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116호 - 누구도 남겨 두지 않는다 프로젝트 : 상상력이 우리를 구한다 / 박은선

by (사)노들 posted Nov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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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남겨 두지 않는다 프로젝트 : 상상력이 우리를 구한다

 

 

박은선│리슨투더시티에서 일하고 모 대학 재난연구소에서도 일함. 일복이 터짐.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포항지진이 발생했을 때 장애인들이 지진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재난으로부터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회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묻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리슨투더시티의 구성원들은 비마이너 강혜민 기자의 기사 ‘포항지진, 그곳에 장애인도 있다’를 접하고 포항을 방문해서 왜 일부 장애인들이 탈출을 포기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리고 노들장애인야학이 있는 대학로 건물을 사용하는 다른 장애해방 단체 상근자들과 함께 재난 대피 워크숍을 진행했다.

 

 

재난대비_집안에서지진대피.jpg

 

이 글은 포항지진을 경험한 장애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한 질적연구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2017년 포항지진을 겪은 장애인의 경험을 바탕으로’라는 제목의 논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여 공유하고 같은 제목의 워크샵의 내용을 공유하려고 한다. 재난(disaster)과 자연재해(natural hazard)는 다른 개념이다. 자연 재해는 태풍, 해일, 지진 등을 일컫는 것인데 만약 인간에게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았다면 재난이라고 말할 수 없다. UN산하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UNSDR)에서는 재난과 자연재해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재난은 사회적 취약성(vulnerability)이 위험(natural hazard)과 만나서 생기는 개념으로 망망대해에서 일어난 해일은 재난이 아니라 자연재해이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에 해일이 일어나 피해가 발생했다면 재난이라고 부른다. 즉 한 사회의 재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고유한 취약성을 이해해야만 한다. 취약한 사람들이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체적 제한으로 민첩하게 도망가지 못하는 사람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인, 어린이, 여성 등을 말한다. 또 대피할 수단이나 돈이 없는 사람들도 취약 계층으로 볼 수 있다. 재난관리는 보통 예방, 준비, 대응, 회복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동안 장애인은 전 세계적으로 재난 관리 과정에서 언급되지 않는 존재였다. 그러나 2004년 인도양 쓰나미,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1 후쿠시마 대지진처럼 대형 재난에서 장애인이나 여성, 저소득층이 입은 피해가 크자 재난 취약성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 되기 시작했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때는 여성의 사망률이 남성 사망률에 비하여 거의 3배 이상 높았고, 장애인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장애인이 사망했는지 추측조차 불가능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재난 이전에 존재한 불평등이 어떻게 도시 재난에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예로써 저소득층 흑인들의 대피율이 낮았으며, 회복 과정에서도 백인들보다 불이익을 얻었다. 2011년 후쿠시마 쓰나미 때 미야기시의 사망자 50%이상은 65세의 노년층이었고, 장애인 사망율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하여 약 2.3배 높았다. 재난이 발생하면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사망자 비율도 높지만 재난 복구 과정에서도 ‘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다.

 

인도양 쓰나미나 아이티 사례에서도 장애인들이 회복 과정에서 배제 된 것을 비판하는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2012년 유엔산하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는 인천전략을 통해 장애 포괄 재난 대응 목표를 발표하였고 장애인을 재난관리 과정에 참여시키고, 관련 인력들에게 재난 대비 훈련을 시키고, 장애 포괄 대피시설을 구축하라는 제안을 했으며, 2015년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SDR)은 일본 센다이에서 센다이 프레임을 발표하면서 장애인을 재난 관리 과정에 포함시키고 장애포괄적 재난 관리를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까지 아직 구체적 이행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진 안전 지대로 일컬어졌으나 경주지진에 이어 포항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 지진 때도 대피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있었다. 지진이 나면 책상 밑으로 들어가 우선 머리를 보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대피하라고 하지만 고층아파트나 빌라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은 대피할 방법이 없었다.

 

 

재난대비_비상의자사용.jpg

 

누구도 남겨 두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장애인 4명, 활동보조사 3명, 활동가 1명, 포항지역 공무원 2명 총 열 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질적 주제 분석방법(thematicanalysis)을 통해 코딩을 하였다. 인터뷰이들이 가장 많이 거론한 내용은 ‘대피 실패’와 그로 인한 무력감이었다. 주 인터뷰자 중 하나였던 A씨는 근육 장애인으로 포항 북구의 한 아파트 12층에 살고 있는데 한 번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 날 수 없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진 당일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방송으로 테이블 밑으로 숨어서 머리를 보호하고 엘리베이터를 쓰지 말고 계단을 이용하라고 했으나 A씨는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동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활동지원사는 하필이면 그날 몸이 아파 병가를 내서 곁에 없었다.

 

“어차피 거기 있으면 안되니까 도저히 안되겠다 해보자 하면서 내려갔었죠. 네 엘레베이터를 탔어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 보니까 이래 죽으나 저리 죽으나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자고 했죠.”지진으로 인한 문제는 2018년 2월 11일 새벽에 일어난 규모 4.8의 2차 지진이었다. B씨는 2층에 살고 있었고 새벽 5시였기 때문에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냉장고의 내용물이 쏟아지고 천장에서 접시가 쏟아졌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새벽에는 정말 이러다가 죽겠구나, 인생이 참 허무하다 생각이 들었어요.”그 다음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 것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피를 할 수 없는 이유’였다.

 

첫째, 장애 포괄 정보의 부재이다. 청각장애가 있는 B씨는 지진 당일 주요 방송사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고 했다. 또한 당일 어디로 대피하라는 정보도 맹인이나 청각, 언어 장애를 가진 사람들처럼 정보를 바로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안내도 없었다. 둘째,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 부족이다. 김주영, 송국현, 오지석, 권오진씨의 예처럼 활동지원사가 없어 목숨을 잃은 장애인들이 매해 발생하고 있으나 24시간 활동지원을 제공하는 시는 서울시, 광주, 경기, 충북,전라남도밖에 없다. 활동지원의 확대는 중증 장애인들의 일상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지만 재난 발생시 대피, 회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지진이 나면 아무 생각도 안나요. 그냥 누가 옆에 있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옆에 누가 있다면 테이블 밑에 숨을 기회라도 생기지 않을까요?”

 

셋째, 엘리베이터를 대체 할 수 있는 장치 및 장애포괄 건축법규의 부재이다.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1%이며 연립다세대도 14.9%에 이른다. 즉 전인구 75% 이상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지진 발생시 계단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넷째, 재난시 장애인들을 위한 이동 차량의 부재이다. 설사 운 좋게 건물을 탈출했다고 하더라도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없다. 현재 포항시 인구 25만명 중에 장애인은 2만6천명인데 포항시의 장애인 콜택시인 ‘동행콜’은 30대밖에 없으며 그것도 노인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평일은 아침 7시에서 10시까지 운행되고 주말은 오전 8시에서 저녁8시까지 운행되다 보니 평소에도 이용하기가 어려운데, 지진이 발생했을 때 동행콜을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섯째,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피시설의 부재이다. 이번 포항 지진의 대피소는 흥해읍의 흥해체육관인데 한 공무원은 이 시설 자체가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예산 부족도 문제이지만 이렇게 큰 지진이 날 것을 예상을 못해 인해 대비를 못했다고 한다. 한 활동가는 지진대피소가 아예 내진 설계가 안되어 있는데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갖추어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섯째, 장애인들이 어디 사는지에 대한 정보 부재이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활동지원사, 활동가, 포항시의 한 공무원 모두 포항 지진 이후 중증 장애인들 대부분 포항시에서 지진에 대한 피해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시에서 중증 장애인들이 어디 사는지 정보를 구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독거노인에 대한 피해 여부는 독거노인관리사를 통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요양보험제도 덕분이라고 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여러 단체로 나누어져 있고 그 단체에 직접적으로 관리 받는 장애인들의 정보를 부탁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활동지원사도 요양보호사처럼 국가 차원에서 적극 관리 지원한다면 재난관리도 수월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일곱째, 회복 과정으로 부터의 배제 등이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진 후 포항시에서 개최한 2018 지진대응 포항시민 대 토론회에 장애인들도 참석했지만 그들은 발언권조차 가질 수 없었다. “포항시에서 토론회를 한다고 해서 가가지고 저희가 갔죠. 토론회 주제가 왜 지진이 발생 했는가 였는데 시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을 궁금해 했고, 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으나 묵인 당했습니다.”

 

포항시의 공무원들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국가 차원에서 특수한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재난 대비 대책이 없는데 어떻게 포항시 같은 지역 중소도시가 장애포괄재난대비 매뉴얼이 갖추어져 있겠는가 하고 반문하였다. 지진이 나면 119는 부상당한 사람들을 구출하러 출동하기 때문에 건물에 갇힌 사람들까지 구출하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 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인터뷰이들은 하나 같이 주변 이웃들이 대피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활동지원사는 자신은 A의 집에서 차로 삼십분 넘는 거리에 산다, 아무리 빨리 운전하고 와도 그때는 너무 늦지만 주변에 있는 분들이 먼저 대피해 있다가 상황을 파악해서 주변의 중증장애인들의 대피를 돕는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영화를 편집하고 논문을 정리하면서 장애를 포괄한 재난관리가 가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장애인의 일상의 질이 높아지지 않으면 재난 발생시에도 잘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이 이토록 사회로부터 고립 되어 있는데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피가 원활하게 잘 이루어질 수는 없다.

 

많은 재난 연구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두터운 사람일수록 재난에 대한 정보 습득도 많고, 대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그런데 장애인이 직업을 가진 비율은 2015년 기준 36.4%밖에 안 되고, 고등학교 미만의 학력을 가진 장애인은 56.6%이다. 평소에 집과 병원, 장애인 복지 시설만 주로 왔다 갔다 하는 일상 속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두터워질 가능성도 낮고, 이웃들과 왕래가 있을 가능성도 낮다. 프로젝트의 결론이자 정책 제안은 아래와 같다.

 

1. 장애포괄 재난관리가 기능하려면 지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2. 장애 포괄 재난 방송 및 시각경보 장치가 필요하다.

3.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가 확대 되어야 한다.

4. 엘리베이터를 대체할 수 있는 비상 의자, 건축물 허가제도 개선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 도구가 필요하다.

5. 비상시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수송할 수 있는 차량 확보를 해야 한다.

6. 누구나 와서 사용할 수 있는 지진 대피소가 필요하다.

7. 국가는 중증장애인들이 어디에 사는지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8.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대피 할 수 있는 장애 포괄 재난 대피 훈련과 매뉴얼이 필요하다.

 

한국은 더이상 지진 안전 지역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심리학 용어에 ‘정상화편견’이라는 말이 있는데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알게 되면 괜찮다고 무마하려는 심리적 현상이다.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설마 별일이 있겠나 싶은 집단적 정상화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논문은 아시아 지역학회에서 발표 하였는데, 센다이에서 온 교수님 한 분이 요즘 일본은 이웃을 두고 나 먼저 도망 가라고 말하는데, 한국은 정 반대 이야기를 해서 놀랍다는 코멘트를 하였다. 실제로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 당시 미야기현 유리야게라는 마을에 쓰나미가 닥쳐 4700명 중 700명이 사망했는데, 사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설마 위험할까?’ 하는 정상화 편견 때문이었으며, 독거 노인을 보살피려던 사람이 그만 대피 시기를 놓쳐 버린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쓰나미는 15-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대피해야만하는 특수한 상황으로써,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구체적 행동 요령이 필요하다. 5.0 초반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포항지진 5.4), 6.0정도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구분하여 지진 대피행동 요령과 구출 계획을 구체화 시키고 능동적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난 시나리오 워크샵과 상상의 장애 포괄 대비 매뉴얼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노들 장애인 야학에 있다. 노들 대학로 건물이 2층이라 늘 맘에 걸렸는데, 4층과 5,6층까지 다른 단체가 이사를 왔다고 하니 이만저만 우려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불이 난다면, 지진이 발생한다면 건물 안의 사람들은 어떻게 대피 해야할까? 노들 장애인 야학은 매해 두 번 이상 소방 훈련을 받고 있지만, 문제는 계단이다. 20kg이나 나가는 전동 휠체어의 무게에 성인 남성의 무게를 더하면 남성활동가 세 명이 들어도 대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워크샵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참가자들에게 각 층에서 대피 가능한 통로 2개 이상을 확보해 탈출 계획을 세우기를 요구했으며, 현재 사무실에 존재하는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 파악하게 하고 서로 결과를 공유하고 화재나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계단으로 나타났다. 노들 건물에서 밖으로 나가는 계단은 두 군데인데 만약에 수십명의 사람이 몰린다면 탈출 방법이 없다는 우려를 했다. 2부에는 제시 된 문장에 따라 상상을 하고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그림을 그리는 내용이었다. “20**년 어느 날 규모 6.8 지진(건물이 부서지고 무너지는 정도의 강도)이 서울 대학로에 발생했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매트나 커튼을 가져와 휠체어에 탄 사람들을 들거나 굴려서 밖으로 대피 시키고 마로니에 공원 공터에서 모인다는 내용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노들야학 교사들과 인해 전술로 날랐다. 연주반 매트 위에 사람을 싣고 비상 계단을 오르내리며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진수 선생님은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지진이야~!! 지진이야~!! 사람들에게 전달하세요!! 대피하라고 말해주세요!!” 워크샵 참여자 중에는 건물이 붕괴되고 70만원짜리 보치아 홈통이 부서지며 그냥 다 죽었다는 암울한 내용도 있었다.


“지진으로 인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 구조물이 무너져버렸다. 옥상에서 밖을 보았다. 서울은 지옥이 되어있었다.”우리가 워크샵을 제안한 가장 큰 이유는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의 재난 대피 요령과 대피 계획이 중요해진다. 미국의 경우 가정의 대피 계획을 권장하며, 일본의 경우는 각 학교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재난 매뉴얼을 학생들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워크샵을 통해 재난이 발생했을 때 판단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재난 시 필요한 장치나 도구뿐만 아니라 정책까지도 상상해 낼 수 있다.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상상한 방법은 슬라이드 혹은 일종의 피난 의자였다.

 

만약에 노들장애인야학에 피난의자가 보급되고 의자 사용 방법을 익힌다면 구체적인 대피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워크샵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상상의 장애 포괄 재난매뉴얼’도 만들었다. 만약 장애인들 주변에 비장애인 친구들이 많고 함께 있어줄 사람이 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의’라는 표현이 붙었다.

 

재난대비_시각장애인과함께.jpg

 

 

나가며

 

우리나라 도시는 삶을 구축하는 공간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 이익을 위한 공간으로 기형적으로 발전해왔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재산이 적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자유롭게 도시 공통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도시 계획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샌더콕(Leonie Sandercock)나 아이리스 영(Iris Young)과 같은 페미니즘 도시학자들은 도시의 진실은 주변부에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도시는 주변화 된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도시권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주장 중에 하나는 공통의 공간을 누가 어떻게 다시 재 전유하는가 하는 문제이며 상상력의 힘을 강조한다.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도시를 상상하는 힘만이 지금 보다는 나은 도시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리라 생각한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진행된 워크샵의 결과물과 영화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상상의 장애포괄 매뉴얼은 우리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두고 가지 않는 도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상상하고 질문하는 과정이었다. 인터뷰를 담은 영상, 워크샵 결과물과 상상의 매뉴얼을 보고자 하는 사람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방문하면 되고, 논문은 영문으로 국제 재난 경감 저널에 투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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