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운뿐이랴~! 오 지 우 뿐이다~!
- 겁 없는 자립생활자 오지우 학생 인터뷰
김진수
얼마 전에 눈썰매를 탔습니다. 남이 끌어주는 썰매를 얼마 만에 탄 건지... 남의 썰매를 얼마 만에 끈 건지... 모르겠더군요. 아무쪼록 겨울에는 넘어지지 않게 끌려가는 것도 끌어주는 것도 조심조심!
자립생활을 한 학생 중에 가장 재미있게 산다고 알려진 오지우 님을 만났다. 만나기 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통해 재밌게 사는 모습을 봤었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오픈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모습이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들, 선뜻 용기 내기 어려운 삶의 일탈을 거침없이 하는 모습들을 보며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지우 씨는 인터뷰 중간 중간 자기는 운이 좋은 것 같다는 말을 내뱉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자립생활을 하고 나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살다 보니 겁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 두 말을 붙여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겁 없이 살면, 운은 좋아진다. 겁 없이 운 좋게 살고 있는 오지우 학생의 인터뷰를 들어 보시라. 삶에 겁먹지 않는 것이, 즐거운 자립생활을 만들지도 모른다.
>> 오지우 님 안녕하세요.
지우 안녕하세요.
>> <노들바람>에 ‘자립생활을 알려주마’라는 코너가 있어요. 무슨 의미 같으세요?
지우 자립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거요.
>> 네 맞아요. 어떻게 하면 자립생활을 잘 할 수 있죠?
지우 ....
>> 그러면 다르게 질문해서요. 자립생활을 잘 하는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지우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면 자립생활을 잘 하는 것 같아요.
>> 그럼 지우 씨는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지우 여행이요.
>> 어떤 여행이요?
지우 이곳저곳 다니는 거요. 해외도 가고. 바다도 보고.
>> 또요?
지우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런 거요.
>> 전에 시설에서 사셨나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사셨어요?
지우 19살부터 31살까지요.
>> 시설에 있기 전에는?
지우 집에서만 살았어요.
>> 집에서만 살 때도 여행은 못 가셨나요?
지우 아예 나간 적이 없어요.
>> 시설에서 살 때도 마찬가지였겠네요.
지우 그쵸. 거의 안 나갔죠.
>> 시설에서 자립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잖아요.
지우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었어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보고 싶은 거 보고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어요.
>> 그런데 그렇게 살려면 시설에서 나오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지우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 나와서 어떻게 살아야 해요? 돈 문제도 있고, 집도 구해야 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고민들과 걱정들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지우 수급자가 되면 수급비가 꼬박꼬박 나오니까 걱정 없고 수급자 되는 게 걱정이죠.
>> 그럼 수급비로 여행 다닐 수 있다는 건가요?
지우 아니요. 센터를 잘 만나야 해요. 센터에서 여행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런 걸 잘 알아봐야 해요. 물론 돈을 모아야 하긴 하지만.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는 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 개인 사업도 하고 있지 않으세요? 수익이 어떻게 되세요?
지우 밑질 게 없어요. 빚은 안 져요.
>> 사업하실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지우 어떤 센터에서 인터넷 쇼핑몰 강의프로그램을 했는데 그거 듣다가 하게 됐어요.
>> 근데 듣는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우 바로 할 수 있던데요.
>> 그래요? 준비해야 할 게 많지 않아요? 사업자등록도 내야 하고.
지우 그렇죠. 국세청 가서 사업자 등록증 내면 돼요.
>> 수급자완 지장 없나요?
지우 수급자랑은 지장 없어요.
>> 다른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수급자 탈락될까봐 돈벌이를 잘 안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지우 씨는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게 되셨죠?
지우 그냥 심심해서요. 재미있을 것 같고. 돈 벌면 좋은 거니까.
>> 그럼 자립생활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이 사업하는 거였나요?
지우 사업은 힘들어요. 왜냐면 물건 사진을 업데이트해야 하니까요. 일이 많아요. 근데 팔리면 기분은 엄청 좋아요.
>> 자립생활 하면서 내가 자립생활을 잘 했다고 느낀 순간 없어요?
지우 여행 다닌 거요. 2011년도에 시설에서 같이 나온 사람들이 있어요. 그때 되게 많이 나왔어요. 장애인들이 14명인가? 그 정도 나왔을 거예요. 그 중에 내가 제일 잘 사는 것 같아요. 왜냐면, 다른 분들은 집이 없어서 체험홈에 있고 그런데 나는 임대아파트도 쉽게 당첨 되고 다른 분들은 아직 체험홈에 있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내 집이 있고 그래서. 남들보다는 좀 잘 사는 것 같아요. 운도 좋고 사람을 잘 만난 것 같아요.
>> 프로필 사진 보니까 오픈카를 타고 찍은 사진이 있던데요?
지우 스포츠카를 타고 싶어서 활동보조인 아는 분에게 부탁을 해서 타게 됐어요. 여행의 시작도 활동보조인을 잘 만나서 하게 됐는데 한 번 하고 나니까 두 번, 세 번은 쉬웠던 것 같아요. 여행 다니면 겁도 없어지고. 원래 겁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
>> 그럼 지우 씨가 자립생활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앞으로 자립생활을 할 사람에게 해드릴 조언은 일단 겁이 없어야 하고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건가요?
지우 사람을 잘 만나야 하죠.
>> 어떻게 하면 센터를 잘 만나고 사람을 잘 만날 수 있나요?
지우 글쎄요... 자기 복이 아닐까요...? 본인의 능력? 사람을 보는 능력?
>> 그렇구나. 힘들 때는 없었어요?
지우 나와서 처음 자립해서 활동보조 시간 없을 때 빼곤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힘들어도 힘들게 생각을 안 했어요.
>> 되게 긍정적이시네요. 그런 성격도 자립생활을 잘 하는데 한 몫 했나요?
지우 그런 것 같아요.
>> 그럼 지우 씨가 생각하는 자립생활을 잘하는 방법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겁 없이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데 사람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가 되겠네요.
지우 네 맞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지우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말해주세요.
지우 결혼이요.
>> 결혼 말고 다른 건 없어요?
지우 세계여행이요.
>> 언제쯤 가능할 것 같으세요?
지우 글쎄요. 알아봐야죠.
>> 알아보고 반드시 할 거지요?
지우 그렇죠. 반드시 할 거예요.
>> 1년 안에?
지우 그쵸.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