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둠이라고 했을까? 이제는 알 것 같다.
- 노들야학 모꼬지를 다녀와서
박정숙
나는 노들 야학 학생(휴)이고 상근 활동가 박정숙입니다.
여름부터 기대하며 기다린 모꼬지를 가을을 지나 겨울 초입 11월에 이름도 낯선 안산 선감도로 갔다. 우리의 여행은 버스를 타는 그때부터 시작이 된다. 리프트가 있는 버스 2대로 몸과 휠체어가 분리 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순서를 기다려 탑승했다. 자리를 잡고 고정 시키고, 조금은 분주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재미있게 사진을 찍으며, 모두가 편안한 즐거움이 함께하는 시작이었다. 함박웃음에 행복한 손가락 브이를 하고 서울을 떠나 안산 대부도를 지나 3시간 가까이 걸려서 선감도에 도착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조금 있으니 비바람이 치기 시작했다. 시선 멀리 수평선 같은 것이 보였고 텅 빈 갯벌이 스산해 보여 왠지 내 마음엔 쓸쓸한 곳이었다.
넓은 주차장의 바람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차가웠다.토끼와 공작새 또 생뚱맞게 개 4마리가 강당 앞 우리에 있었다. 동물원처럼 이름과 그들의 소개가 있는 팻말이 붙어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학교에서 준비한 도시락은 참 맛있었다. 배가 무척 고팠던 나는 욕심맞게 도시락 2개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 커피... 선생님들의 수고로 내려진 핸드드립 커피는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아~~ 이것이 모꼬지의 행복이구나... 모꼬지 첫 끼니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 왔으면 이 맛, 이 기분을 몰랐을 테니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볼 뻔 했어” 참 잘 왔다고 생각했다.
식사 후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어놓고, 강당에 모여 조를 짰다. 선생님들이 밤새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알록달록한 종이불꽃 성화 봉송과 열띤 응원전으로 게임과 체육대회가 시작되었다. 몸의 움직임으로 단어를 맞추는 게임은 정말 웃기고 못 맞춰도 재미있었다. 그다음은 O, X 게임... 문제가 정말 기발하고 웃겼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전동 휠체어 이어달리기와 2인3각 경기는 정말 열기가 평창올림픽은 저리가라 뜨거웠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회는 처음 인 것 같다. 나는 학교를 초등학교만 졸업했고, 체육시간이나 운동회는 교실 지키는 아이였기에 제대로 즐겨본 기억이 없다. 이렇게 할 수 있고 웃기고 재미있는데... 해마다 봄이든 가을이든 야학 운동회를 모꼬지 운동회같이 재미지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2부 프로그램으로 이날의 하이라이트 노들가왕이 시끌벅적 시작되었다.
춤 하면 경남 씨 노래 하면 장기 씨.. 역시나 흥 폭발이다. 중요한 건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는 거다. 워낙 노래를 못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공포 때문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노래를 불렀다. 행복한 밤이다. 모든 경기가 끝나 시상식하고 환호하며 서로 격려하고 이어진 즐거운 파티시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둘러보니 상기되고 들뜬 얼굴들이 전부 다 아름다웠다. 하루를 이렇게 많이 웃고 잘 먹고 재미있었던 때가 언제 또 있었을까 할 정도다. 내일은 또 어떤 날일지 벌써 기대 되고 흥분이 쉬 가라앉지 않아 잠을 설쳤다. 밥 먹으러 오가며 단풍잎을 주워 모으고 솔방울을 주우며, 가을에 이곳에 한 번 더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선감 학원이야기를 듣기 전엔 그저 풍광 좋은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있었던 감화원, 현재 경기창작센터 자리가 바로 선감학원이 있던 자리라고 했다. 우리는 선감학원으로 이동했다. 20년이 넘도록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을 추적조사하고, 처참했던 그 이야기들을 세상에 드러나게 하신 정진각 선생님의 안내를 받았다. 그곳에서 죽어간 많은 어린 영령들에 대해 사진 해설과 함께 구타와 굶주림으로 탈출하다가 갯벌에 빠져 죽어간 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슴이 울컥이고 코끝이 시려웠다. 소년들의 시신이 매장된 곳에 섰을 땐 눈이 따끔거리고 귀가 윙윙 울렸다. 그들의 비명이 바람 속에 숨어 맴돌고 있는 걸 본다. 우리는 밝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둠 모꼬지 노들 선감도에 가다 했을 때, 왜 어둠이라고 했을까? 나는 사전에 진행됐던 선감학원이야기 수업을 못 들어서 의아했었다. 왜 어둠일까? 이제는 알 것 같다.
첫날은 몸에 독소가 빠져 나가는 신나는 날이었다면, 둘째 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는 뜻깊은 날이었다. 테마가 있는 이번 모꼬지는 나에게 같이 간 남편에게, 집에서 밥상머리 담소로 나누게 된 아들에게, 어두운 역사이지만 그것을 돌아보며, 함께 마음 아파하고 나눈 대화로 또 한 번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우린 내년에도 모꼬지를 계획하고 또 갈 것이다.
어떤 테마를 찾아 떠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