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112호 - 소세지의 <욱하는女자> 제작기

by 노들 posted Mar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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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의 <욱하는女자> 제작기

 

유지영 | 센터판 활동보조 코디네이터로 왕성하게 활동 중.
주로 유코디로 불리며, 괴상한 짓을 솔선수범해서 행하는 유쾌, 상쾌, 통쾌한 처자.

 

욱하는여자 포스터

#1 센터판만의 영화제작 해볼까?

햇볕이 아주 뜨거운 7월, 점심을 먹고 티타임을 가졌다. 9월에 있을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센터판 매거진 속 ‘욱하는 여자’ 를 영화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세영의 제안. “이렇게 찍으면 어떨까?”, “이 장면은 이렇게 찍자” 등의 재 밌는 의견들이 오고가고 9월 초까지 완성해보자 다 짐하고 7월 7일 첫 회의를 진행했다.

#2 아홉 가지 욱녀, 소세지 어때?

센터판 매거진 속 ‘욱하는 여자’는 세영이다. 일 상에서 들려오는 지인들의 이야기, 혹은 본인이 직 접겪은상황에대해세영은욱녀가되었다.첫회의 때매거진속9가지이야기를하나하나다시읽어보 았다. 다시 읽어도 화가 나는 건 여전했다. 촬영기간 과 등장인물, 소품, 배경 등을 고려해 이야기 3개를 추려냈다. 그나저나 완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소영이 지나가며 “뭐 도와줄까요?”라고 물었고 회심 의 미소를 지으며 세영과 지영은 소영도 영화제작에 끌어들인다.역할을나눌필요없이우리는그냥소 (영),세(영),지(영)이다!

#3 대본은 리얼하게!

유코디에서 유작가로 변신했다. 하지만 본업이 활동보조 코디인지라 밀려드는 전화와 방문상담, 매칭 상담으로눈코뜰새없이하루하루가지나갔고근무 시간을 쪼개어 대본을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집 중도 되지 않았다. 야근에 주말까지 합쳐 겨우 대본을 완성했다.(헥헥) 전체적인 분위기라던가 장면, 동선 등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대본을 썼다. 무엇보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평소 행동과 말 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미 머릿속으로 영화를 수없이 많이 만들었다.

#4 영화촬영은 즐겁게, 리얼하게, 진지하게!

영화의 영자도 모르고 촬영의 영자도 모르는 소세지는 은애와 첫 촬영에 나섰다. 다행히 첫 촬영은 들다방에서 이뤄져 조금 편안했다. 장비라고는 DSLR카메라, 삼각대뿐(조촐하다). 촬영 후 모니터링 하면서 살펴보니 문제점이 많았다. 촬영 시 주변사람들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해야 할 것, 조명과 소품 하나 하나에 신경 쓸 것, 마이크의 중요성, 홍보영상을 위한 NG컷을 찍을 것. 촬영을 하면 할수록 기술(?)이 느는 것 같았다. 잘 찍고 싶었고,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소장직을 그만두고 문예판을 가야하나 고민한 서 소장. 날씨 탓에, 시간 탓에 같은 장소를 3번이나 가야 했고, 촬영 때마다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해야 했던 재범. 평소 사투리를 알게 모르게 많이 쓰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혀가 꼬이는 권국장. 편도염으로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녹음에 열성을 다한 소영. 망가질대로 망가진 욱하는 여자 세영. 센터판 활동가 모두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5 편집은 야근을 싣고...

제일 어려웠다. 고퀄리티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유료결제였기 때문에 구할 수 없었고, 만만 한 게 무비메이커였는데 기능들이 워낙 단순명료해서 고구마를 먹은 듯이 답답했다. 손수 붙이고, 자르고, 음악 넣고, 자막 넣고, 이어붙이고, 듣고 또 듣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자리는 여느 편집실과 다름이 없었다.(활동보조 코디의본분을잊은나를열심히서포트해준 심보름 코디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미안해요. 수고 많았어요) 편집도 촬영처럼 날이 갈수록 손이 빨라졌고 감이 생겨 ‘이쯤이면 6초쯤 될 거야’ 하고 붙이면 딱 들어맞았다. 하면 할수록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내년에는 더 잘 찍어봐야지, 이참에 편집프로그램을 구매할까’와 같은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마 제3회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 때도 출품할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6 드디어 개봉박두!

영화제를 일주일 앞두고 센터판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작은 시사회를 열었다. 조금씩 완성될 때마다 보여달라며 내 자리로 모여들었던 활동가들이었기에 재미가 덜할 것 같아 걱정됐다.보고 또 본 장면들이지만 활동가들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웃음소리가 커져갔다. 기뻤다. 영화가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고 ‘수고했어요. 멋져요. 재밌어요.’ 등의 말이 기분 좋았다. 좀더 잘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만족한다. 진짜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빵빵 터졌으면 좋겠다. 아니, 터질 거다~!! 소세지가 만든 첫 번째 영화! 궁금하면 센터판으로 놀러오라!

 

욱하는여자 촬영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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