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노들바람 제84호
[노들바람을 여는창]
이번 호는 봄에 보내는 지난 겨울 이야기 쯤 되겠군요.
안녕, 또 만나서 반가와요.
오늘도 미X언니가 전동으로 야학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옵니다.
‘선생님’,‘저기요’로 시작해 핵심은‘화장실’인 말을 반복합니다.
바쁜 척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사실 정말 바빠요.“화
장실 가시게요?”바빠도 답이 없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끙
끙 거리며 언니를 변기 위에 옮겨 앉혀줍니다.
미X언니 그리고 희X언니가 나의 단골 손님이고, 영X언니, 애X언
니, 은X언니가 가끔 나를 찾습니다.“일하는데 미안, 내가 너무 급
해서…”“선생님 미안해요, 오늘 활동보조가 없는 날이라서…”
이렇게 활동보조를 하고 있노라면 이 사람들은 노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집니다. 화장실은 어떻게 가고, 저녁밥은
어떻게 먹을까? 집엔 어떻게 들어가고? 들어가선 어떻게 잘까? 노
들이 있어 다행이다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활동보조인 없이 살
아온 세월이 놀라운 겁니다. 활동보조 시간이 충분치 않은데 감히
혼자 살아가는 용기가 놀랍고, 어찌됐든 잘 먹고 잘 싸고 잘 살아
가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이 나라가 돈을 엇다 썼는지, 예산이 부족하다며 활동보조 이용을
까다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예산이 부족하다며 활동보조
인서비스 신청을 한동안 받지 않더니, 올해는 자부담 비용을 최대
8만원까지 높였습니다. 때문에 영X언니는 매달 쌩 돈 5만원을, 라
X는 7만원을 내게 생겼습니다. 또 활동보조를 이용한 지 2년이 넘
는 사람에게‘재심사’를 받게 해, 이용자를 걸러냅니다. 두 팔이 입
근처까지 안 올라오는 형X는 밥 먹을 때 주로 활동보조를 이용하는
데, 재심사에서 떨어질까봐 걱정이랍니다.“나 걸어 다닌다고 활보
안 주면 어떻게 해요?”음… 눈칫밥을 먹게 되겠죠.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는 형X의 활동보조 시간, 혼자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미X의 활동보조 시간, 혼자서 침대에 눕지 못하는
상X의 활동보조 시간… 이런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요것저것 머리
를 굴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아픕니다. 노들바람 84호는
활동보조 지침 개악에 분노하신 노들센터 동료상담가 라나님의 글
로 시작합니다.
ps. 노들이 살고 있는 건물, 동숭동 유리빌딩 2층 임대료가 또 많이
올랐습니다. 2년에 한 번 오르는 줄 알았던 임대료가 지난해에 그리
고 올해 또 올랐습니다. 올해 인상분은 그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입
을 떡떡떡 벌릴 정도라지요. 자본의 질서안에서 노란들판을 일구어
나가는 일이 참 쉽지 않네요. 머리가 빠르게, 빠르게, 더, 더 새하얗
게 변해가는 교장샘의 이야기에도, 대학로에서 아등바등‘버티고 있
는’노들의 이야기에도 귀기울여주시길.
노들바람 제84호 보기 ▶ 노들바람 84호.pdf
- 이야기 구성 -
02 노들바람을 여는 창
03 누구를 위한 활동보조제도인가!!
08 겨울방학 동안 뭣들하고 지낼까
10 [교단일기]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를 위하여
12 [노들아 안녕] 신임교사 진수
14 [노들아 안녕] 새 코디 지예
15 2010 노들센터 Comming Up Next
18 시설과 지역사회 사이, 체험홈‘노란들판’
20 연극이 끝나고 난 뒤
22 ‘광인들’아니,‘진동젤리’를 소개합니다.
24 나! 해로운 아이(니).“희망”을 잡아요!♬
26 사진 압박! 노란들판 산정호수 MT
32 [현수막으로 바라보는 세상] 노란들판 마음에 내걸다
34 특집 [노들, 추운 겨울과 봄 사이]
35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노란들판의 꿈
40 그 곳에 가면…
44 노들이 마로니에에 있으니 ooo해서 나는 좋다
49 [대학로야 놀자] 지하철 4호선 혜화역장 인터뷰
52 「맥베드」그리고 중증장애인극단
54 [노들 책꽂이] 너와 나 사이의‘경계’를 서성이다
56 “저 쉬어요.”홍은전의 변
59 선물과 후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