걱정이 된다는 이유로 계약을 안 한 경우도 있고, 걱정하는 집주인을 붙잡고 긴 설득이 끝난 후에야 계약을 한 경우도 있었어요.

 

홍철이사집.jpg

 


STEP 4 정착


명희 홍철과 지민은 자기집,이 살면서 처음 생긴 건데, 어떻게들 지내고 있나요?

 

승천 이사 초기에는 텅 빈 집을 채울 세간을 구하느라 바빴어요. 인천에서 티비가, 이태원에서 그릇이, 성북동에서 냉장고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집안에 필요한 물품들은 거의 구비가 되었어요. 이제 50일 정도가 지난 것 같은데, 홍철은 홍철처럼 지민형은 지민처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지민형의 집이 무척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고, 홍철은 집을 구하기로 마음먹고는 한 번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 같아요.

 

명희 온전한 내집에서 주말에 뭐해요?

 

지민 잠자요.

 

홍철 밤낮으로 청소를 해, 하루에 두 번. 걸레 빨아서 방 닦고 누워 있다가 걸레 빨아서 방 닦고. 가까이에서 사람이 가득가득 안 살아서 조용하고 좋지. 그러니 청소를 해야 해.

 

지민이사집.jpg

 

 

명희 자립생활 그 이후, 아직은 홍철과 지민이 가지고 있는 앞으로의 숙제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승천 이사 이후 많은 것을 얻었지만 동시에 좋은 것이었든 나쁜 것이었든 오랜 영등포 삶에서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잃었을 것 같아요. 삶의 방법, 인간관계 같은 것들이요. 지금은 그 빈 부분을 노들야학이 채우고 있지만 그 빈 부분을 야학이 다 채울 수 있을까? 야학에서 더 많은 시간을 있고 야학만 의지하며 사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자립한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야학을 매개로 더 많은 관계와 공간을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명희 집을 구해준 여정이 길었어요. 마지막으로 승천선생님한테 두 분이 하고 싶은 말 있어요?

 

홍철 형한테 말했어요, 돈 모아서 제주도 둘이 같이 다녀오자고.

 

(지민) 배승천 선생님 좋아요.

 

흐흐. 고마워.

 

지민집청소_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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