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이들의 삶은 계속된다
- 2017 홈리스추모제,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가을
홈리스야학 활동가
애동지라 하였다. 예부터 동지가 동짓달 초순에 드는 애동지에는 어린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여 팥죽 대신 팥 시루떡을 해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역 광장에서는 동지팥죽 나눔이 진행되었다. 가장 밤이 길고 추운 동짓날이자, 2017 홈리스추모제가 진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홈리스추모제는 매년 동짓날, 거리, 쪽방, 시설 등지에서 돌아가신 홈리스들의 넋을 위로하고 홈리스의 복지 및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자리이다. 삶의 흔적들은 산산이 흩어져 소리조차 희미하지만, 여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삶은 처절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죽은 자와 산 자가 모여, 세상에 고하는 날이다.
이 땅에서 산다는 것은 60~70년대 주요 역사와 인력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쪽방촌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고, 철거되어 왔다. 현재 서울시에는 돈의동, 창신동, 남대문, 동자동, 영등포동 등지에 쪽방촌이 밀집되어 있으며, 거리 홈리스에게는 탈노숙을 위한 주요 거주지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요 도심에 위치한 쪽방촌은 도시개발 및 건물주의 용도변경 등에 의해 끊임없이 멸실되고 있으며, 쪽방촌 주민들은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거리로, 인근 쪽방촌으로 퇴거되고 있다. 또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쪽방촌 주변은 많은 거리 홈리스들이 머물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울시내 거리 홈리스 밀집지역에서는 거리 홈리스들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취할 수밖에 없는 몇몇 행위들이 범죄화되고 있다.
특히 도심이 개발되고 상업화되면서, 주요 공공장소에서는 거리 홈리스를 내쫓기 위한 경비원 등에 의한 퇴거가 증가하고 있으며, 거리 노숙지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 등 민자역사 사업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역사들은 홈리스에 대한 퇴거조치를 자행하고 있다. 결국 쪽방의 멸실로 갈 곳이 없는 홈리스들이 공공장소에서도 머무를 수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무연고 사망자 중 홈리스의 비율은 45%에 이르고(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중 홈리스 사망자현황, 나눔과 나눔) 있다. 그러나 「장사 등에 관한 법률」과 기초보장제도의 장제급여는 무연고사망자를 장례가 아닌 사체 ‘처리’하도록 하고 있어, 적절한 장례도 치를 수가 없는 현실이다.
이에 근래 서울시에서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발의하였으나, 지원 대상에서 기초생활수급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하였고, 지원 수준을 40만 원선으로 하여 실질적인 장례 지원을 보장하지 못한 오타투성이의 조례안이었다.이에 2017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주간사업과 함께 ‘주거’, ‘추모’, ‘인권’으로 나누어 홈리스의 인권보장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였고,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겨야 할 쪽방대책’ 토론회 및 퍼포먼스, 거리 홈리스 100명을 대상으로 ‘홈리스 인권 실태조사’ 및 시장면담 요청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였다. 또한 서울시 공영장례조례(안) 발의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등을 통해 조례안을 상정보류 시켰다.
생애 모든 순간은 무너진 건물 더미 밑에는 누군가의 삶이 있다. 찬바람 횅한 거리에도 누군가의 추억이 있다. 그것이 그의 죽음이든, 그가 남긴 글이든, 삶의 궤적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얼지 말라고, 죽지 말라고 외쳤지만, 삶의 궤적들은 여기저기 모여, 결국 만나는 곳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이기도 하다. 비통하다. 그래도 또 외친다. 얼지 마! 죽지 마! 우리가 함께할 수 없다면 그 누구의 삶도 온전할 수 없으니. 올 해 홈리스추모제에선 더욱 함께 외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