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구속되었지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아직 변한 게 없다
박경석 | 노들장애인야학 고장인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로 출세하여 활동하고 있음. 일을 즐거움으로 알고 놀듯이 일하며 머리도 길고 수염도 길었음.
2016년 10월 초에만 해도 박근혜가 계속 대통령일 줄 알았다. 우리 같은 민초들이야 최순실이가 대한민국의 비선 실세라는 것을 눈치라도 챌 리가 만무했을 때다. 그때 우리는 2017년 정부예산이 국회에 심의되는 시점에 청와대 바로 앞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 올라가서 대형 현수막을 내리고 1주일 가까이 농성을 진행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증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보장하라!”
청와대 앞 농성을 철수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박근혜가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가 숨어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촛불이 광화문 광장에 타올랐다. 그 당시 1,500일 넘게 광화문 지하에서 외롭게 지켜온 우리의 농성장은 매주토요일이면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되었다. 우리는 절절한 마음으로 광화문광장을 찾아오는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을 외쳤
고, 또한 시민들에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쳤다.
2016년 12월 3일, 그날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 마지막 토요일이었다. 광화문광장에는 촛불시민들이 최대로 운집하였고, 마침 ‘세계장애인의 날’이었기에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에 결사적으로 발언을 요청하여 소중한 3분 자유발언의 기회를 얻었다. 3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속적인 압박에 떨리는 마음도 있어서 발언을 글로 작성하여 수없이 연습하고 올라갔다. 1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집중하는 무대에서 발언을 하려니 머리가 하얗게 물들고, 가슴은 바람처럼 흔들렸지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의 간곡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숨을 몰아쉬며 발언을 하였다.
오늘은 스물네 번째로 맞는 ‘세계장애인의 날’입니다. 그리고 광화문역 지하차도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해 농성을 시작한 지 1,565일째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바로 오늘, 우리는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구속을 선언합니다.
11월 20일, 전주에서 한 아버지가 장애인 아들을 목 졸라 죽였습니다. 11월 23일, 경기도 여주에서 또다시 한 어머니가 장애인 아들을 목 졸라 죽였습니다. 그 이유는 그 부모와 가족들에게 가중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선택한 비극적인 결과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 부모가 살인자입니까.
박근혜 복지의 총체적 문란의 결과입니다. 가족에게 죽임을 당하는 중증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공간이동」이라는 장애인의 삶을 담은 랩 가사가 있습니다. “내 모습 지옥 같은 세상에 갇혀버린 내 모습, 큰 모순, 자유, 평등, 지키지도 않는 약속”
장애인들은 이동도 제대로 못하고, 교육도 못 받고, 일자리도 없는 지옥 같은 세상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헌법 제1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순 꽝이었습니다.
“흥! 닥치라고 그래, 언제나 우린 소외받아왔고, 방구석에 ‘폐기물’로 살아있고. 그딴 식으로 쳐다보는 차별의 시선, 위선 속에 동정받는 병신인 줄 아나! 닥쳐 닥쳐라, 우린 병신이 아냐!!”
장애인들은 방구석과 시설에서 쓸모없는 폐기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찌 장애인만이겠습니까, 모든 사람을 개돼지 취급하고 쓰다가 쓰레기처럼 버리는 자본과 권력이 하는 짓거리 아닙니까.
모든 국민은 차별받지 않아야 합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도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그것은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입니다.
그래야 최소한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전에도, 그리고 죽음 후에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복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근혜는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재벌과 새누리당과 함께 그 패거리들의 탐욕만을 채웠습니다. 박근혜는 총체적인 국정문란을 저지른 범죄자입니다. 그래서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고, 새누리당과 재벌은 해체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며, 그래야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투쟁해서 승리합시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박근혜는 탄핵을 당했고, 구속이 되었다. 사필귀정이다. 그러나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지하도에서의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