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세미나 뒷담화
비정상 교육철학 세미나 후기
박준호
노들야학 교사. 야학 수업 잘하고 싶어요. 새해부터 놀고 있습니다. 집이 너무 추워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9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야학 교사들을 비정상 교육철학 세미나’에 참가하였습니다. 노들장애학궁리소에서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노들야학의 교사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의 현장에 계신 분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우선, 노들장애학궁리소에 박정수 선생님이 쓰신 세미나 소개글에 이런 글이 있어 소개드립니다.
“그럼에도 그 들판의 학교, 야생의 학교, 야학에서는 제도권 학교에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진정한 앎이 일어나고 있으며 교사들은 그 앎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과 함께 끈질기게 기다려야 합니다. 야학의 앎은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게 아니라, 돌봄과 투쟁이 어우러진 삶 가운데 사건처럼 일어나는 까닭입니다.”
내가, 우리가 ‘앎의 원인’이라는 게 될 수 있을까 싶어 곱씹으며 이 말을 다시 보니 그냥 습관처럼 반복했던 수학수업이 부끄러워지면서도 야학에서 학생 분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의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학생들과 함께 했던 어떤 집회, 식사, 술자리, 모꼬지와 단합대회. 그 모든 자리들이 항상 고민과 불편함과 긴장을 주었고 그런 삶 속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서로를 더 알아가며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미나 뒷담화는 지난해 12월 26일 대학로 포차100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머리가 아팠던 책읽기와 달리 이번 뒷담화는 책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기승전 학생들 이야기로 가는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아주 중구난방으로 하였습니다. 세미나를 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더 고민해볼 점, 하고 싶은 것, 학생들의 저축과 생활, 검정고시, 발달장애..등등. 정리는 잘되지 않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야기하다 맥주를 쏟은 승천 샘은 교육은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움푹 파인 테이블위에 놓인 맥주잔 같은, 우연한 것이 아닐까. 이날 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남깁니다.
진수 (세미나)기억에 남는 거라던가, 어떤 게 있을까요?
승천 세상에 하나도 생각이 안나. 심지어 내가 에피쿠로스 발표를 했는데 하나도 생각이 안나. 머리가 나빠져서.
진수 책을 쭉 읽었잖아요. 하지 못한 말들이 있거나, 굳이 우리가 내용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잖아요.
준호 우리가 생각이 안 나서 그렇지.
혜선 불가능. 불가능. 와. 안주가 나왔다. 아이고야... 맛있겄네.
진수 책은 기억이 안 나시죠?
승천 책을 스캔한 것만 기억이 나요. 자르고 스캔하고.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책을...
진수 교육도 이런 것보다 몸으로 하는 게(기억에 나네요). 읽은 거는 기억 안 나는데 몸으로 한 것만.
혜선 나 처음에 왔을 때는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노들바람 보면 중증장애인이 은영이, 상희가 최중증이고 그러면 검시를 본단 말이야. 근데 교사들은 검시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거지. 검시 봐서 이 사회에서 그걸 딴다고 해서. 검시 문제가 너무 후졌다고 생각을 한 거지. 근데 야학에서 이런 시간에 검시문제 풀이를 계속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문제의식이 있고 근데 학생들한테 전달될 때는 웃긴 거잖아. 우린 학교 다 다녔어. 근데 학생들은 그거라도 딸라 그러면 그게 맞는 말이면서도 그 분들의 욕구를 인정해줘야 하는 거잖아. 검정고시라도 학력인정 받는 걸 그 속에서 해야 하는데.
그치만 그 말이 맞긴 맞지. 검시가 의미가 없고. 문제들을 백번 푸는 게 의미가 있냐는.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학생들도 원하지 않는 검시가 되었지. 탈시설한 분들 오면서는 학생들 스스로가 검시에 목매달지 않지. 왜냐면 너무 잘 아니까. 꿈꿀 수 있는 데가 생긴 거잖아. IL 센터라던가. 본인의 무대가 생긴거니까. 자연스럽게 야학에서 축소된 것들이 드러나고.
<현아 등장>
현아 일 끝나고 노들바람 원고 쓰다가...
승천 노들바람에 뭘 쓰셨죠?
현아 모꼬지 후기요. 글을 못 넘기고 있어요. 계속 초딩 일기 같이 써가지고. 무슨 얘기하고 있어요?
진수 세미나 얘기하고 있어요. 중구난방으로. 원고 제목을 중구난방으로.
<명학, 명희 등장>
명희 지식적인 형태야 그렇지. 삶의 형태를 변화하는게 야학이니깐 중요한 거잖아요. 그러니깐, 지식의 전달이면 졸업이 존재했겠죠.
현아 저는.. 사실 커리를 제대로 읽은 게 프레이리밖에 없는데. 처음 읽었거든요. 아무튼.. 세미나 하는걸 원래 좋아하지도 않고 진짜 오랜만에 하는데 세미나를. 저도 강좌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아무튼 저는 할 말이 없었는데 경험들을 듣는 게 좋았어요. 인권교육 하면서의 힘든 점, 교사생활의 고민. 그런 것들, 교사란 무엇인가. 혼란스러웠습니다.
혜선 그래서 야학 학생들도 아까 잠깐 얘기했지만 굉장히 주입식이나. 내가 했던 건 그런 거였는데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자극 받게 하고 그런 걸 다시 할 수 있을까. 이런 건 내가 부족한 거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야학 학생들이 교육이나 어떤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으니까 기초적인 것 그런 걸 어떻게 배치를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이 드는 거죠. 예를 들어 문해 교육. 한글을 아는 순간 삶의 질이 달라지잖아요.
그런데 한글도 절대 배울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긴 거죠. 나는 그럼 그 방식대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고. 어쨌든 그런 단계를 넘어가는 사람은 넘겨주고. 그럼 또 나눠야 하고.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 고민들을 세미나하면서 정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세미나를 하면서 기계적으로 정리하기는 힘든 거고. 그러면서 커리큘럼. 과목도 고민하는데 요이땅 하고 바꾸는 게 맞나. 그런데 지금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으니까. 선택수업 인문학수업 많이 들어왔고. 그런데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고 수학도 하고 싶어 하고 검정고시 욕구도 많지 않지만 어느 정도 있고. 우리가 백화점식으로 채워주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인 틀이 있다면 그런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는 생각이 드는데.
명희 그건 좀 신선했던 것 같아요. 야학 수업에 대한 실제 고민이. 교사수련회에서 많이 되진 않잖아요. 약간의 배경은 그런 고민들이. 정말 대안적인 그런 생각을 꿈꾸면서. 그런 내용을 가지고 와서 하고 변화되고 있는데 선택사회 수업도 전체적으로는 아주 최근인 거고 교육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할 시간을 가졌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고 그런데도 확장된 형태로 가고 책임감 있는 형태로 되지는 않는구나 아쉬운 점이 있어요.
혜선 그래서 이게 어쨌든 경남이나 지민이형이나 보면 이분들도 한글을 한다는 걸 보면 누군가는 한글이 느는 사람이 있지만 없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근데 개별로 보면 다른 거지. 일이삼사는 모르지만 살아온 과정 속에서 숫자라는 게 있는데 그분을 관찰해보면 그분 나름대로 터득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강화시켜주거나. 이걸 수학시험 보려는 것도 아니고 자립생활 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 개념도 있고. 이분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
이분이 할 수 있는 걸 찾는 거지. 그런데 그런 관계가 되려면 교사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거고 의사소통에서 그런 게 발견되지 않으면 아주 길게 가져가야 하고 한 사람한 사람의 개인적인 목표들도 있어야 하고. 되게 어렵겠다. 나 혼자는 힘들지만 이런 게 쌓여 가면 나 다음에 할 사람이 받아가야 하는데 야학이 이런 게 많이 단절되었었죠. 한 교사가 하면 그 고민은 하다가 말고 또 다른 교사가 하다 말고.
진수 과목이 묶여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학과목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한계가 생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통합적으로.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좋을 텐데. 청솔1반의 어떤 특수한 면이 있긴 하지만.
승천 학생들이 야학에서 관계를 맺을 때 나랑은 선생님으로 만났기 때문에 나를 때린 사람이 없었구나, 그 관계가 교사와 학생이라는 허울이 만드는. 뭐랄까, 우리는 편안한 관계가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존중해줄 이유가 없잖아. 내가 그 삶에 관여를 할 때 나보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귀 기울여 들을 이유가 없단 말이야. 내가 교사이고 선생님이기 때문에 들어주시는 거죠. 내가 들은 거에 대해서 사실은 잔소리이고 기분 나쁜 소리인데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그런 것이 형성될 수 있잖아요. 관계를맺는 게 우리한테 편한 방식인 것이고 그래서 경계해야할 지점도 있는 것 같고. 어쩌면 우리는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보다는 교사와 학생으로서의 관계가 자립생활 이런 걸 돕는 차원에서 이런 게 편하기 때문에 그런 걸 선택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진수 저는 그런 걸 잘 활용할 때에는 잘 활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홍철이 지갑 주운 이야기, 영빈네 고깃집 가는 이야기, 홍철 지민의 영동포 쪽방촌 이야기>
혜선 지민이형은 알아. 돈 계산이나. 이런 거에서. 경남은 몰라. 만원과 오천원의 차이를 잘 몰라. 예를 들어 만원 오천원 뭐 가져 갈래요? 하면 지민이형은 바로 만원. 경남이는 예쁜 색 주워. 오백원짜리 보고는 “아이고 작으네, 좋으네”.
승천 수학수업에서 확실히 중요한 게 수의 개념? 계산의 문제가 아니고. 크다 작다에 대한 게 중요한것 같다. 예를 들어 홍철이는 아파트 사면 되잖아요! 그러는데 그게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수 있을까?
<주원이형 이야기>
승천 근데 우리가 교육이든 책이든 어떤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추상적인 이야기를 사람이랑 엮어서 만들고. 쉽진 않지. 근데 항상 얘기를 하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
명학 반복수업이 중요해. 야학에서는.
명희 형 많이 반복했잖아.
명학 읽고 쓰고 듣고 반복하면서.
진수 형 밤마다 라디오 듣고 하시면..
명학 나 말고 딴 사람.
<필순, 교장샘 등장>
승천 나 하고 싶은 교육세미나가 있었는데. 세계에 되게 많은 학교들이 있잖아. 집에 어렸을 때 썸머힐에 대한 책이 있었어요. 되게 오래된 학교인데. 그 책보고 학교가 이럴 수도 있구나 동경이 되었던 것 같아. 세계에 많은 학교들이 있잖아요. 예전에 미술전시회 갔는데 바우하우스라고. 일종의 미술학교인데 그 시대 사상과 조류를 이끌었던 학교이거든요. 그 학교의 사람들이 어떤 활동과 생각을 하고 그런 자료가 많이 있더라구요. 그걸 보고서 노들도 이렇게 기억할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분야가 다르더라도.
명희 다른 세상을 꿈꾸는.
승천 네. 그 학교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어느 순간 그런 모습을 잃어버리기도 했는데 그런 걸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도 노들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그런 학교들에 대해서 공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해요.
필순 프레이리 책 보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나름 기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안 읽히는 책이 되어버렸어요. 맞게 떨어지는 점을 저는 못 찾았어요. 그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조금 있어요? 다 재밌게 읽으셨어요? 전체적으로 양이 많은 것 같아서요. 양이 많아 허덕허덕. 이계삼 선생님 세미나 할 때도 양이 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개인적으론 양이 적었다고 해서 잘 읽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급하게 읽었을 것 같아요.
준호 오늘 얘기 감사합니다. 끝.
이렇게 세미나 뒷담화는 무사히, 마쳤다고 합니다. 대화가 길어 많은 부분을 삭제하였습니다.
이야기는 두서없이 갔지만 노들야학의 교사들과 2017년의 마지막을 세미나로 장식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잘 정리되지 않은 고민의 흔적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