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115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너와 나의 연결고리 / 이라나·정성룡·김명학

by (사)노들 posted Sep 11,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너와 나의 연결고리
'당신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기에!!!투쟁!!!'

 

 

이번 [노들은 사랑을 싣고]의 주인공은 노들야학 휴학생 정성룡 님과 2008년도에 잠깐 노들야학에서 신임교사 활동을 하시다가 노들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에서 2015년까지 활동을 하신 이라나 님입니다. 정성룡 님과 이라나 님은 결혼해서 예쁜 아가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 인터뷰·정리 : 김명학

 

 

꾸미기_KakaoTalk_20180629_223949756.jpg

 


명학 : 이라나, 정성룡님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 해서 찾아 와 봤습니다. 우선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룡 : 저는 노들장애인야학 한소리반 소속이구요, 지금은 주식회사 레드스톤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음... 야학은 한 2015년도에 다녔고, 개인사정으로 일산직업개발원에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 다니면서 야학을 떠나와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행복한 신혼이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여운 딸에 아빠이기도 합니다.

 

라나 : 안녕하세요^^ 저는 2008년도 노들야학 신임교사 활동에 발목만 담갔다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지난 2015년까지 활동했었습니다. 신임교사 활동할 그 당시만 해도 저는 노들야학에서 ‘어느 별에서 왔니 상’까지 받았던 아주 풋풋하고 싱그러운 활동가였지요^^::: (막 요래~) 지금은 성룡 님과 2017년 9월에 결혼해서 올해 2월에 이쁜 아기도 낳아서 잘 살고 있답니다!!

 

 

명학 : 노들은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성룡 : 노들을 알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 빚을 갚기 위해 닥치는 대로 모든 일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29살 이후 두 번째 큰 사고가 나면서 3년이란 시간 목발 두 개를 짚으면서 더 이상 일을 찾기가 힘들어졌어요. 장애를 가지기 전에는 가능했던 일들이 장애를 갖고 나서는 할 수 없게 되고 심지어 학력도 짧아서 써주는 곳도 없더군요. 그래서 노들야학에 검정고시 공부 겸 다니게 되었습니다.

 

라나 :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강릉에서 이래저래 일을 하다, 2007년도에 내가 할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것이라 믿어 상경하게 되었고, 그 당시 국민연금 콜센터에서 상담원 일을 했는데 서울생활이 고되기도 하고, 상담원이라는 직업에 많이 지쳐있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선배이자! 사회복지사 슈퍼바이저! 이시며, 지금 노들센터에서 활동하시는 홍지연님의 남편분!이신 최순규 님을 통해 대학로에 천막을 치고 교육권 투쟁을 하던 노들야학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선배님은 노들야학을 무척 존경하셨고 그곳에서 제가 활동하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데려가셨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왔네요.^^ 다시 한 번 이 시간을 통해 최순규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물론 이전에도 노들을 몰랐던 건 아니었어요. 강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했을 때도 알았는데, 그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까지 장애인운동이 제 일상의 옷으로 입혀질지 몰랐던 당시라~ 모든 건 절대적 계기가 존재하는것 같아요!!
 

 

꾸미기_KakaoTalk_20180629_223931659.jpg

 


명학 :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성룡 : 라나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다니고 있었고 저는 노들야학 학생이었던 시절 스치듯이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시간이 흘러 인연이라 생각하고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적응하는 일이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같이 술을 한잔할 기회가 생겨서 함께했는데, 너무 당차고 당차서.^^ 그리고 무엇보다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라나 : 오랜 시간동안 페친인지 모르고 있다가, 아마도 그 절대적 계기가 그 시간에 온 거 같아요.ㅋㅋ 연말에 집에서 마지막 한 해의 날을 조촐하게 보내고 있었는데, 페북 메시지로 “사는 게 어떠세요? 라나 씨~”라고 왔어요. 사실 그 당시 그 메시지를 받을 때 즈음, ‘좋아요’를 매번 눌러주던 성룡 님이 약간 호감 가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먼저 그렇게 연락 올 것이라 생각 못했었죠. 그리고 저도 그 당시 장판을 살짝 떠나있는 기분에 울적하기도 했었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일이 이렇게 흘러와 버렸어요.ㅋㅋ 아! 그 절대적 계기가 지금 알고 보니, 모든 페친에게‘좋아요’를 습관적으로 누른다는 사실을 몰랐던 게 함정이었어요!!

 


명학 : 아기 연수 소개도 해 주세요.

 

 

성룡 : 연수는 무술년 황금개띠 해에 태어났고 라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낳기로 마음먹었고 역시나 낳고 보니,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고 깜찍하고 꼭 껴안아주고 싶을 만큼 너무 좋습니다.

 

라나 : 사실 아빠 성룡 님이 말한 것처럼 저는 선천성 장애를 갖고 있고 제 장애는 유전이 될 확률이 50%예요. 연대세브란스 병원 의사는 갖기 전에 오지 지금 와서 어떻게 낳으려고 그러는 거냐며 저희 둘을 대책 없는 사람 취급하기도 하고, 한 생명의 탄생에 온갖 걱정과 한심을 해 댔어요.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해요...) 왜 걱정이 없었겠어요. 사실 아이가 제 장애를 유전 받은 것 같다고 진단받았던 순간에도 모진 생각도 했었어요.

 

그렇지만 모든 존재가 소중하고 그 소중한 존재에 대한 책임감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지금의 연수, 그때의 별꽁이를 절대 놓칠 수 없었어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2개월에 한 번씩 몇 박 며칠로 뼈 주사를 맞아야해서, 여전히 미안한 일이 많지만, 다른 아기들처럼 잘 웃어주고 잘 놀아주는, 그리고 잘 울어주고 땡강도 부쩍 부리는 정말 고마운 4개월 아가예요^^!

 

꾸미기_KakaoTalk_20180629_223926609.jpg

 

 

명학 : 끝으로 노들에 하고 싶은 말?


성룡 : 저는 금전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기에 노들야학을 다녔어요.^^:: 천원도 없어서 급식도 쉽지 않았던 ^^::::: 사실 눈칫밥 먹기도 하고 그러기 싫어서 계단에 앉아서 좀 많이 우울했던... 그래서 노들에서 하는 무상급식 일일주점은 절대 빠지지 않고 출석하고 있기 도해요.^^ ㅎㅎ 그냥 저 같은 사람도 외면하지 말고 꼭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들은 저한테 ‘투쟁’ 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기도 했었죠. 특히나 그린라이트가 충격 이었는데 횡단보도에서 건너는 척하면서 도로를 점거했잖아요, 처음에는 창피하고 이 사람들 대체 뭔가 속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니 이건 어쩔 수 없는. (언어가 떠오르지 않아 여보야 ^^::도와죠!!) 어쨌든 노들은 정말 좋은 곳입니다! 하하

 

 

라나 : 남편을 좀 돕자면 제가 예전에 신임교사 활동할 때, 함께 활동했던 홍은전 언니가 해 준 말을 잊지 못하는데요. 그때 야학 학생 분들이 공부도 게을리 하는 것 같고 그냥 막 이유 없이 저한테 텃새부리는 것 같아서, 철딱서니 없이 제가 막 ‘나이 들어 하는 공부면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했는데, 그때 은전언니가 “공부도 때가 있는데 그 쉽지 않은 공부를 하겠다고 어떻게 해서든 이 공간을 찾아오고 이 공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뻐한다면 이 곳은 공부 이상으로 벅찬 곳 아닐까?”라는 말을 했어요. 물론 저 언어들이 정확하진 않지만, 제게 절대적 계기를 준 명언이었죠. 그 말을 듣고 어찌나 부끄럽던 지.^^:: 그래서 저희는 지금도 노들을 참 고마워합니다!!

 

성룡&라나 : 당신의 해방과 저희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기에!!! 투쟁!!!


Articles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