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 113호 - [교단일기] 우리의 몸을 찾아서 / 박누리

by (사)노들 posted Jul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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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 사무실 문에 붙은 해골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교단일기] 우리의 몸을 찾아서

 

 

대추

청솔1반의 담임이며 학생들과 2017년 2학기에 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한방진료를 지원하는 장애인독립진료소 실무 담당으로 사람의 몸과 질병에 관심이 많다.

 

 

 

  2017년 2학기 청솔 1반 과학 수업담당하게 되었다. 지난 5학기 동안은 청솔 2반과 불수레반을 담당했었다. 항상 같은 과목을 가르친 것도 아니었지만 담당하게 되는 반은 청솔 2반과 불수레반 두 반뿐이었다. 그리고 2017년 2학기 3년 만에 처음으로 청솔 1반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항상 복도에서 오며 가며 인사하고 가끔 이야기 하고 하긴 했지만 수업을 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다. 또한 청솔 2반에서 과학 수업을 했을 때 학생들이 많이 지루해 하고 학생들의 욕구에 맞는 수업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를 하고 있어서 청솔 1반의 과학 수업은 더욱 부담이 많이 되는 점이 있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어떤 수업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지구과학을 해야 하나 화학을 해야 하나 어떤 수업을 해야 학생들이 수업시간을 지루해 하지 않고 과학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까? 함께 공부한 것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일단은 재미와 실험에 방점을 두고 한 학기를 진행하자! 고 결론을 내게 되었다. 그렇게 첫 번째는 영화 <플러버>를 보고 함께 유행하는 슬라임을 만드는 것으로 했다. 영화는 그럭저럭 잘 보았다. 하지만 슬라임 만들기는 첫 번째 수업에 대박 실패로 끝이 났다. 슬라임의 주재료는 물풀과 물 그리고 렌즈 세척액이다. 이것들을 순서에 맞게 잘 혼합하면 가만히 있을 때는 주르륵 흐르는 액체 같고 힘을 주면 단단해지는 슬라임이 된다. 그 중에서도 물풀의 성분에 따라 슬라임의 성공여부가 좌우 되는데 이 물풀을 잘못 사서 첫 번째 실험은 망조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과학 실험의 중요정신은 바로 실패를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 시간에 다른 성분의 물풀을 준비해 슬라임을 다시 만들었고 결국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 수업은 인간의 몸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했다. 먼저 사람의 뼈 종이모형을 맞춰 가며 해골 전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몸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고 각자 뼈를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보며 해골모형을 만들었다. 이 해골 모형을 학생들이 처음에는 무서워했으나 나중에는 자신 몸속의 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어 신기했고 이런 뼈 모형을 본 것은 처음이라 기억에 남는다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음으로 전체적인 뼈 구조를 알아보고 뼈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것을 가장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시험이 빨대 손가락이었다.

 

빨대에 철사를 넣어 만든 손가락빨대 손가락을 움직이는 대추 교사

 

빨대 손가락은 빨대가 뼈가 되고 뼈가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은 빨대에 뚫는 구멍이 된다. 그리고 빨대 끝에 낚시 줄을 묶고 이것을 빨대 안으로 집어넣어 반대쪽에서 낚시 줄을 잡아당기면 빨대가 구부러지며 정말 손가락이 움직이는 거처럼 보이게 된다. 나중엔 이 원리를 이용해 1017 선전물도 만들어 선전전에도 활용했다. 그 다음엔 몸 속 장기들의 모형도 만들어 봤다. 우리 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봤다. 폐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횡격막이 중요한 것, 그리고 횡격막의 경련이 딸꾹질인 것 등을 함께 공부했다. 그리고 나서는 신장모형도 함께 만들어 봤다. 우리 몸속 찌꺼기가 신장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방광에 모여서는 어떻게 되는지 등 모형을 만들어 함께 알아보았다. 모형을 만들어 시험할 때 노란 물이 약 뚜껑으로 쪼로록 떨어지는 것이 꼭 진짜 오줌을 싸는 거 같아 재미있었다는 학생들의 후기도 있었다.

 

이것은 어쩌면 신장...횡격막일까

 

처음에는 실험이 익숙하지 않아서 실패도 많이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했다. 이렇게 교사가 당황을 하면서 학생들이 그 시간을 많이 지루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노하우가 생겨 실수가 줄면서 학생들의 참여도 늘어나게 되고 실험하는 걸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학생을 위해 각 기관들에 대한 이름으로 한글 공부도 하면서 학생들의 참여도와 집중도가 굉장히 좋아졌다. 예전에 학생들의 학습태도에 대해 왜 그럴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번 수업을 하면서 교사의 준비도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태도 또한 많이 달라진다는 걸 가슴깊이 또 몸으로 체험하게 되어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지난날의 수업과 앞으로의 수업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석의 성질과 전동휠체어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전하면서 다음 학기 청솔 1반 과학 선생님의 건투를 빈다! 화이팅!

 

 

 

해골로 이해하는 인간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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