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116호 -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뛰었다 / 박정숙

by (사)노들 posted Nov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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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뛰었다
- 노년에 접어든 한 퀴어 여성의 삶과 운동, 궁리소 차담회 후기


박정숙 │ 노들야학 한소리반 학생. 노란들판 활동지원 교육기관 상근활동가입니다.

파스타를 먹으며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합니다.

 


노년에 접어든 한 퀴어 여성의 삶과 운동, 그리고 구술생애 작가로서의 글쓰기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질문과 대답이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면식도 없었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그는 이미 유명한 사람이었다. 노들장애학궁리소 차담회 이야기손님으로 오는 거니까 범상치 않을 거라 생각되어,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검색 해보니 동영상이 있었다. 역시나 대단하고 그는 나에게 기대를 주는 멋진 사람이었다.

 

희끗한 머리칼 숏 커트 스타일에 웃음 가득한 얼굴, 첫인상이 강렬하면서도 미소가 부드러웠다. 격이 없이 진행된 차담회, 말 그대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일방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본인의 어린 시절과 청년 때와 중년과 노년을 부모님과 형제지간, 결혼생활과 자녀, 그리고 연인 이야기까지 생소하기도 하고 어떤 한 부분은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과 어린 내가 튀어나왔다 들어가곤 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렇게 스펙터클 하고 가슴이 뛴 적이 있을까? 근래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가 거침없이 내놓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한 페이지에서는 나의 어린 시절이 가감 없이 소환되었고 괜찮다고 다독이며 부끄러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치유와 감동에 뭉클했었다.

 

어느 한 페이지에서는 그의 외로움과 애틋함, 사랑과 용기를 보았고 또 다른 페이지에서 소수자와 장애인 노인들의 삶에 귀 기울여 연대와 운동을 하며 함께 살아가고 그렇게 살아가려는 그 모습을 보며 내 맘에 좋아하는 또 한 사람으로 저장해두기로 했다. 1957년생 최현숙. 한마디로 멋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살면서 롤 모델을 만들고 따라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 한 사람만은 아닌 것 같다. 여기에서 굳이 그의 이력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차 담회에서 만난 그는 나의 노년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많은 감정들이 요동쳤던 3시간 동안 이런 좋은 만남을 만들어준 궁리소 차담회에 감사했고 그의 글을 많이 읽고 알아가고 함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감흥이 없어지며 말라가던 나의 감수성이 살아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뛰는 가슴이 또 한뼘만큼 확장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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