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역 입석 대란, '저상 2층 버스'로 해결?
- 미국, 영국 등 장거리 구간에 저상 2층 버스 활용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입석 문제도 해결 가능하지만… - 2014.09.17 16:57 입력
“버스 타고 싶은데요.”
“탈 수 없습니다.”
“왜 탈 수
없습니까?”
“아직 시설이 안 되어있어요.”
광역버스가 타고 싶다는 휠체어 탄 장애인의 요청에 버스기사는 “탈 수 없다”라고 답했다.
“10년 전 제정된 법엔 휠체어 탄 장애인도 광역버스 탈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요. 왜 탈 수
없습니까.”
“…….”
재차 되묻는 물음에도 기사는 아무 답이 없었다. 버스는 타지 못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고속버스에 이어 광역버스에 대한 시외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며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17일 낮 1시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승차홈에서 ‘저상 2층 광역버스’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광역버스 입석 금지에 따른 대란을 해결함과 동시에 장애인 시외이동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상 2층 광역버스는 이미 서울과 부산에서 운행 중이다. 시티투어버스가 그것이다. 서울시티투어 버스는 휠체어용 슬로프와 휠체어 전용좌석이 별도로 갖춰져 있다. 좌석 수는 1층 12석, 2층 53석으로 모두 65석이다. 이 버스는 독일 네오플랜사에서 제작한 스카이라이너 최신모델로 가격은 대당 7억 원이 넘는다. 전장연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내년도에 시범 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저상 2층 광역버스는 미국, 유럽 등에선 이미 장거리 버스로 활발히 운행하고 있다. 미국의 메가버스(Megabus)의 경우, 1층은 램프를 이용해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고 2층엔 81석의 좌석을 확보하여 저렴한 요금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에선 EU 규정과 특별지침에 따라 대다수의 장거리 버스사업자들이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이 접근 가능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영국 내셔널 익스프레스(National Express)는 출입구에 설치된 리프트를 통해 교통약자가 버스에 탑승하고, 탑승 후엔 고정장치를 통해 휠체어에 탄 상태에서 머리를 기대앉을 수 있는 좌석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일본 도시 간 노선버스는 승강기 리프트를 이용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도시 간 노선버스는 측면에 설치된 리프트를 통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승차할 수 있으며 탑승 후엔 고정장치로 휠체어를 안전하게 고정할 수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장애인의 시외이동을 위한 교통수단과 대책은 이미 나와있다. 하지만 한국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과 경기 지역을 오가는 것도 쉽지 않다.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이 있지만, 이를 통한 이동도 어려운 상태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은 “최근 시설 방문으로 김포에 가는 일이 잦은데 장애인콜택시는 운영규정상 서울에서 김포까진 갈 수 있으나 김포에서 서울로 오는 건 안 된다. 너무 불편하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문제는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의지와 예산 반영 여부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 공식적인 토론을 제안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국토부에 광역버스의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토론을 제안한다. 서울시와 지자체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공식적인 간담회를 제안한다.”라면서 “저상 2층 버스는 최근 문제가 된 입석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장애인, 유모차를 이용하는 이들 등 버스를 이용하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 조현수 정책국장은 “국토부가 내년도 고속버스 시범사업비로 16억 원의 예산을 올렸으나 기획재정부가 이를 전액 삭감했다”라며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고속버스뿐만 아니라 광역버스, 시외버스에도 시범사업이 적용될 수 있도록 내년도 예산확보를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